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이야기쇼 두드림> 나경원 씨 출연에 대한 논평(2013.01.21)공영방송 KBS가 특정 정치인을 출연시켜 과거 의혹을 해명해주는 방송을 내보내 ‘의혹 털어주기’ 방송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19일) KBS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경원 2013년 평창동계 스페셜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오늘의 멘토’로 출연했다. 나 위원장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왔다가 연회비 1억원인 호화 피부클리닉에서 피부 관리를 받아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러한 세간의 호평과 대조적으로, 지난 주 토요일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지탄을 받았던 나 위원장이 청년들의 ‘멘토’로 출연한 것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고 의문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 나 위원장이 ‘멘토’의 이름으로 출연한 것, 나아가 방송 중에 자신에 대한 의혹을 일방적으로 변명한 것은 ‘집권여당의 방송에 대한 정략적 이용’ 혹은 ‘균형감을 상실한 방송의 권력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부당한 방송장악 이후, 출연자들의 결정에 정치적인 잣대가 작용해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제작진의 그 변명은 나 위원장을 위해 방송이 뭔가 하도록 외부 권력이 KBS 고위층에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까지 차단하는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다. 또한, 그 변명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인물의 출연에 대해 제작진이 공감·동의하거나 스스로 기꺼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말로, 이는 제2, 제3의 ‘나경원식 멘토’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불길하고도 위험한 예고 혹은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공익적 토크쇼’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그 사람의 정치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동원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 위원장에게 청년들의 ‘멘토’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것, 나아가 ‘1억 피부과 설’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스스로 이 프로그램의 본원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KBS의 추한 모습을 또 한번 목격하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아온 좋은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동원하는 추악한 행태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진의 내적 자율성을 재건하고 강화하기 위한 반성과 개혁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선 안 된다.
우리는 새로 들어설 18대 정부와 작년 출범한 19대 국회에 대해 촉구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 및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불법부당한 방송장악에 대한 진상규명에 즉각 나서라. 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타락시킨데 책임 있는 낙하산 사장과 그 부역자들을 즉각 퇴진시켜라.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