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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2013.11.7)
등록 2013.11.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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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흔드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조선><동아>는 ‘대환영’
 
 
5일 정부는 통합진보당의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해산 심판 청구’의 근거가 부실하고,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기 위해 짜맞추기 식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RO’와 이석기 의원의 혐의에 대한 1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RO’ 조직이 실재하는 것인지, 내란음모를 벌였는지, 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해도 통합진보당과 직접적인 연계가 있는지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도 전에 ‘RO=통합진보당=종북정당’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트위터 글과 증언을 통해 명백한 증거가 드러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유불리에 따라 ‘이중 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이 ‘강령’과 ‘지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따르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은 오히려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와 ‘정당 설립의 자유’에 위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첨예한 논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정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강제해산에 대한 법까지 추진하고 있어, ‘공안 통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국민의 선택으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을 두고 ‘해산’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중대한 사안을 대통령 부재 하에서 ‘긴급 상정․의결’됐다는 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해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 주장 확대하기 바쁜 조중동
통합진보당 해산 여부에 대한 결정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으나, 정부의 주장과 해산심판 청구가 정당한 것인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는 아닌지 등에 대한 언론의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정부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통합진보당에 대해 미리 단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일간지는 통합진보당 사건에 대해 6-7일 양일간 평균 17건의 보도를 내며 주목했다. 특히 6일에는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1면 헤드라인으로 배치하고, 모두 사설을 내는 등 해당 사건에 주목했다. 그러나 일간지 별로 보도에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지면을 통해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진보당을 미리 ‘위헌정당’으로 규정해놓고 근거를 짜맞추기 식으로 구성해 논리적 허점이 많으며, 특히 정부가 핵심 문제로 제기한 통합진보당 ‘강령’이 타 정당과 유사하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나아가 경향신문은 6일 4면 <①정권 악재 때마다 ‘공안’카드…‘대선개입’ 잠재우기 노림수 ②국가기관 대선개입과는 ‘다른 잣대’ ③정당해산심판 청구가 긴급 안건인가 ④헌재 결정시점, 지방선거에 맞췄나>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의 정치적 의도와 배경을 분석하며 정부의 ‘노림수’에 주목했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도 <정부, 보수언론 조사만 봐놓고…“여론이 이렇구나 판단”>이라는 기사를 통해 법무부의 심판청구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7일 3면 <“진보적 민주주의는 오랜 토론끝 채택 북이 사용한다고 쓰지 말라는 거냐”>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지적한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독자적 이념으로 북한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이름만 같을 뿐 내용이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중동은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해산심판 청구서 내용을 기초로 정부의 입장을 적극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7일 6면 <통진당만 ‘국보법 폐지․한미동맹 해체’ 주장>에서 통합진보당과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의 강령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실제 통진당의 강령을 살펴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의당 등의 강령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통진당 강령에는 과거 김일성이 주장해 확립된 북한의 건국이념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이란 표현 대신 ‘민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한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를 다원화 한다’라는 표현을 두고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는 북한 헌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동맹 해체와 국보법 폐지도 북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통합진보당의 강령 중 일부가 ‘북한과 비슷하다’, ‘유사하다’며 법무부의 해산 심판 청구에 힘을 실은 것이다. 정작 ‘북한과 유사’하고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정당해산의 합당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따져 묻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6일 3면 <“당전체가 종북…국회를 혁명 교두보 삼아”>에서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북한헌법을 비교하며 “사실상 동일하다는 게 법무부의 분석”, “법무부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며 법무부의 입장을 강조했다.
 
 
<조선>, “통진당은 북한 하수인 노릇하는 위장 정당”
<동아>, “국민분열 막는 길은 민주당이 통진당과 선 긋는 것”
<한겨레>,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특정 정당 해산 하는 건 권력 남용”
<경향>, “‘국면전환용’ 공안정국 조성,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권”
 
이러한 보도의 차이는 ‘사설’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6일 조선일보는 “통진당은 북한 하수인 노릇하는 위장정당”, 동아일보는 “통진당은 비민주적 정당”이라는 등 통진당이 ‘위헌세력’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 또한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환영’ 입장을 보이면서 헌재가 정부의 청구를 받아드릴 것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논란을 나열하며 ‘차분히 기다리자’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부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면서 정당 존립여부는 ‘국민이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6일 사설 <통진당 해산 심판 통해 ‘헌법 보호 정당’ 기준 분명히 해야>는 “통진당은 북한을 추종하며 대한민국을 무력 폭동으로 쓰러뜨리고 북한식 체제를 만들려하고 있다”고 못 박은 뒤 “‘진보정당’임을 내세워 왔지만 사실은 북한 노동당의 대남 적화 전략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위장 정당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법부의 1심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유죄가 난다고 해도 RO조직과 통합진보당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점 등은 무시한 채 이미 ‘통합진보당=북한 하수인’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것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통진당 해산 심판 맡은 헌재의 역사적 책무 무겁다>는 △지난 해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을 언급하며 “통진당이 2011년 12월 창당 이후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챙긴돈이 100억여 원”이라면서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진당 내에는 민주적 진보 세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통진당을 헌법 테두리 안에 놓아둘지, 축출할지를 심판해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비민주적 정당은 해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청구를 적극 지지했다. 또 사설 말미에는 민주당을 겨냥해 “통진당 해산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을 막으려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통진당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압박했다.
 
중앙일보도 6일 사설 <통진당 문제, 헌재 결정 차분하게 기다려야>에서 “여러 논란”이 있다면서 정부가 청구한 근거인 ‘목적과 활동’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을 나열한 뒤 “정치권과 사회는 공방을 자제하고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며 관망 자세를 취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6일 사설 <민주주의 근간 뒤흔든 진보당해산심판 청구>에서 “박근혜 정부가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그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되물었다. 사설은 “정당 및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며, 정당 존립 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한다”면서 “정부가 편향된 시각에 함몰돼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덤비는 것이야 말로 국민의 선택권 등 헌법에 보장된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 “심각한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설은 유신체제를 언급하며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의 폭력적 광기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7일에도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가>라는 사설에서 국정원 선거개입부터 진보당 정당 해산심판 청구, 전교조․전공노 탄압 등을 언급하며 “어디 하나 정상인 곳이 없다”, “바야흐로 공안의 시대”라고 한탄했다.
 
경향신문도 6일 <정당의 존폐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정권이 자의적으로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에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를 부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행태”라고 지적하며 ‘청구 철회’를 요구했다. 사설은 “박근혜 정권은 출범 이후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 마다 공안정국 조성으로 이를 돌파해왔다”면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권”이라고 질타했다.<끝>

2013년 11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