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지를 말하다”
등록 2016.07.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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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기 2016년 6월 

7월 22일 합정동 국민TV 지하카페에서 민언련 선정 ‘2016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2016년 6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 진명선, 김미향 기자의 ‘법학전문대 불공정 입시 의혹 제기’ 관련 보도로 선정됐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는 JTBC 윤설영 기자의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업 중단’ 관련 보도가 뽑혔다. 한편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상’에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경우회 친정부 정치활동 자금 지원> 보도가 선정됐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진명선 기자와 JTBC 윤설영 기자, 국민TV 김지혜 기자, 강혁진 촬영기자가 참석했다. 6월의 좋은 보도를 수상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 한겨레 진명선 기자

 

△ 왼쪽부터 민언련 고승우 이사장, 한겨레 진명선 기자,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로스쿨 입시 개선까지 끝까지 보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고맙다. 민언련 소개 영상을 보니 오늘 받는 상이 무게감이 있다고 느꼈다. 사실 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상을 받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로스쿨 입시 개선 방향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이 있다. 끝까지 책임지고 보도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다.

 

Q. 회원들에게 취재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제보자의 결단에서 시작한 로스쿨 입시 부정 의혹 보도”

보도 다음 날 ‘대체 어느 대학이냐?’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어떻게 이런 내부 문건을 보도할 수 있었냐는 것을 가장 궁금해 했다. 사실 제보자의 결단이 필요했다. 신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믿을만한 제보자가 좋은 결단을 내려주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기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늘 문제가 발생하는 한국사회에서 그 문제에 어떤 식으로 접근 할 것이냐는 기자의 역량이나 판단에 달렸다. 한겨레는 구조적와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라는 근본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제보자가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어느 대학인지를 드러내고 밝혔어야 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여러 로스쿨이 공유하는 기준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 개선과 같은 부분에 대해 후속 취재를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고 죄송하다. 

 

한겨레 진명선 기자

 

 

Q. 미국과 일본은 로스쿨 입시 과정에 대해 상세히 공개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하고, 왜 한국은 그렇지 못한지 답변 부탁드린다.

 

해당 부분은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한 내용이라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은 이렇다. 미국은 어떤 인종으로 구성이 돼 있다는 정도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한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나라는, 그러니까 출신 학부와 나이 등 우리나라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로스쿨은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해당 로스쿨의 교육의 질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로스쿨 정원이 정해져 있다. 일단 2천 명을 뽑고 나면 로스쿨이 별다른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그래서 ‘(정보 공개 등을)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견제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 JTBC 윤설영 기자

 

△ 왼쪽부터 민언련 이완기 공동대표, JTBC 윤설영 기자,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많은 언론이 외면한 주제에 관심을 보여줘 고맙다”

뜻 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보도를 지켜봐 주신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감사하다. 사실 앞서 (화면에) 나왔던 예산안 한 줄에서 시작했다. 삭제된 예산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말하기를 이것은 원래 민간에서 해야 할 일이며, 민간에서 원해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등재 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정반대였다. 정부가 먼저 예산을 삭감했고, 쫓겨나다시피 사업장에서 나왔다는 얘기였다. 곧 지난 ‘한일 합의’ 이후 정부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해 강제로 사업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보도를 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 나의 감수성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보도이다. 그런데 주요 언론사에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JTBC 뉴스가 나간 이후에 다른 인터넷 언론에서는 다뤘는데,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다루지 않았다. 국익도 중요하고 한일 관계도 중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 하는 말로 기자로서 ‘뭣이 중한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몇 차례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기자 인생의 한 주제라고 말하면 좀 거창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 주제에 대해 꾸준히 취재하고 좋은 보도를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 JTBC 윤설영 기자

 

 

Q.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업 예산 삭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 정부가 보일 태도가 뻔히 예상된다. 후속 취재를 한다면 어떤 방향일지 궁금하다. 더불어 국회 안에서 위안부 관련 사항을 되돌릴 가능성은 있는가?

 

알다시피 여소야대 상황이라 표면적 상황은 나쁘지 않다. 엊그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2015년 결산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가 열렸다. 4억 4천만 원 유네스코 등재 사업 예산이 삭감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부대의견을 달기로 했다. ‘위안부 백서 발간을 서두르고, 유네스코 등재 사업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람’과 같은 부대의견이 달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극심해서 ‘유네스코’라는 말을 빼지 않으면 부대의견을 달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사실 부대의견은 특별한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주 수준의 코멘트에 불구한데 여당 의원들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예산 부분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에서 거부하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상황은 올해 배정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고, 내년에도 등재가 완료 될 때까지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상’ 국민TV 김지혜 기자, 강혁진 촬영기자

 

△ 왼쪽부터 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 국민TV 김지혜 기자, 강혁진 촬영기자,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현장을 지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김지혜 : 사실 상을 받기가 창피하다. 그래도 현장을 오래 지키라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계속 현장 잘 지키겠다.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긴 하나, 경우회의 내부 자료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워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강혁진 : 7월 22일은 국민TV에 특별한 날이다. 1년 만에 이런 뜻 깊은 상을 받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지금까지 수고했다는 격려로 받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감사하다. 

 

국민TV 김지혜 기자(왼쪽)

 

△ 국민TV 강혁진 촬영기자

 

 

 

Q. 회원들에게 취재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총회장소에서 기다리면서 자료 습득”

JTBC에서 어버이연합의 친정부 활동과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에 대한 이런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전경련 외에 또 다른 돈줄로 경우회라는 사단법인 단체가 지목됐다. 전경련의 자금 지원은 통장 기록과 같은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는데, 경우회는 그 액수가 아주 미미하게만 드러났다. 그래서 경우회 예산 내역을 국회를 통해 받아보려고 했지만, 경우회는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는 단체기 때문에 회비를 어떻게 썼는지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돈을 어떻게 썼는지가 상당히 궁금한데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정보공개청구대상도 아니고 국회를 통해 감시 받는 단체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제보자를 찾거나 현장에서 발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우회에서 매달 한 번씩 <경우회보>라는 회지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우회보>에서 전국 총회 개최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총회 현장에 직접 갔다. 강신명 경찰청장, 고엽제 전우회 등 많은 분들이 참여했더라. 지하에 식사 공간을 마련해서 또 누가 오셨나하고 내려갔더니, 안보단체라는 라벨이 붙은 테이블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경우회와 소위 안보단체가 친밀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어떻게 예산 사용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을 입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분명히 예·결산 내역을 대의원 총회에서 의결할 테니까. 그래서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어르신 대의원들이 봉투를 꽁꽁 싸매고 나가시더라. 가서 말을 붙여보려 했는데, 이분들이 도무지 바늘구멍도 안 보였다. 그래서 그냥 계속 더 기다렸다. 그러다 결국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습득’했다.(웃음)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 돈을 많이 썼는데,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된 극우단체는 정말 얼마 안 되었다. 어버이연합 100만원은 적시되어 있었고, 조갑제닷컴이라는 사이트에도 협찬을 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 외에도 군소 극우단체에 광고비 명목으로 협찬을 했더라. 그런데 그 액수는 총액을 다 합쳐도 이천(만원 조금 넘는 정도)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단체들에 협조를 했다’, ‘안보 행사를 진행 했다’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쓰여 있는 금액 액수가 상당히 컸다. 앞서 보여준 보도 영상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8억 원 정도의 비용을 사용해 경우회 주도의 극우단체와 소상공인 모임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보면 1억 원이 넘는 금액이 ‘협찬금’으로 적혀 있었다. 어디에 썼는지 예결산 내역에 상세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자세한 내역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도했으면 독자들에게 더 와 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우회 보조금 관련 후속 보도 준비 중”

이후 준비하고 있는 추가보도는(이런 방향이다), 이미 많이 보도되었지만 경우회에 매년 2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경찰에서 하는 ‘아동 지킴이’라는 사업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아동 지킴이’ 활동을 하시는 경우회 회원들, 대한 노인회 회원들 인건비로 들어간다. 그래서 유용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조금 내역을 보고 있다. 그런데 쉽지가 않아서 답보 상태다. 조만간 추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이달의 좋은 보도 간담회

 

 

Q. 경우회 관련 보도를 어버이연합 건만큼 명백한 사실을 보도했다고 본다. 그러나 공론화가 많이 되지 못하고,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제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말씀해 주셔서 고맙다. 지금 사안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버이연합TF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고, 국민의당도 어버이연합 관련해서 대검찰청을 방문하는 등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다른 사안들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Q. 국민TV의 현 상황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어쩌다 보니 하소연할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 국민TV 사정이 어려워 보도팀이 작은 상황이라 좀 무리하게 일을 하고 있다. 카메라 기자 포함해서 5명의 기자가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모든 사안을 커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발로 뛰어다니고는 있는데 부족하다. 그래서 더 좋은 기사를 빨리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이달의 좋은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