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기 | 2016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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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민언련 선정 ‘2016년 10월 이달의 좋은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의 <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단서 제시> 보도가 선정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드러낸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청와대 문건 폭로 보도> 13건은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로 선정되었다.
온라인 보도 부문에서는 경찰이 은폐한 ‘백남기 상황 속보’를 폭로한 <경찰이 “파기했다”던 상황속보 입수 “백남기 물대포 맞아 부상, 뇌출혈” 기록 담겨>가 선정되었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손준현, 노형석 기자, JTBC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 손용석, 서복현, 심수미, 김태영, 박병현, 김필준 기자,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가 참석했다. 10월의 좋은 보도 수상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거리로 나와 투쟁한 연극인들 덕분,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더욱 노력하겠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손준현 기자 : 이 상은 저보다 연극인들을 비롯한 문화예술계분들이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해 9월 예술계 검열이 있었으며,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제도에서 특정인을 배재함이 드러났다. 극장에 있어야 할 연극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에 대해서 일제 강점기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폭압적 검열 제도를 부활시켰음을 알렸다. 4월부터는 <검열각하 권리장전>이라는 릴레이 연극을 통해서 계속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형석 기자 : 저는 11월 달 조윤선 장관 블랙리스트 작성 후속보도를 해 같이 상을 받게 되었다. 문화 융성을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실제로는 현장 예술인들을 옥죄고. 지원을 미끼로 그들을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줄 세우고 탄압하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번 사건은 예술인들에게 자기 검열을 강제하고, 그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문화 예술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의 차원을 넘어서, 인권에 대한 폭거라 본다. 블랙리스트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추적하고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노력해 지면에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왼쪽부터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한겨레 노형석, 손준현 기자
회의록 입수 경위, 보도 과정은 어떻게 되나
손준현 기자 : JTBC 보도 이전에 최순실을 국민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한겨레 보도였다. 특별 취재팀 보도로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그 과정에서 5월, 12월 회의록이 입수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의 12월 자료는 대부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관한 것이었다. 문건 입수할 때부터 미르재단, K-스포츠가 관심 사안이었다. 이를 이번 블랙리스트 보도 하루 전 정치부에서 보도했다. 그런데 내가 자료를 보다 보니,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도 매우 중요하더라. 도종환 의원실에 따로 요청해 자료를 입수하고 보도했다. 그 전 날 나간 미르재단 보도보다 블랙리스트 보도가 훨씬 많이 읽혔다. (웃음)
최순실 게이트,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손용석 기자 : 취재팀 꾸린 건 두 달, 태블릿 PC 문건 파일 보도한 건 한 달 정도다. 그 동안 정국이 급변했다. JTBC가 했다기보다는 다 같이 했다. 앞서 한겨레나 TV조선 매체들이 잘 해줬고, 바통을 이어서 한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대통령 입장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후속 보도를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줄곧 대통령 입장과 상관없이 보도를 준비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다.
심수미 기자 : 저희 뿐 아니라 많은 언론사에서 하나씩 하나씩 정말 그것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졌었던 심각한 수준의 범행이었다는 점들을 계속해서 확인해 나가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다.
서복현 기자 : 한 달 정도 지났다. 아직 의혹이 많이 남아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박병현 기자 : 아직 더 많이 취재할 것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김필준 기자 : 입사한지 1년도 안되어서,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 왼쪽부터 김동훈 선정위원,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JTBC 손용석, 심수미, 김필준 기자,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최순실 게이트 겪고 민언련에 가입하게 된 시민이다. 나도 낙담하고 분노하는데, 취재하는 기자들의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손용석 기자 : 청와대에서 반론을 했다고 하지만 길라임 말고는 별로 반론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웃음) 그것도 간호사가 지었다는 거다. 청와대 반론 보단 국정 농단 자체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도 밤잠을 못 잘 정도이긴 하다.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임감도 생긴다. 최순실 씨가 구속이 된다고 해서 사회가 그렇게 많이 바뀔까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 끝까지 해 봐야겠단 생각을 한다. 참담함을 오히려 취재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심수미 기자 : 맨 처음 ‘연설문 고친다’는 말을 인용 보도를 했을 때, 청와대는 ‘무슨 봉건시대도 아니고’란 반응을 내놨다. 대표적인 청와대 반론 중에 가장, 이 사건을 명쾌하게 표현하는 단어란 생각이다. 청와대 측의 해명이나 반론이 오히려 취재 원동력이 되는 측면도 있다.
태블릿 PC를 검찰에 빨리 제출한 게 아니냐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떤 입장이었나?
손용석 기자 : 수많은 가능성을 놓고 분석했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데까지 판단했다. 그래서 검찰에서 더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넘겼다.
서복현 기자 : 충격적인 내용이 많이 있었지만 기자들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 있고, 검찰이 수사로 입증을 해서 처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태블릿 PC는 수사에서 주요 증거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시간이 오래되면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점점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보도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신속하게 내용 파악을 하고, 훼손시키지 않고 빨리 검찰에 제출해 수사를 촉구하고 수사가 잘 될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첫 보도 전에 검찰에 제출했다.
고영태 씨 증언 보도 후 이원종 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태블릿 PC를 공개했다. 전략적으로 순차공개 한 건가?
손용석 기자 : 고영태 씨 증언 보도할 때부터,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는 사안에 대해 아예 무시하거나 혹은 전면 부인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태블릿 PC까지 함께 보도했다면 이번에도 오히려 아니라고 전면부인 했을지도 모른다. 시나리오를 짰다기 보단 하나의 큰 주제를 먼저 던졌고, 이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폈다. 보도 후 명백히 잘못된 반응이 왔다. 그 때 보도해도 되겠다 판단했다. 바로 보도했을 때의 파장도 고려했다.
개인 소유물을 입수한 건데, 보도 내용 선별 과정도 궁금하다
손용석 기자 : 태블릿 PC 내용 분석에 일주일 넘게 걸렸다. 딱 잘라서 어디까지 보도해야지라고 선을 정해 놓기 보단, 사실 확인이 된 것만 보도했다. 우리의 보도를 보고 타 매체가 추가 단독 보도를 하면 좀 더 알아보고, 그렇게 이어 이어 보도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이 클 수 있었던 건 다른 매체들과 함께 돌아갔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백남기 농민 사건은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옥기원 기자 : 기자 생활한지 딱 3년 째 됐다. 동기들을 세월호 기수라 부른다. 수습과 동시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뒤에 국정 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 백남기 농민 사건, 민중 총궐기, 탄핵 정국까지 거의 매 분기 정신없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냈단 칭찬의 의미로 상을 주신 것 같아 의미 있게 생각한다. 백남기 농민 상황속보 기사가 부검문제 결과를 잘 매듭 짓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다음에는 나쁜 이슈보단 좀 더 흐뭇한 기사로 상 받고 싶다.
△ 왼쪽부터 김동훈 선정위원,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상황속보 문건은 어떻게 입수한 건지 경위가 궁금하다.
옥기원 기자 : 기자생활 하면서 늘 유념하고 있는 것은 ‘상황을 바꾸는 건 한 줄의 팩트’라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팩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상황속보가 은폐됐다는 것은 국회 청문회 때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됐고, 그 때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상황 속보가 집회 참가자들 기소하거나 송치하는 과정에서 증거 자료로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됐다. 민중총궐기 당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들의 변호인을 한 명, 한 명 만나 상황속보를 확인했다.
입수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자료 먼저 입수하고 시기를 봐서 보도한 거 아닌가?
옥기원 기자 : 잠이 안 오더라. 시기를 판단해서 보도할 여유도 없었다. 목표는 하나였다. 상황속보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 명 한 명 확인했다. 상황속보를 얻은 뒤 변호인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은 “한겨레에 주지 마세요”였다. 알겠다는 대답은 들었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 자료를 입수한 그날 저녁 바로 보도를 냈다. JTBC는 태블릿 PC를 입수한 뒤 일정 기간을 두고 ‘검토’했다고 했는데, 우리 같은 작은 매체에선 그럴 인력이 없다. 검토하는 시간에 다른 큰 매체에서 보도가 나가버리는 일이 많았다. 사실 나라도 이런 중요한 사안은 JTBC나 한겨레를 통해 알리고 싶을 것 같긴 하다.(웃음)
백남기 농민 논의 자체가 묻혀버렸는데.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옥기원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 때문에 백남기 농민 관련 이슈가 사라져버려 안타깝다. 유족들도 이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다. 아직 규명할 것도 많고, 책임자 처벌도 해야 한다. 그런데 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취재는 이제 시작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