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보도 및 주요 의제 보도 양상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2013.7.12)항공기 사고 보도홍수…방송사, ‘의제 감추기’ 나섰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7일(우리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충돌사고를 일으켜 승객 2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기체 파손 상태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음을 암시한다. 사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습대책과 함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사후예방책이 요구된다.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기체결함, 조종사실수, 사전정비 미숙, 무리한 운행 가능성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단정 지으며 추측하는 것은 사건 수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송3사, 항공기 사고 당일 보도량 60% 웃돌아
- 닷새평균 KBS 34.06%-MBC 38.22%-SBS 30.2%
방송3사는 원인규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미 정부당국과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조종사 측-항공사고 미국조사단 측-우리 측’ 조사단의 각기 다른 주장을 잇달아 강조하면서 ‘책임공방’을 부각했다. [표2]와 같이 ‘한미합동조사’, ‘사고원인 및 책임규명 논란’을 다룬 보도는 KBS 29.8%, MBC 30.6%, SBS 26%에 달하며, 내용면에서도 “기체결함”, “조종사 과실” 등 일부 주장을 제목으로 뽑으며 각기 다른 주장을 나열하거나, 노골적으로 “책임공방”을 제목으로 뽑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MBC는 7월 10일 <책임 공방 결국은 돈 문제>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내놓고, 조사 시작단계부터 항공사와 제조사가 배상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보도는 이번사건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무엇보다 사태 수습과 향후 예방을 위한 진상규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이에 따라 정확한 정보만을 추려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시키는 데 일조해야 한다. 그럼에도 방송3사는 책임공방에 초점을 맞춰, 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한편, 두 공영방송사는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보도의 비율이 KBS 31.6%, MBC 29%로 높았던 반면, 후속조치나 안전수칙을 전한 보도는 KBS 5.3%, MBC 9.7%에 그쳤다.
■ 공영방송사, 오락가락 보도…불안감 가중 시켜
KBS와 MBC는 비행기 안전수칙을 두고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해 혼란을 부추겼다. 이들은 항공기의 ‘뒤쪽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두고, 서로 상반되는 실험결과를 내놨다. 사고 시 안전수칙을 보도하는 것은 재난보도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한간에 도는 ‘설’을 두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굳이 1건 구성해 보도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이번엔 뒷자석 큰 피해>KBS. 7/8. <추락실험 “뒤쪽이 안전”>MBC. 7/10).
한편, MBC는 비행기 사고관련 보도에서 오락가락한 보도를 내놓으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MBC는 7월 9일 보도에서 “간접적으로 사고를 경험하기만 해도 똑같은 불안, 공포에 시달릴 수 있다”며 생존자들의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하루만인 10일 <안전한 착륙 핵심은 ‘속도’>에서는 항공기 사고 절반은 착륙시 발생하기 때문에 ‘착륙속도’가 중요하다고 전하고는 “비행기 착륙 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언제든 목숨을 앗아가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멘트를 달아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불안감 조성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방송3사가 연일 항공기 사고 관련 소식으로 메인뉴스를 도배하는 동안 사회적 주요 이슈들은 대부분 후반 배치되거나 축소·누락됐다. 항공기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감사원의 4대강 관련 보도 등 6가지 의제와 관련해 방송3사의 보도 현황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방송3사가 축소·누락, 후반배치한 의제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안이 많았는데, 이같은 점은 항공기 사고를 ‘의제 비껴가기’의 기제로 활용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공영방송 KBS-MBC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표-3]
- 박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개혁’ 발언 논란…후반배치, 무비판 중계
그러나 방송3사는 8일 박 대통령의 ‘셀프개혁’ 발언에 대해 KBS 13번째, MBC 24번째, SBS 24번째로 후반배치했으며, 이마저도 KBS와 MBC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국정원에 개혁을 주문했다’는 데 방점을 찍어 편집‧중계했다. 사실상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한발 짝 물러나 별다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에도, KBS와 MBC는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비판의 목소리마저 축소‧외면했다.
- 공정위, 남양유업 솜방망이 처벌…방송3사 무비판, KBS 단신
8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제품 구입을 강제하고 유통업체 파견사원의 임금을 전가하는 등 일명 ‘밀어내기’를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남양유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대리점의 피해보상 문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갑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수습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 역시 밀어내기로 6000억의 이득을 취한 남양유업에 대해 과징금 123억 조치는 미흡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남양유업 방지법’을 둘러싼 여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법안 입안이 6월 국회에 입법되지 못한 바 있어, 향후 국회의 조속한 입법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8일 공정위의 조사결과 및 남양유업 과징금 123억원 부과 조치에 대해 보도했으나 KBS는 단신에 그쳤고, MBC는 27번째, SBS는 22번째로 후반에 배치했고, 내용도 부실했다. MBC와 SBS는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요약해 중계한 데 그쳤으며, 미흡한 처벌을 지적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피해자협의회 측의 목소리는 싣지 않았다. 특히 MBC는 “남양유업이 123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번 공정위 조치로 또 한 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공정위의 조치를 띄우기도 했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동됐던 전문가협의체가 활동 시한을 마감했다. 여당-한전 측 추천위원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야당-주민 측 추천위원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파행으로 그쳤다. 그러나 파행에도 불구하고 백수현 위원장은 여당-한전 측 추춴위원의 입장만 담은 반쪽짜리 ‘우회송전가능 여부 등에 대한 검토결과 최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 갈등을 더욱 키웠다. 더구나 해당 보고서 초안이 그동안 한전이 발표해 온 자료를 그대로 옮겼다는 표절시비에 대필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어 그 신뢰성마저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방송3사 중 SBS만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을 뿐, KBS와 MBC는 밀양 송전탑 건설 사태에 대해 침묵했다. 더구나 여당과 한전이 야당과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함으로서 갈등해소가 아닌 갈등유발을 일으켰음에도 이를 침묵하는 건 공영방송이 정권에 불리한 의제를 누락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8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14% 단계적 인상 방안을 냈다. 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이 머잖아 고갈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초 문제제기 돼왔던 △국민연금을 둘러싼 비효율적 운영 방안 문제를 비롯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문제 △국민연금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만큼, 허점 보완이 없는 무조건적 인상방안은 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그러나 MBC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추진에 관한 보도를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국민복지와 연관된 주요 이슈인데다 ‘금액인상’이라는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안을 보도에서 누락한 것은 MBC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제 선택을 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KBS와 SBS도 8일은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뒤늦게야 KBS는 9일, SBS는 11일 보도를 내놨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각 KBS 22번째, SBS 27번째 배치해 사안의 주목도를 떨어뜨렸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