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4.2)‘단기처방’ 부동산 부양책…방송3사 ‘띄우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국민주택 기금 지원 확대 등으로 주택수요는 늘리고, 보금자리주책 폐지 등 공급은 줄이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수요억제‧공급확대’와 차별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거품을 인위적으로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빚내서 집사라’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애 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27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던 이명박 정부도 끝까지 손대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한국경제의 위기요소 중 하나인 가계부채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돈을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정책은 정부가 노골적으로 투기조장에 나서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시민사회에서 “젊은 세대까지 고분양가를 통해 하우스푸어로 전락시키려는 매우 무책임한 꼼수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제감면혜택을 부동산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삼는 것도 문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폐지, 법인 부동산 양도세 추가과세 폐지 등은 거주목적의 실수요자와 투기목적의 수요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이자, 부자감세 정책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유세 강화 없이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를 낮추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방 세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취득세를 부동산 경기 활성화만을 위해 낮추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에 반한다”고 지적했으며,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면서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부자감세를 확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의 시장에 대한 관점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입장에 쏠려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정작 공급량이 있어도 높은 집값으로 인해 집을 살 수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주택거래 침체와 미분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분양가를 낮춰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 부자감세‧투기조장 우려 외면한 방송3사, 국회 압박 나서
이 가운데 방송3사는 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주요하게 보도했으나, “파격적”, “외환위기때도 없었던 깜짝 대책”, “고강도 대책” 등 온갖 수식어를 달며 정책 띄우기에 급급했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 △부자감세 △투기조장 △미흡한 서민주거복지 대책 등 우려의 목소리는 일절 전하지 않았다.
특히 KBS와 MBC는 주택공급자에 속하는 부동산업계‧건설업계의 긍정적인 반응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는 해석을 달았다. 그리고는 국회 입법이 변수라며 사실상 국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KBS는 첫 꼭지인 <첫 부동산 대책…5년간 양도세 면제>(김영인)에서 “올해 안에 집을 사면 앞으로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부각한 뒤, “집을 못 팔아 빚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의 집부터 팔 수 있게 해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라며 적극 띄웠다. 그리고는 “다주택자 등 구매 여력이 있는 층을 겨냥했다”면서 “다주택자는 돈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세금 감면을 통해 거래 활성화, 1세대 1주택자들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재부 관계자의 발언을 실었다. 그러나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목소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뒤이은 <‘보금자리’ 등 공급 축소>(임승창)에서도 “이번 부동산 대책의 또 한가지 핵심은 정부 주택 정책 사상 처음으로 공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하고는 “주택공급의 축소를 통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시장 변화를 정부가 인식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라며 긍적적으로 평가하는 업계의 반응을 전했다.
그리고는 <고강도 대책…기대감↑>(김경래)을 통해 “오늘 대책은 과도하게 위축된 수요를 살리고 과도하게 확대된 공급은 줄여서 막힌 시장을 뚫겠다는 것”이라며 재차 정부 대책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 뒤 보도는 “시장은 일단 기대감을 나타냈다”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인 부동산 전문가와 건설업계 반응만을 전했다. 보도는 “공은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국회로 넘어갔다”, “시장은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기존 주택도 양도세 5년 면제>(정동욱)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소개하면서 ‘양도세 한시적 감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는 등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 “지원도 파격적”이라며 세제감면을 부각시켰다.
<고강도 대책 거래 숨통 트이나>(이학수)에서는 “부동산시장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대책이 나왔다며 놀라는 분위기”라면서 “수요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대책”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반응을 전했다. 이어 건설업계도 “거래에 숨통이 트일 거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도는 “변수는 국회 통과 여부”라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는 통과가 무난하지만, 특히 기존 주택 양도세 면제 등 다른 방안은 여야간 이견이 커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빠른 시간 내 제도화가 안 된다면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실히 잃어버린다. 그럼 대책이 다시 또 역효과를 나타내게 된다”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져 거래가 경색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업계의 입장을 실어 국회를 압박했다.
또한 MBC는 21번째 <국토부장관에게 듣는다>를 통해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의 대담을 내보냈는데, 정책의 우려를 해소하기보다는 “인위적 부양책이 아니다”, “세제라든지 금융이라든지 규제완화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재차 피력한 데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는 보도말미에 “‘세제완화’ 국회 통과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서 장관이 “국회가 적기에 통과가 되어야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국회를 거듭 압박하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SBS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띄우는 데 치중했다.
<올해 집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장선이)는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고강도 대책”이라고 부각했다. 또한 DTI와 LTV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우려보다는 “심각한 가계 빚 문제 때문에 당분간 완화하지 않기로 했던 금융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짧은 설명을 단 데 그쳤다.
뒤이은 <수직증축 허용..리모델링 규제 푼다>(장세만)는 노후아파트 수직증축 허용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등을 나열하며 부동산 업계의 반응을 전달하기 급급했다. 그러나 노후아파트 수직증축 허용은 국토부가 최근까지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SBS는 <전방위 부양책, 효과는?>(심우섭)에서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시장 활성화를 넘어서 인위적 부양의 성격을 띤 전례없는 고강도 조치”라면서 “기존주택에 대한 것도 양도세를 감면한다는 이런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거의 없던 사안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진일보했다”는 부동산 업계의 긍정적 평가를 덧붙인 뒤, “실제 부동산 시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시장 활성화 조짐을 부각했다.
그리고는 “관련 법을 고쳐서 빠르면 이달 하순에 국회상임위를 통과할 걸로 예상되지만 정치권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야당도 많이 동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제도적 틀이 개선될 것(함진규/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새누리당 측 입장을 실었다.
한편, 보도에서 SBS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방재정 부족 문제 △재원 마련 문제 등 부작용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으나,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