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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 대한 논평(2012.8.24)
등록 2013.09.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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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위헌’, 표현의 자유 회복의 주춧돌 삼아야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3일 헌법재판소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인적 사항을 등록해야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조항(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 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부가 도입을 계획한 당시부터 이미 부작용이 예고됐다. 정부는 논의 단계부터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자유로운 토론 문화 저해 △국민에 대한 사전검열 △역차별 논란 등 ‘과잉규제’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개인정보 침해’,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2007년 인터넷 실명제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시행된 지 5년 동안 ‘악성댓글’은 감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용자의 자체검열에 의한 ‘전체 댓글 및 게시글’ 감소, 인터넷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더해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터넷 실명제’는 더욱 유명무실해졌다.
더구나 인터넷 실명제를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도입했다는 점은 한국을 ‘인터넷 강국’에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치욕도 안겼다.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유튜브 사이트를 시작으로 해외 서비스에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하려는 시도를 벌였으나, 역으로 차단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즈로부터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한 예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손상된 표현의 자유와 국가의 위상을 고려하면 헌재의 판결이 다소 늦은감이 있다. 그럼에도 헌재가 이제라도 인터넷 실명제의 표현의 자유 손상을 인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인터넷 이용자 개개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해온 데 더해, 2010년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미디어오늘’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결실이 우리사회 전반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다양한 논의들을 진척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은 헌재의 판결을 ‘표현의 자유’를 신장을 위한 주춧돌로 삼고 자성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등 인터넷에 대한 감시, 규제정책이 강화됐지만, 결국 표현의 자유만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았으며, 건강한 여론 형성의 장이 되는 데 있어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인터넷 통제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여전히 개인정보를 정부기관뿐 아니라 신용정보업체나 이동통신사업자 등 사적기관에 허용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외에도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해 유사한 법조항이 남아있어 표현의 자유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이번 헌재의 판결과 지난 5년 동안의 경험을 무시하고 통신 관련 규제정책과 법안을 내세운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비판적인 여론 확산에 재갈을 물리려는 다른 의도를 품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라는 헌재의 지적을 토대삼아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재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2012년 8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