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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순방 관련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11.22)
등록 2013.11.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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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에 ‘홀딱 빠진’ 방송3사 순방보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5번째 순방지로 유럽을 택했다. 박 대통령 순방에 맞춰 영국의 < BBC>는 특집 보도를 내 박 대통령의 삶과 국가운영 방향을 조명했다. 는 한국의 주요 논란으로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를 꼽는가하면, 박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과 역사인식 논란 등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언급했다. 한편, 프랑스 <르몽드지>는 ‘한국이 공공부문 시장 개방할 예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밝힌 내용을 주요하게 실었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3사 보도에서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을 따라간 기자들 중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심판 청구, 전국공무원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등 대통령의 유럽순방 직후 조성된 ‘신공안정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이는 없었다. 방송3사는 오로지 박 대통령의 순방일정과 ‘문화외교-창조경제’라는 수식어를 붙여 성과 부풀리기에만 급급했다. 방송3사는 이러한 보도행태를 대통령의 순방 때 마다 반복하고 있다.


■ 찬양에 또 찬양 이어가기 숨찼던 방송3사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하루 전인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약 40건의 보도를 내놨다.(표1 참조) 그러나 보도량에 비해 보도내용은 부실했다. 행사에 참가한 박 대통령의 모습을 비추는 단순 동정과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는 보도 일색이었다. 더 나아가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행보를 ‘문화외교’, ‘창조경제’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띄우기에 나섰다. 박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의 의미를 제대로 짚거나 검증하는 보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보도의 절반가량을 방문국에서 맺은 협약 등을 보도하며 ‘성과’라고 부각했고, MBC는 단순 동정을 넘어 박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2건이나 다뤘다.  





1. 순방 이틀 전부터 박 대통령 홍보하는 방송3사, 앞 다퉈 ‘충성경쟁’

- 지난 6월 중국 방문 때도 마찬가지

 방송3사가 9일간 박 대통령의 일정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다룬 보도는 6.5~7.5건이다.(표2 참조)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위해 2일 출국했다.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출국을 하루 앞둔 1일 유럽 일정을 훑는 기사를 내놨다. 1일 KBS <박 대통령, 영 국빈방문 등 유럽순방>, MBC <박 대통령 내일부터 서유럽 순방…푸틴 방한도 예정>, SBS <내일 유럽 순방‥‘금융․문화’협력>는 박 대통령이 방문할 나라들과 만나게 될 각국 정상들을 언급하면서 주목했다. 다음날인 2일에는 ‘오늘 출국한 대통령’, 3일에는 ‘도착해서 일정을 시작한 대통령’을 다뤘다. 4일이 돼서야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방송3사는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전날인 26일 ‘박 대통령이 내일 출국한다’는 예고보도를 내며, 박 대통령의 중국 일정을 예고한 바 있다. 예고 방송은 방문 목적과 이후 일정을 다루기 때문에 해당 행사가 마친 뒤에 나오는 보도와 내용이 겹쳐질 수밖에 없다. 3일전부터 나오는 ‘설레발 예고 보도’로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반복학습하고 있다


2. “박 대통령은 귀하신 몸?”…공영방송, 방문국 환대 과대포장

 - 2004년, 노 전 대통령 방문 때 ‘평정심’ 유지했던 것과 달라

 박 대통령 순방 보도 중 가장 두드러지는 보도행태는 ‘환대 띄우기’다.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다루면서 ‘극진한 환대’(KBS), ‘성대한 환영’(MBC), ‘성대한 의전’(SBS)이라고 제목을 뽑아 부각했다. 



 기사내용은 더 심각하다. 기자는 리포트에 ‘성대한, 화려한, 최고의, 각별한, 꼼꼼히’등 온갖 형용사와 부사를 동원했다. 또 ‘여왕이 직접 방을 안내한 점, 만찬을 직접 챙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등 ‘호들갑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KBS는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 칠면조와 바다송어”등 만찬장의 메뉴까지도 ‘깨알같이’ 소개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과 차이를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영국에 국빈 초대를 받은 첫 번째 한국대통령이었다. 당시 KBS는 “화려함과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 전통의 의전에 따라서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버킹엄궁에서도 대통령 숙소를 직접 안내하기도 한 여왕이 만찬장을 미리 둘러보며 점검하는 것 역시 관례대로였다”는 등 영국의 환대를 소개하면서도 ‘관례에 따른 의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평정심을 유지해 차이를 보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상대국의 ‘환대’를 강조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보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4일 MBC는 박 대통령이 프랑스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류 팬 열렬한 환영>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박 대통령이 프랑스 한류 팬들과  만났다는 내용인데, 정작 이어진 기사에서는 한류팬들이 ‘박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환대’에 대한 강박증이 만들어낸 기사 제목이었다.

 앞서 박 대통령의 미국, 중국 방문 시에도 어김없이 ‘극진한 환대’는 강조됐다. KBS는 5월 8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정상회담을 다룬 <이례적 2시간 회담>(김경진 기자)에서 “한미 정상간 회담은 보통 정상회담의 두 배인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박 대통령 쪽으로 몸을 기울여 경청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자세가 시선을 끈다”, “회담은 당초 계획에 없던 백악관 로즈가든 산책으로 이어졌다”면서 ‘특별한 대우’를 부각했다. 중국을 방문한 6월 27일에는 <환대․예우…관계 격상>(국현호 기자)에서 “중국 정부의 환대는 도착 직후부터 역력했다”, “관례와 달리 외교부 부부장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은 인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MBC도 <극진한 국빈대우>(정준희 기자)에서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의전의 격을 높였다”, “의전용 방탄차”등을 언급하며 주목했다. 


3. MBC, “띄울 수 있는 건 다 띄우겠다”

- 대통령의 ‘실수’까지 ‘재치와 유머’로 미화

 MBC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순방 에피소드’를 따로 빼 2건을 보도했다. 5일 MBC <39년 만에 감격의 재회>는 “박 대통령은 오늘 프랑스를 떠나기 직전 유학시절에 자신을 살뜰히 챙겨줬던 당시 도지사의 부인과 만났다”, “39년을 뛰어넘는 감격의 재회 순간. 박 대통령이 창가를 서성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린다”며 마치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보도했다. 

 이어 8일 MBC <박 대통령 “극적인 입장”>은 박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진 사실을 보도하며, 넘어진 후 “박 대통령은 재치있는 유머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미소를 잃지 않고 일어”나 ‘드라마틱 엔트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극적인 입장이라는 한마디에 분위기는 전환됐고 행사는 탈없이 이어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MBC <박 대통령 “극적인 입장”>(11/8) 보도 화면



4. 대통령 ‘외국어 능력’만 관심, 발언 내용은 무관심

 박 대통령이 한․프랑스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프랑스어로 연설하자 방송3사는 “프랑스어 연설은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KBS), “프랑스어 연설은 방문국 국민과 문화에 대한 존중이며 친근함을 위한 배려”(MBC), “프랑스어로 연설했고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틈틈이 프랑스어를 공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SBS)며 적극 띄웠다. 

 그러나 방송3사는 ‘프랑스어 잘하는 대통령’ 띄우기에만 ‘올인’했을 뿐 정작 박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 WTO의 정부조달협정의 국내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철도분야의 진입 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며 ‘철도시장 개방’을 언급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며 프랑스 기업인들이 ‘만족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발맞춰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철도요금 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도 민영화’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3사는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발언은 쏙 뺀 채 ‘프랑스어’만 극찬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3사가 대통령의 외국어 연설을 찬양한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영어연설에 기립박수’, 중국에서는 ‘중국어 실력이 기대이상’이라는 평가를 덧붙이며 박 대통령의 외국어 연설을 추켜세웠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자국어가 아닌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해 연설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찬반을 떠나 매 순방 때마다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을 강조하는 보도하는 행태는 ‘박 대통령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박 대통령이 하면, 무조건 ‘문화외교’․‘창조경제’라 칭송하는 공영방송


1. 한복입고, 외국어 쓰다 미술관 가면 ‘문화외교’?

 공영방송은 ‘외국어 능력’을 강조하는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미국과 중국, 베트남 방문 당시 MBC는 <여 대통령 패션외교>(조영익 기자, 5/10), <‘노란 재킷’, ‘빛깔’의 정치>(박영일 기자, 6/29)를 통해 박 대통령 의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세심한 배려”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6월 29일자 보도는 ‘패션 화보집’를 연상시키는 보도였다. 

 KBS도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던 6월 30일 <파격예우…신뢰의 여정>(김경진 기자)에서 박 대통령이 입었던 의상을 일일이 언급했고, 베트남 방문 때는 한복 패션쇼에서 워킹한 박 대통령을 언급하며 “한복의 아름다음을 널리 알리면서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한 외교 행보”라고 띄운 바 있다.(<한복입고 문화 교류>(이석호 기자, 9/8))

 이렇듯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에 ‘문화외교’라는 표현을 붙여 성과로 포장한다.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한 것도, 한복을 입은 것도, 심지어 옷 색깔까지도 ‘문화외교’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번 유럽 순방에서도 MBC와 SBS는 박 대통령이 프랑스의 한류팬과 만났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이번 순방에서도 ‘문화 외교’가 돋보이고 있다”고 강조했고, KBS는 박 대통령의 미술관 관람과 옛 프랑스 지인을 만나 프랑스어로 대화한 것을 ‘문화 행보’라고 지칭했다.


2. 공영방송, ‘창조경제’ 무한 반복․띄우기

- 국민 절반이상이 개념 모르는 ‘창조경제’, 공영방송이 주입하는 꼴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다룬 9일간 KBS는 14회, MBC는 16회 ‘창조경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인용했거나 기사제목을 사용한 경우를 제외한 횟수이다. 기자가 리포트를 통해 ‘창조경제’라는 표현을 그만큼 자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사람이 없다. 지난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창조경제’라는 용어와 해당 부서 역할에 대한 ‘모호성’을 한 목소리로 질타한 바 있다. 한국경영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창조경제 뜻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은 청와대 보도자료에 쓰인 ‘창조경제’라는 문구를 비판없이 사용하고 있다.

 KBS는 7일 <창조 경제 협력 강화 첫걸음>(곽희섭 기자)에서 “한국과 영국은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창조경제 협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성과로 꼽았다. 영국의 강점인 문화와 기초과학에 한국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결합을 언급하고 금융협력을 요청한 것을 두고 ‘창조경제 협력을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앞서 3일 MBC는 박 대통령의 미술관 방문을 두고도 “창조경제를 각국의 문화 예술에서도 적극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는 청와대의 홍보를 그대로 차용하는 ‘앵무새 보도’를 내놨다.


방송사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대통령 해외순방의 내용과 성과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옳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언론이 청와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며, 일방적인 ‘찬양보도’를 쏟아낸 것은 저널리즘 포기 선언이다.<끝>



2013년 11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