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잇따른 조중동종편 인터뷰에 대한 논평(2012.2.24)최근 조중동종편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소개 보도를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거리낌 없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유정, 전현희 의원 등 유권자들에게 낯익은 민주통합당 현직 의원, 4선의 중진인 김덕규 전 민주당 의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내는 등 대표적 ‘친노인사’로 알려진 양정철 예비후보,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출신으로 재단법인 아름다운봉하 사무국장 등을 지낸 김경수 예비후보 등도 포함돼 있다.
<표>에서 보듯 중앙종편에 인터뷰를 한 예비후보자가 가장 많은데, 이는 중앙종편이 가장 먼저 총선 기획보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3일에는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민주통합당 전현희 예비후보가 지역 주민들을 만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출마의 변을 담은 인터뷰 등이 실렸다.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한 정동영 예비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는 공식 언론인터뷰 장면만 짧게 다뤄졌다. 정동영 예비후보는 중앙종편의 인터뷰 제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14일에는 마포을 김유정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모습과 인터뷰가 중앙종편에 나왔다. 이곳은 민주통합당 후보만 8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다른 후보자들의 인터뷰는 일절 실리지 않았다. 이 지역 예비후보 가운데 이른바 ‘유력후보’인 정청래 예비후보 측은 중앙종편의 인터뷰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에는 중랑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덕규 후보와 양정철 후보가 모두 중앙종편에 인터뷰를 해 선거운동 모습과 함께 보도됐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자들이 나란히 중앙종편에 등장해 경쟁하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18일에는 용산구에 공천을 신청한 조순용 예비후보 인터뷰가 실렸다.
조선종편에는 22일 대전유성에 출마하는 이상민 예비후보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자유선진당에서 탈당해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23일에는 강원지역을 다루며 춘천에 공천을 신청한 변지량 예비후보와 속초·고성·양양 공천을 신청한 송훈석 예비후보 인터뷰가 실렸다.
동아종편은 20일 각 당의 공천심사를 소개했는데, 송파병에 공천을 신청한 노병인 예비후보가 공천심사에 참가하는 심경을 인터뷰 했고, 23일에는 김해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경수, 곽진업 예비후보 인터뷰가 나란히 실렸다.
조중동종편은 편파왜곡보도로 우리사회를 농단해온 조중동 언론권력의 ‘방송버전’으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언론악법 날치기로 탄생시킨 위법한 존재이다. 조중동종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민주통합당은 지난 해 12월 조중동종편을 ‘MB정권이 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정책’의 산물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중동종편의 “원점 재검토”라는 말에는 언론악법이 만들어지고 조중동이 종편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 뿐 아니라 현재 주어진 온갖 특혜를 폐지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 이런 일을 해내려면 조중동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싸움에 나서야 할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들이 벌써부터 조중동종편의 인터뷰 유혹에 넘어간다면, 과연 민주통합당은 ‘종편 원점 재검토’라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에서는 조중동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앞다투어 조중동종편에 얼굴을 내밀고 자신을 알리려는 이런 사람들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잇따른 조중동종편 인터뷰는 당 지도부의 처신과도 배치된다.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 등은 지난 1월 당대표 경선 당시 사회 원로들과 조중동종편과의 취재 및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조중동종편과 인터뷰를 한 예비후보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예비후보자들이 조중동종편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지명도를 높여야 하는 예비후보들 입장에서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반가울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도 언론사 나름이다.
우리가 볼 때 지금 조중동종편에 등장하는 행동은 득보다 실이 크다. 예비후보들도 잘 알겠지만 조중동종편의 시청률은 ‘0%대’로 시청자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예비후보들에게 이런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아쉬울지 모르겠으나 냉정하게 따져보라.
지금 우리사회에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조중동은 ‘악의 축’, ‘퇴출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사회 원로들은 조중동종편에 기고와 인터뷰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데에서 나아가, 민주통합당이 예비후보자들의 조중동에 대한 인식을 공천의 기준으로 삼아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이 조중동종편에 등장하는 것은 이른바 ‘개념없는 후보자’로 나쁜 인식만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예비후보자들의 종편 출연은 야당 정치인, 진보적인 학자, 지식인 등의 출연거부로 ‘인터뷰 난’을 겪고 있는 조중동종편에 숨통을 터준다는 점에서 진짜 ‘개념 없는’ 행동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이번 19대 국회가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망가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에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데에는 과연 이 같은 과제를 실현할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인물이 공천될 것인지 감시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자, 지금도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발벗고 나선 민주주의의 공적이다. 그런데도 방송출연이라는 눈앞의 유혹에 흔들려 조중동종편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저들이 과연 조중동에 맞서 우리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불신과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는 조중동종편과 인터뷰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앞으로 누가 조중동 및 조중동종편과 인터뷰를 하는지 파악해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것임을 밝혀둔다.
소탐대실 하지 말라. 지금은 조중동에게 잘 보일 때가 아니다. 야무지고 소신 있는 야당 후보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할 때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