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역사교과서 논란] 뉴라이트 한국사교과서의 위험한 친일 미화(2013년09호)
등록 2013.10.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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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한국사교과서의 위험한 친일 미화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 l junsik@yonsei.ac.kr

 

 

2013년 8월 30일 뉴라이트 한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자 이 날이 제2의 국치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라이트교과서는 검정과정에서 다른 교과서에 비해 2-3배의 오류를 지적당했다. 그것도 대부분 연도, 인명, 단체명, 사건명에서 나타난 치명적 오류였다. 검정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마땅했다. 그런데도 국사편찬위원회는 친절하게 교정작업을 해주고는 검정을 통과시켰다. 그렇지만 여전히 오류투성이인 교과서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에 몇몇 역사학단체가 뉴라이트교과서에 대해 검토한 결과 300여 건에 이르는 명백한 사실오류, 축소·과장·왜곡, 편파해석 등의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서 까고 까도 계속 잘못이 나오는 ‘양파껍질 교과서’에 비유될 정도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교과서는 임시정부에 대해서조차 앞뒤가 맞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보기를 들어 어디에서는 임시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정부승인을 받았다고 쓰고는 다른 데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썼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승인을 받았다고 쓴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이런 오류가 교과서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된다. 한마디로 교과서를 집필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이념의 굴레에 사로잡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긁어모아, 그것도 잘못 긁어모아 거짓을 사실처럼 쓴 것이 뉴라이트교과서이다. 병을 치료할 자격이 없는 돌팔이 의사가 역사 교육에 칼을 대겠다고 나선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다른 교과서와 뉴라이트교과서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는 친일파에 대한 서술도 있다. 다른 교과서는 모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친일문제를 서술하고 있으며 서술의 기조도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데 맞추고 있다.


그러나 유독 뉴라이트교과서만은 친일의 역사를 거의 서술하지 않고 있다. 채 10줄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친일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본문 서술에서 직접 이름이 거론된 친일파는 이광수뿐이다. 나머지는 익명성이라는 방패 아래 꼭꼭 숨겨두었다. 특히 각종 ‘친일의 변’을 동원해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더 나아가서는 현양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먼저 친일문제를 서술하는 본문에서 “일제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굴종과 전쟁에 대한 협력을 요구하였고, 강요를 이기지 못한 이들은 이에 따랐다”라는 대전제를 깔아 놓았다. 한마디로 일제의 핍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력한 것이지 자발적으로 친일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는 아무 근거도 없는 억지이다. 당사자들이 그렇게 변명했을 뿐이다. 학계에서도 현재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뉴라이트말고는 없다. 뉴라이트에게는 일제강점 말기 친일을 하지 않고 지조를 지킨 조만식, 송진우, 홍명희, 정인보, 김병로 등의 민족지도자급 인물들은 아예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일제하를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일제에 협력했다는 전(全)민족 공범론도 나온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참여하였다. 학생들은 각급 학교에서 황국신민화정책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고, 일반인들도 징용이나 징병에 응해야 했다”는 서술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강점 말기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 징병과 징용에 끌려간 사람들은 졸지에 부일협력자가 된다. 친일파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들어 역사적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민중의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강제’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피하려는 것은 징병이나 징용을 강제동원으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하고 있는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험한 서술이다. 아니 위험한 정도를 넘어서 사악한 서술이다.

친일을 한 사람들은 ‘과’뿐만 아니라 ‘공’도 있는데 ‘공’이 ‘과’보다 크니 친일은 덮어야 한다는 ‘공과론’도 등장한다.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친일파에 대해 “공과 과가 있는데, 공과 과를 함께 논한다면 어느 쪽이 클까? 주요 공적에 대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훈법에 비추어 포상을 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면 적절할까?”라고 해 훈장을 주어야 한다고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 친일파에게 훈장을 주자는 이야기가 실린 교과서를 과연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 가만히 놓아두면 다음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죄는 있지만 한미·한러·한일관계에 세운 공도 많으니 이완용에게도 훈장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올 일이다.


이처럼 낯이 뜨거울 정도로 오류와 왜곡이 많은 교과서, 친일파를 미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해친 교과서로는 학생들을 올바른 역사의식, 시민의식, 민족의식을 갖도록 길러낼 수 없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수정지시로 끝까지 쓰레기 교과서를 보호하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수정지시는 해결책이 아니다. 쓰레기는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뉴라이트교과서의 검정을 즉각 무효화해야 한다. 아니면 교육부는 쓰레기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