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2.15)○ 모니터 기간 : 2월 12일 ∼ 2월 14일
국방부는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진도 4.9에 6∼7킬로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차 때 폭발력 2∼5킬로톤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원자탄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지난 장거리 로켓발사의 성공에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유엔은 12일 밤 안보리회의를 긴급 소집해 추가제제 논의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당선인도 1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긴급회동을 갖고 북한 핵실험은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면서 “새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대북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에 대해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회는 14일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 핵 확산 방지를 위한 ‘제제’조치도 필요하지만 새 정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4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 방침이 맞물리고 있어, 북핵 문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향후 새 정부의 대응방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MBC <뉴스데스크> 2시간 확대편성, 내용 반복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라는 우리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따라서 언론이 위기상황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것만 보면 크게 문제 삼기는 힘들다. 그러나 방송3사의 북한 3차 핵실험 관련 보도를 주제별로 분류해보면, 보도의 대부분이 △북 핵실험 상황전달 및 분석(64건) △북 핵실험 배경 분석(21건) 등에 집중돼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해결방안을 두고 외교적·평화적 해결 요구와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는 군사적 대응이나 정치권과 국제사회의 강경대응 방침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같은 방송3사의 보도행태는 결국 국민 불안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표-2 참조>
방송3사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의 배경을 두고 일제히 대미협상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을 냈다. 방송3사는 지난 1·2차 핵실험과 이번 3차 핵실험 과정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12일 <체제유지·대미 협상 의도>에서 북한이 그동안 핵개발 이유로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을 꼽아왔다면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체제 유지를 위한 벼랑 끝 전술과 대미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비핵화 협의체인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고 북미 양자협상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 내부적 요인으로 “잇단 군부숙청에 따른 불협화음을 단속하고 취약한 통치기반을 다지겠다는 정치적 목적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오바마 국정연설 겨냥한 듯>에서는 “핵 실험은 늘 미국의 휴일, 취약 시간대에 맞춰 진행됐다”고 지적했으며, <북, 미·중에 핵실험 사전 통보>는 핵실험 하루 전날 북한이 미국과 중국에 사전통보 한 것에 대해 “중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또 미국과는 북미대화의 실마리를 남겨놓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분석했다.
MBC도 <양자회담을 위한 ‘벼랑 끝 전술’>(12일)에서 “국제사회의 초강경제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또다시 악수를 둔 것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한 뒤 지난 1,2차 핵실험 때도 북미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위기마다 핵실험으로 실리>(12일)는 “북한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핵실험을 돌파구로 삼아왔다”면서 2006년 핵실험 다음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자금봉쇄와 테러지원국 지정 명단에서도 벗어난 점, 2009년 2차 핵실험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로 정권위기설이 퍼진 점, 김정은 정권 출범 직후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점을 근거로 설명했다.
SBS는 12일 <위협에서 도발까지 벼랑 끝 전략>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한 것도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가 나오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3차 핵실험 강행 의도는?>은 “하루나 일찍 통보한 것을 보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긴 하지만 역시 주변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뒤, “북한이 핵보유국의 위치에 올라서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날 <북-미 양자회담 노렸다>에서도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핵군축 회담을 이끌고 한반도 평화협정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3사는 이번 북의 3차 핵실험으로 기존의 ‘제제’ 및 ‘압박’ 카드만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이명박 정부 내내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 문제에 대한 주도권 상실과 남북관계의 단절 등 한계만 노출해온 점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방송3사는 우리 정부가 북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평화적 해결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 북핵 규탄 반대는 ‘종북’? 새누리당 주장 여과 없이 보도
이번 3차 핵실험으로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에 따른 대북강경론이 새 정부에서도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3차 핵 실험 당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회동에서 “흔들림 없이 일관된 대북 정책을 견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어 박 당선인은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북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13일 여권 일각에서는 △핵무장론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한반도 전술핵 배치 검토 등 긴장상황을 고조시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편, 군은 ‘순항미사일’ 실전배치,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 체인(kill chain)의 조기 구축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갈등국면을 고조시키고 있다
13일 KBS는 <“우리도 핵무장” 논란>을 통해 “여당 지도부회의에서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정면대응론이 쏟아져 나왔다”면서 “군사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미국을 설득해 핵 억제력을 보유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고 전한 뒤, “옆집 깡패가 기관총 구입했는데, 돌맹이 하나 들고 지킬 수 있나”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고스란히 전했다. 보도는 한 보수단체 인사의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리고는 박근혜 당선인과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이라면서도, “핵무장론 논란은 향후 북한의 행보에 따라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비판 없이 끝맺음 했다.
SBS도 13일 <군사력 균형 ‘흔들’...전략 재검토>에서 “북한이 거듭된 핵실험으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보유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전한 뒤,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 억제력을 갖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면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을 실었다. SBS도 ‘핵무장론’에 비판보다는 “핵보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만 지적한 데 그쳤다.
MBC는 14일 <대북결의안 채택 통진당 불참>에서 의원들이 “북한에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는데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시각차이를 드러냈다”면서 “미국이 우리한테 핵우산을 준다고 해서 91년인가 92년인가 철수를 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걸 다시 전술핵이라도 갖다 놓아야 될것 아닙니까?(이노근/ 새누리당)”라며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는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을 정치권 이견의 하나로 여과없이 전했다.
또한 14일 방송3사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대북 결의안 채택 표결에 불참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대의견을 ‘종북’으로 모는 새누리당의 비난을 그대로 전달하는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나마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핵실험 규탄 결의안 반대 이유를 전달한 곳은 SBS이었는데, SBS는 <규탄 결의안 채택..통합진보당 불참>에서 통진당 의원 6명의 표결 불참에 대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결의안에 담겨 있지 않다는 게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곧바로 “새누리당은 종북주의자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며 ‘종북’으로 규정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여과 없이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MBC와 SBS는 북한의 핵 개발 비용을 추산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과 연결시켜 비난한 보도를 1건씩 내기도 했다.
MBC는 12일 <핵실험 한 번에 10년 굶주려야>에서 이번 핵실험에 우리 돈 최대 2조원 가량이 투입됐다며, “이 돈이면 북한 주민들이 1년 반 동안 먹을 옥수수를 살 수 있고 또 10년간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SBS도 13일 <인민 굶주려도 32억 달러 ‘펑펑’>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써야 할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격양된 시민의 ‘선제타격’ 주장을 여과없이 전하기도 했다. MBC는 12일 <“시민 동요 없었다”>에서 일부 시민들은 단호한 대응을 요구했다면서 “앞으로 징후를 보이면 선제 타격을 한다든지”라는 날 선 반응을 전했다.
위기일수록 냉정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전달하고 무분별한 감정적 대응을 구분해 안보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방송3사가 오히려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부추기고, 정치권의 감정적 대북강경론을 무비판 전달한 것은 언론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다.
2013년 2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