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중앙종편의 ‘도둑 인터뷰’ 행태에 대한 논평(2012.1.20)
등록 2013.09.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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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편의 ‘도둑 인터뷰’, 자신들의 초라한 실상만 보여줬다
- 사회지도층 인사들 ‘자나 깨나 조중동조심’ 나서야 할 판
 
 
중앙종편의 주접스러운 ‘도둑인터뷰’ 행태가 드러났다.
‘조중동종편에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 인터뷰를 받아낸 뒤, 이를 ‘직격인터뷰’로 포장해 메인뉴스에 내보낸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중앙종편은 ‘직격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9명의 후보들을 다룬 연속 보도를 내놨다. 12일에는 박지원·이학영·박용진 후보, 13일에는 김부겸·이강래·이인영 후보, 14일에는 한명숙·문성근·박영선 후보를 다뤘다.
하지만 ‘직격인터뷰’라는 제목과 달리 14일 방송된 한명숙·문성근·박영선 후보 보도에서는 인터뷰 없이 이들 세 후보의 연설 모습을 보여주고 약력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12일과 13일에 방송된 나머지 6명 후보자들 보도에는 실제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긴 했으나, ‘직격인터뷰’라는 말을 붙이기엔 인터뷰 시간과 장소 등이 매우 어색했다. 대부분 후보들이 짧게는 13초에서 길어야 38초 정도의 인터뷰를 하는데 그쳤고 내용도 일반적인 ‘정견 발표’ 수준이었다. 또 인터뷰 장소도 어수선했는데 후보자가 유세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후보자가 이동하는 중에 마이크를 들이대 걸어가면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앙종편이 인터뷰를 받아낸 6명의 후보자들은 모두 조중동종편의 인터뷰와 출연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었다. 앞서 1월 7일 함세웅(안중근기념사업회이사장), 박재승(전 대한변협회장) 등 사회원로 20명은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조중동 문제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이들 6명의 후보는 조중동종편에 대해 인터뷰와 출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원로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인지, 아니면 ‘직격인터뷰’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보도에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인지를 확인했다. 중앙종편의 취재 행태가 ‘정상적’이라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앙일보가 김어준 씨를 인터뷰한 것처럼 기사를 실었으나, 실상은 집에서 나오는 김 씨를 붙잡고 억지로 몇 마디를 받아낸 뒤 김 씨의 집 평수, 차종, 핸드폰 종류 등등 ‘신상털기’ 수준의 내용을 담아 비난을 받은 일도 있지 않았나.
아니나 다를까. 중앙종편에 인터뷰를 ‘당한’ 6명의 후보자들은 우리의 공개질의에 한결같이 ‘중앙종편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사회원로들과의 약속을 결과적으로 어긴 것처럼 보인 데 대해 죄송하다’, ‘조중동종편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이들은 중앙종편이 어수선한 상황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소속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캠프에서는 이런 무례한 취재방식 때문에 ‘도대체 어느 언론사인지 불쾌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없이 ‘직격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데 대해 당황하는 후보도 있었다.

위법과 특혜로 탄생한 조중동종편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조중동종편에 출연하는 것이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종편은 ‘직격인터뷰’라는 기획을 하고도 그에 어울리는 내용을 채우지 못했던 모양이다. ‘조중동방송’의 낙인이 찍힌 채 인터뷰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인터뷰어의 소속조차 밝히지 못한 채 ‘도둑인터뷰’를 받아내고, 10여초짜리 답변을 ‘직격인터뷰’로 포장해서 내보내는 행태는 참으로 한심스럽다. 당당하게 인터뷰를 받아낼 자신이 없다면, 능력에 벗어나는 보도기획은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옳다.

야당 정치인들을 비롯해 조중동종편에 인터뷰를 하거나 출연을 하고 싶지 않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앞으로 ‘자나 깨나 조중동 조심’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방심한 틈을 타 언제 어느 때 조중동종편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직격인터뷰’ ‘전격인터뷰’ 따위의 과대포장을 해서 방송에 내보낼지 모를 일이다.
 
<끝>
 
 
2012년 1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