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조작사건 담당자 500인의 온라인 인명사전, 곧 공개된다
등록 2016.03.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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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기 2016년 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
과거사 조작사건 담당자 500인의 온라인 인명사전, 곧 공개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매달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다음 시상식 및 간담회는 3월 29일(화) 저녁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많이 오셔서 좋은 기사를 쓰신 기자와의 대화에 동참하세요.

 

 

2월 23일, 민언련 선정 2016년 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 탐사기획팀의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보도가 선정되었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에는 JTBC ‘입법촉구 서명운동 논란’ 관련 보도의 최종혁․윤샘이나 기자 등 7명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생방송 리포트로 인해 수상자 전원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겨레 탐사기획팀을 대표해서 고나무 팀장과 김민경 기자가 참석했다. 아래는 두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겨레 고나무 탐사기획팀장,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김민경 기자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고나무 : 이번 기획은 김민경 기자가 발제를 했다. 과거사 판결 책임자 문제가 주목할 만 한 가치가 있다고 했고, 주요한 기획자 역할을 했다. 저는 그것을 돕고 지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기획 보도를 통해 역시 후배를 잘 둬야한다는 것을 느꼈다.(웃음)


김민경 : 고나무 기자께서 너무 과분하게 말씀하셨다. 회의가 끝날 즈음에 이런 주제가 기사가 될 것인지 고나무, 김경욱 두 기자께 물었는데 괜찮겠다고 답해줬다. 두 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던 기획이다. 두 분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같이 고생을 많이 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자료를 많이 봤다. 저도 이번 기획 보도를 통해 동료를 잘 둬야한다고 느꼈다.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다.

 

Q. 자료를 모두 분석하는 것이 지난했을 것 같은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됐나
김민경 : 한 달 정도이다. 기사를 보면 49통일평화재단(이하 49재단)이라는 단체가 나온다. 과거사와 연관이 깊은 단체다. 인혁당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의 유가족께서 재심 무죄 판결과 손해배상청구 소송 승소로 받은 배상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서 만든 재단이 49통일평화재단이다. 이곳의 주요 업무가 과거사 후속작업이다. 사실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서 그 후속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아무런 후속작업 없이 문을 닫았다.
그 후속작업을 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는 곳이 49재단이었다. 거기서 2∼3년간 꾸준히 자료를 모아 오셨다. 재심이 나면 원심 판결문과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 재심 판결문까지 모아 놓았던 것이다. 그 양이 상당히 많아서 28권 정도이다. 전에 탐사기획단에 계시던 기자가 비슷한 기획을 시도한 바 있어 자료가 일부 있었고 49재단에 계셨던 지인의 도움으로 28권의 자료 중 79건을 자료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번 취재에서 우리가 실제로 본 분량은 20권정도 된다. 책 하나가 500∼600쪽 정도이다. 자료만 한 달 가까이 봤다. 다른 추가 취재 이런 걸 다 떠나서 자료를 보고 입력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들었다. 중노동이나 다름없었다.

 

Q. 시리즈 일부에서 총선 출마 예정자 관련 보도가 있어 총선 보도로 분류했다. 출마 예정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애초에 기획 의도였나?
고나무 : 전혀 그렇지 않다. 탐사보도를 준비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보도 타이밍인데 선거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 목적으로 했다면 오히려 적절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재심을 권고하고 그 재심에 따라 무죄확정 판결 받은 시기가 올해 1월이었다. 심지어 2건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이것이 시의성을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조작사건을 담당자 중에서 이번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취재하다보니 우연히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기에 조작 사건 과거사를 담당했던 분들이 사과와 반성 없이 출마하려 한다는 기사를 구성했기에 도드라져보였을 것이다. 우리 기획 의도 자체는 그것과 무관하다.

 

Q. 2월 중에 순차적으로 인명사전을 공개한다고 했는데 아직 안 된 것 같다. 계획은?
고나무 : 한겨레 탐사기획팀은 기사의 기획과 구현, 유통 세 가지 측면에서 디지털적 요소가 없다면 더 이상 의미 있는 기사를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기획은 종이 기획만 내보냈다. 내부적인 사정이 있었다. 이건 1탄이고 사실 본령에 해당하는 것은 500명을 정리한 디지털버전의 인명사전이다. 공개 시점은 3월 말 4월 초로 잡고 있다. 어찌 보면 그게 더 센 것일 수 있다. 저희들 목표와 기대는 그렇다.

 

Q. 민언련이 드리는 2015년 ‘민주언론시민상’을 한겨레 탐사기획팀이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아동인권 등 보도내용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한겨레 탐사기획팀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하자는 메시지가 강했다. 현재 한겨레 내부에서 탐사기획팀에 대한 자리매김이나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
고나무 : 사실 한겨레가 저널리즘 트렌드에서 매우 뒤늦은 것이 사실이다. 탐사기획팀도 타사에 비해서 뒤늦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편집국 과반수 이상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고 특히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한겨레에도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저널리즘 태도에서 보수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탐사보도의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졌고 선도한 적이 없다. JTBC 이규연 선배나 세계일보, 또는 뉴스타파 김용진 선배 같은 분들이 한국 탐사보도의 1세대인데 한겨레에는 그런 분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이 고민을 팀으로서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한겨레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탐사팀이 한국사회에도, 한겨레라는 조직에도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다. 그래도 아직 많이 모자라다. 여전히 탐사보도의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져 있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양과 질 모두 확대해야 한다는 뉴스룸 안의 합의들이 번져가고 있다. 단언컨대 최소한 탐사기획팀이 없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Q. 인명사전과 같이 탐사기획팀 차원에서 이용자들이 계속 찾아볼 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기획할 계획인가
김민경 : 온라인 디지털 기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 기획도 원래는 목표가 온라인 사전이고 신문은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했다. 여러 사정 때문에 분리가 되긴 했다. 이 사전은 아마 인터넷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해서 누구나 접촉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그런 고민을 항상 한다. 앞으로 어떤 기획을 하더라도 온라인 디지털 방식의 구현, 누구나 언제나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그런 방식이 모든 기획의 조건, 기준이 될 것이다.


고나무 : 탐사기획팀이 1주일에 한두 번 회의를 하는데 다른 종이신문 부서의 기획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기획과 발제 단계에서부터 이걸 디지털적으로 기획하고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쓰면 끝이다. ‘에버그린’이라고 하셨는데 원래 의미는 ‘트렌디’함을 의미한다. 그걸 넘어서 오랫동안, 언제나 존재한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다면 그건 우리 탐사팀의 매우 본질적인 고민 중 하나이고 다음 아이템 선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어떤 소재로 탐사기획을 진행하던지 온라인 디지털로 구현해서 소비자들이 언제든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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