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의 ‘수신료 인상 토론회 관련 KBS 입장’에 대한 논평(2013.7.10)
등록 2013.09.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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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구차한 변명,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KBS가 어제(9일) 우리단체와 최민희 민주당 의원실, 언소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KBS 수신료 인상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 토론회 (7월 9일) 관련 KBS 입장>이라면서 △KBS의 재정현실 △KBS 보도 공정성 논란 △종편 살리기라는 의혹 △국민 81.9%가 수신료 인상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등 4가지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른바 ‘수신료 인상에 대한 KBS 입장’은 현실을 망각한 터무니없는 주장일 뿐,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언어적 수사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는 얼토당토 않는 KBS의 주장에 분노를 느끼며, 더 이상 이들에게 기댈 희망조차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다.
 
먼저, 공정성 논란에 대한 KBS의 입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된 주장에 불과하다. KBS는 공정성 논란에 대해 “관점에 따라 주관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LL 회담록’이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의 사안들은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논쟁적, 정파적 사안으로 KBS는 다양한 측면의 논점을 다루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KBS가 이를 ‘의혹’이라고 지칭하고, ‘논쟁적, 정파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체부터가 문제다. 더구나 KBS가 ‘다양한 측면의 논점을 다루면서 균형을 맞춘’다는 주장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과연 누가 이런 거짓주장을 믿는단 말인가.
그동안 KBS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해 ‘축소·누락·은폐·물타기 보도’로 정권친위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경찰 수사,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축소·누락시키며 소극적인 보도행태를 보이다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국면전환용으로 NLL논란을 재점화시키자, 이에 부화뇌동하며 악의적으로 대서특필했다. 심지어 6월 24일 국가정보를 보호해야할 국정원이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했음에도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KBS는 <뉴스9>에서 <발췌본 전격 공개…“NLL 바꿔야”>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거짓방송까지 했다. 이 문제는 언론 보도의 기본 중에 기본인 ‘팩트’조차 왜곡한 것으로 오히려 국민 앞에 사죄해할 일이다.
보도의 공정성은 KBS의 후안무치한 주장처럼,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KBS 보도의 불공정성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저들의 말처럼 ‘진보적 주관성’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KBS가 주요 범죄 사실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왜곡, 심지어 날조하면서 거짓말을 거침없이 진실인양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 국정원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맞불 식으로 놓은 허황된 주장을 대대적으로 중계보도 하며, 근거 없는 여당의 일방적인 주장을 편파적으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자신들이 여야 간의 ‘균형’을 취하고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거짓말에 불과하다.
 
또한, KBS가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종편 살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는 “현재 종편의 위상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광고 유입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라는 것은 오히려 종편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함으로써 수신료 인상과 종편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수작에 불과하다.
수신료를 올린다면 KBS가 행하는 공공서비스를 확대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올려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다. 수신료를 방송서비스의 확대와 개선에 필요한 비용의 두 배 가까이 인상한 뒤, 그 절반쯤 광고수입을 줄이는 것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상업적인 타 매체들, 특히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지상파방송사들과 종편 방송사들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겠다는 것과 같다. 일종의 사기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국민의 돈을 더 쥐어짜 그 돈으로 정권이 여론형성력과 영향력이 큰 다른 상업 방송사들에게 선심을 베푸는 ‘정치적 매수행위’라는 그 사기극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할 바보로 취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KBS가 진정으로 국민의 방송이라면, 국민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광고축소를 먼저 들먹여서는 안 될 일이다. 그보다는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위해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이다. 시청자들이 KBS가 잘못됐다고 지탄하는 이유가 광고비중이 높아서가 아니고, 매우 불공정한 보도로 권력의 하수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임을 명심하라.
 
더불어 최민희 민주당 의원실에서 실시한 수신료 인상 여론조사 설문결과 ‘인상반대 81.9%’라는 결과를 놓고, ‘타당도’, ‘지불의사’를 운운하며 그 조사결과를 폄훼했다. 가소로운 일이다. 그 조사결과 압도적 다수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는 것은 현재 KBS가 하고 있는 잘못된 행태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근거 없이 학술용어를 아무거나 갖다 붙여 조사결과를 폄훼하는 데 열중하는 작태가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나 옹졸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KBS는 자신의 추한 모습, 일그러진 자화상을 직시하고, KBS에 대한 국민의 분노 앞에 겸허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KBS측은 자신들의 재정현실을 거론하며 지난해 말 완료된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만 이미 7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했고,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2018년쯤에는 KBS의 차입금 규모가 9,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절망적인 회계법인의 추산”도 있다며 불쌍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런 추산이 맞다면 수신료 인상요구 이전에 KBS 경영의 부실과 방만의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이 도리이다.
KBS가 수신료인상을 요구하며 내놓은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에 의하면, 수신료 인상분으로 수행하겠다는 공적책무 확대계획의 예산액 중 불요불급한 예산액만 적어도 7천억 원이다. 그 가운데 단순히 ‘불요불급’이 아니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한 예가 1천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24시간 뉴스채널이다. KBS가 24시간 뉴스채널을 신설·운영하겠다는 데에 동의하고 그것을 위해 수신료를 더 낼 의사가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24시간 뉴스채널이 만들어져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왜곡과 편파로 얼룩진 불공정 보도를 쉬지 않고 해대는 뉴스채널 신설에 찬성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KBS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민주적 여론형성 기관으로 정상화되기 전까진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년 7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