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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중계] 언론단체들 "인권침해 · 추측보도 중단하라" 한목소리
등록 2013.09.3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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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들 "인권침해 · 추측보도 중단하라" 한목소리
[기자회견중계]국정원 ‘간첩 의혹사건’ 보도행태에 대한 제 언론단체 기자회견



ⓒ 언론노조제공


우리단체와 언론노조 등 14개 언론단체들은 3일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에서 최근 언론들의 국정원 '간첩 의혹사건' 보도행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정국과 냉전을 부추기는 선동적 보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이 이번 사건을 '386간첩단'으로 단정하면서 정치권과 청와대, 시민사회에 대한 '연루 가능성'까지 섣불리 추정하며 심지어 한미FTA 반대운동,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마저 '북의 지령'에 의한 것 인양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신중하게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본질과 사실을 제껴둔 채 추정 · 가능성으로 도배하고 있는 일부 회원 기자들의 기사에 유감을 표하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대중조작에 앞장서고 있는 기자들의 이름을 기억하여 강경하게 비판 ·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단체 신태섭 대표는 간첩의혹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사실호도 · 인권침해 · 대중조작과 같은 과거의 구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단체 김유진 사무처장이 조선일보 등 인부신문의 '간첩의혹사건' 보도모니터 내용을 발표했다. 김 처장은 이들 신문의 관련보도가 '인권침해, 선정적인 제목달기, 의혹 부풀리는 추측 · 예단보도'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차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리단체 이명순 이사장과 신태섭 대표, 정일용 기자협회장,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 이창형 기술인연합회장,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 불교언론대책위 진관스님이 참가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국정원 ‘간첩 의혹 사건’ 보도행태에 대한 제 언론단체 입장>




공안정국과 냉전을 부추기는 선동적 보도를 중단하라!


역사는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1994년 7월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은 학생운동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 세력이 북한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 세력이 요인 암살 등을 위한 테러 조직까지 구성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발언을 일삼았다. <조선일보>는 그해 7월21일 사설 ‘용기 있는 지식인이 할 일’에서 “박홍 총장은 용기 있는 지성인의 역할을 했다”고 추어올리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그해 7월과 8월 두 달 동안에만 12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끌려가 북한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급기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일성 주석에 대한 조문단을 보내자고 말한 이들에게는 ‘친북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것은 비극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06년 10월 ‘일심회’로 불리는 ‘간첩 의혹 사건’이 터졌다. 국가정보원은 언론에 신중한 보도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으로, 국가정보원장은 <조선일보>와 만나 “이번 사건은 고정간첩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언론은 섣부르게 ‘386 간첩단 사건’이니 뭐니 낙인을 찍고 나섰다.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집회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 됐다. <중앙일보>는 일심회 사건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이 주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민변을 이상한 단체로 몰아간다. 국정원이 간첩으로 지목한 이들과 만난 적이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졸지에 ‘간첩에 포섭됐다’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희극이다.

1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사회의 수준은 그대로다. 아니 정확히 말해 한국사회 언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눈엣가시 같았던 시민·사회단체와 386 인사들을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다. 공안정국과 냉전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유행하는 ‘합리적 보수’라는 잣대로 볼 때에도, 이런 보도행태는 극히 퇴행적이다. ‘수구의 준동’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간첩 의혹 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이용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동적인 정치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언론보도는 이런 정치공세나 마찬가지였다. 반이성적 정치공세 앞에서 사상의 자유나 인권 등의 문제는 들어설 틈이 없게 된다. 12년이란 세월의 무게는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반영돼야 한다. ‘마녀 사냥’이 아닌 차분한 보도를 보고 싶다. <끝>.

2006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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