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이후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7.29)○모니터대상 :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 국정원 규탄 촛불 확산…MBC 외면, KBS·SBS 단신
반면, 시청에서는 ‘국정원의 정치공작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참여가 날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4차 국민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2만5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국정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사람들의 수도 만8천여 명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시종일관 형식적인 측면을 문제 삼으며 사사건건 훼방을 놓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특위 위원 중 진선미, 김현 의원의 배제를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 약 열흘 가량을 허비시켰다. 26일에는 국정원 기관보고가 예정됐으나,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하며 회의를 거부해 결국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는 공개로 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일방적으로 완전 비공개를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 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해 공개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정원 댓글공작의 진상규명을 정보기관의 업무 공개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3사는 무비판 중계식 보도로 새누리당의 ‘기싸움 프레임’에 철저히 보조를 맞췄다. 국정조사를 재개한 24일부터 파행 끝에 여야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재차 합의한 28일까지 KBS는 6건, MBC는 4건, SBS는 5건의 보도를 내놨다. 방송3사는 하나같이 제목부터 “난타전”, “공방”, “파행”, “폭로전”, “격돌” 등 정쟁을 부각하면서, ‘공방’ 위주로 편집해 보도했다. 한편, KBS와 MBC는 정작 여야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단신’으로만 처리했는데, 이는 애초 보도의 목적이 정치권의 ‘싸움’, 정쟁’을 부각시켜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를 부추기고자 있음을 의심케한다.
방송3사는 같은 정치이슈이지만 국정원 관련 보도는 후반배치해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24일~28일까지 방송3사의 보도를 살펴보면 ‘전두환’, ‘NLL’, ‘정전 60주년’, ‘개성공단’ 등의 이슈가 첫 꼭지로 보도된 반면 국정조사관련 보도는 10번째, 심지어 20번째 뒤에 배치했다. 특히 공영방송이 정치 이슈 가운데 유독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후반배치하며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국민을 ‘싸움 구경꾼’으로 만든 방송3사…MBC·KBS, 노골적 편집 심각
- ‘권영세 녹취파일’, 공방 희석…‘댓글삭제 동영상’, KBS·MBC 누락
KBS와 MBC는 ‘싸움’ 중계에 치중했다. 연일 ‘공방’을 보도하면서도 공방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편집해 나열하는 식의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박근혜 캠프 연계 가능성, 경찰 수사 은폐 의혹 등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핵심적으로 규명해야 할 사안마저 ‘공방’으로 희석시켰다. 또 KBS와 MBC는 25일 야당이 제기한 일명 ‘댓글 삭제 동영상’이라 불리는 경찰 내부 회의 영상이 공개된 사실을 보도에서 누락시켰다.
KBS도 국정조사 재개 첫 날인 24일, ‘정쟁’을 부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민주당이 공개한 권영세 주중 대사의 녹음파일에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끼워 맞춰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KBS는 이를 두고 “공방이 불 붙었다”는 해석을 달아 마치 민주당의 공세발언인양 사안을 축소시켰다.
또한, 새누리당이 국정원 댓글 공작을 감싸며,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하는데 그게 정치개입이고 선거 개입입니까?(김도읍/새누리당)”라는 새누리당 측 의원의 질문을 아무런 비판 없이 중계하는 데 급급했다. 보도 말미는 “공방이 거세지면서 말다툼으로 치달았다”며 의원들 간의 언쟁을 편집해 보도했다.
25일도 경찰청 기관보고를 전한 <감금·대선 개입 등 공방>에서 “여야는 여직원 감금과 이른바 매관매직 논란, 서울청장의 대선개입 논란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며 여야의 주장을 나열했는데,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황이 드러난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 의혹을 ‘여직원 감금’이라는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주장과 엮어 본질을 흐렸다.
25일 보도된 <야 “댓글 은폐 동영상” 폭로전>에서도 “오늘도 고성과 파행으로 얼룩졌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SBS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경찰의 댓글 은폐 의혹 근거자료로 제시된 ‘경찰 내부 회의 영상’을 보도했으나, 제목과 기자 리포트에서 “폭로전”이라는 해석을 달아 의미를 퇴색시켰다.
새누리·국정원장,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KBS·MBC 비판 없어
더구나 공영방송사의 공방 편집은 국정원 기관보고의 파행마저 ‘공방 탓’을 하며 여야 모두에 책임을 분산시켰다.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주장한 새누리당의 불참과 국정원 기관보고에 사전통보 없이 불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은 지적하지 않았다. 회의 공개 여부를 둘러싼 양측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다. 아울러 ‘국정원 댓글 공작’을 정보기관 업무보호의 영역에 둘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KBS도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에서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불출석을 짤막하게 언급한 뒤, “국정원의 업무특성상 회의를 비공개로 하자는 여당과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인 만큼 공개로 하자는 야당이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해 국조 파행의 책임을 분산시켰다.
방송3사, 촛불 외면·축소…이념갈등 부추기기 여전
방송3사의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대한 외면·축소는 여전했다. 27일 시청광장에서 4차 범국민촛불이 열렸지만 MBC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KBS와 SBS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가치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치보도, 특히 국정원 사태와 관련한 보도에서 양측 주장을 무비판 중계하는 것은 ‘기계적 중립’도, 정보 전달도 아닌 그저 ‘싸움중계’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는 ‘정치 냉소주의’만 유발시킬 뿐이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