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정권의 언론계 등 전방위 불법 사찰에 대한 논평(2012.3.31)
등록 2013.09.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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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사퇴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라

 
 
 
 

이명박 정권이 전방위적으로 불법 사찰을 자행해 온 증거가 낱낱이 드러났다.
파업 중인 KBS새노조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보고서 2619건을 단독 입수해 ‘리셋 KBS뉴스9’를 통해 공개했다. KBS새노조가 공개 한 사찰 보고서를 보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 등 공직자들을 비롯해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KBS 사장 김인규 씨, YTN 사장 배석규 씨, MBC 작가, <한겨레21> 편집장, 삼성그룹의 장학재단, 화물연대, 서울대병원노조 등 공직과 민간, 재계, 노동계, 언론계를 가리지 않고 사찰을 감행했다. 또 사찰 문건 곳곳에는 ‘BH하명사건’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이 청와대, 그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정권 유지를 위해 권력기관이 공직자부터 일반 국민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해왔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이것만으로 국기를 뒤흔드는 망국적 사건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청와대는 은폐 공작을 벌였고, 진실을 밝혀야 할 검찰은 이를 감추는데 적극 가담했다. 청와대부터 검찰까지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사찰-보고-은폐에 이르는 범죄행각을 벌인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이명박 정권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뒤나 캐는 정권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으며, 이런 정권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목은 언론 관련 사찰 대목이다. 언론 사찰 문건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가 부인해 왔던 방송장악의 추악한 실체가 담겨 있었다. 2009년 9월 3일 작성된 YTN 사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극찬하며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 뿐 아니다. ‘BH하명’으로 작성된 2009년 8월 25일 문건에는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방송사의 인사에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권의 이 같은 방송장악으로 공영방송 KBS와 MBC, YTN은 권력의 꼭두각시 방송, MB정권 나팔수로 전락했다. KBS와 MBC, YTN노조가 ‘낙하산 사장 퇴진’, ‘공정방송 쟁취’를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파업의 정당성을 재확인 시켜준다.
더 나아가 사찰 보고서 폭로 과정을 통해 세 방송사 ‘낙하산 사장’들은 하루 속히 물러나야 하는 ‘공공의 적’임이 드러났다. 권력에 굴종한 세 방송사가 제대로 된 권력 감시, 비판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간인 사찰 관련 폭로가 나오는 와중에도 방송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홍보하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띄우는 낯 뜨거운 홍보성 보도들로 넘쳐났다. 파업 중인 KBS와 MBC 노조가 만드는 ‘리셋 KBS뉴스9’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그나마 국민들은 <뉴스9>와 <뉴스데스크>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진실을 접하며 숨통을 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찰 보고서도 KBS새노조의 ‘리셋 KBS뉴스9’가 아니었다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KBS 사측은 이번 특종을 한 ‘리셋 KBS뉴스’ 제작진들을 징계하겠다는 치졸한 작태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누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속이는 세력인지, 누가 진정 국민들의 편에서 진실을 알리고자 애쓰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국민들은 ‘정상적인 방송’을 보고 싶다. MB찬양으로 뒤범벅이 된 ‘나쁜 방송’이 아니라 국민들이 알고 싶은 진실을 담은 ‘착한방송’이다. 그리고 그런 ‘방송 정상화’의 걸림돌이 바로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인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씨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지금 일촉즉발의 폭발 직전이다.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참혹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물러나라. 그 길이 지금까지의 죄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사태를 이명박 정권만의 문제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 탄생과 진행과정 동안 언제나 ‘한 몸’이었다. 당 이름을 바뀠다고 새누리당이 이번 사태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불법 사찰 문건에도 드러났듯이 현재 세 방송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방송장악을 위해 이명박 정권에 내세운 ‘낙하산 사장’을 퇴진시키고,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자유를 복원시키기 위한 투쟁이다.
책임 있는 여당의 대표라면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노동자들의 장기 파업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하라. <끝>
 
 
2012년 3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