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9월 24∼25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2.9.26)무상보육 폐기 비판확산…MBC 나홀로 ‘박근혜 띄우기’?
24일 정부가 전면무상보육정책을 시행 7개월 만에 폐기하겠다고 나서 ‘복지 후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예산부족’ 문제 해결, 가정양육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조건 없이 전액 지급돼 온 0~2세 영아의 보육료를 내년 3월부터 소득수준, 맞벌이 여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0~2세에 지급됐던 보육료가 전 계층에서 소득 하위 70%로 축소됐으며, 전업주부 가정은 종일반 대신 반일반(6~7시간짜리)으로 지원이 제한된다. 가정양육의 경우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되던 양육보조금을 소득 하위 70%으로 확대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0~20만원에 불과해 가정양육을 활성화시키는 데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졸속으로 실시한 무상보육정책 탓에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하면서, 무상보육 포기가 보육정책을 후퇴시킬 것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의지부족을 지적했다. 국가경제 현안인 출산율 저하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문제 해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시한 채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권은 물론 여당 대선주자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개편안이 국회예산심의 과정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폐기는 무책임한 국정운영의 극치”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무상보육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정부의 전면무상보육 폐기안을 주요하게 다뤘지만, 비판의 강도와 초점에 차이를 보였다.
KBS는 24, 25일 심층취재를 냈는데, 25일 보도에서는 무상보육정책 폐기에 대해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 △선별적 복지로의 정책 후퇴를 지적하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박을 실었다.
SBS는 24일 관련 꼭지를 5,6번째로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무리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 △‘선별적 복지’로의 퇴보 및 지원박탈 문제를 꼬집었으며, △시민사회의 반발 △정치권 반발을 상세히 전했다. 25일에는 대선주자 3인의 반박을 1꼭지 구성했다.
반면, MBC는 전면 무상보육 폐기안이 발표된 24일에는 보도를 15번째로 후반 배치했으며, ‘무상보육 폐지’보다는 “차등 지원”을 강조하거나, “가정양육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며 혜택을 우선 보도해 교묘히 정부를 감싸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더니 비판여론이 확산된 25일에는 정치권의 비판입장을 전한 보도에서, 전체분량의 절반가량을 무상보육폐기에 대한 박 후보의 반박 입장으로 채워 ‘박근혜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심층취재] 역대 최대 97조…그래도 논란>(KBS, 모은희/25일)
KBS는 24일 <[심층취재] 저소득‧맞벌이 위주 ‘전면 무상’ 손질>에서 “갑자기 실시된 전면 무상보육의 결과는 보육대란”이라며, 어린이집 빈자리 구하기 소동, 지자체 예산 고갈 등 부작용을 언급한 뒤 “결국 정부는 전면 무상 보육에서 후퇴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뒤집기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서는 “혜택을 못 받게 된 가정”, “지방비 부담이 늘게 된 지자체의 반발”을 짤막하게 언급한 데 그쳤다.
<0-2세 무상보육 폐기..선별 지원>(SBS, 신승이/24일)
<‘무리한 정책’인정..개편안 반발>(SBS, 송인호/24일)
<무상보육 폐기 일제히 반대>(SBS, 한승희/25일)
뒤이은 <‘무리한 정책’인정..개편안 반발>은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추진됐던 전면 무상보육의 허상을 정부가 자인한 셈”이라며 “받았다 뺏기는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선을 앞두고 여론 눈치 봐야 하는 여·야 정치권도 반발”했다고 전했다. 보도 말미에는 “시행 7달 만에 철회되고만,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5일 <무상보육 폐기 일제히 반대>는 대선주자들의 비판을 전했다. “총선공약은 지켜져야 한다(박 후보)”, “무책임한 국정운영의 극치(문 후보)”, “정치가 불신을 받게 돼 착잡한 심정(안 후보)”이라는 대선주자의 입장을 차례로 전한 뒤 “새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70%만 무상 보육 소득 따라 차등>(MBC, 조영익‧임경아/24일)
<무상 보육 폐지 일제히 반발>(MBC, 노재필/25일)
반면, MBC는 KBS‧SBS의 보도행태와 차이를 보였다.
24일 <70%만 무상 보육 소득 따라 차등>에서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을 강조한 뒤, “지원대상은 늘었지만 지원받지 못한 계층은 불만이 많다”며 보도를 시작했다. 보도는 가정양육의 경우 “소득 하위 15%(차상위계층)에서 소득 하위 70%까지 보조금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올해보다 54만 명이 늘어난 65만여 명이 양육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라며 혜택이 늘어난 부분을 우선 부각해 정부의 개편안을 교묘히 감쌌다. 이어 보육시설에 보낼 경우 “만 두 살까지 소득하위 70%는 기존과 똑같이 보육료 전액을 지원받지만 소득 상위 30% 가정은 최대 20만원을 자기 돈으로 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정부가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을 택한 것인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의 반응을 전하면서도 “전업주부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라며 환영입장을 먼저 전했다. 반대입장에 대해서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안 냈던 돈을 더 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줬다 뺏는’ 정부정책이 원망스럽다”는 해석을 달았다. 보도말미에는 “더 중요한 문제는 실효성”이라며 복지혜택 박탈문제를 매듭짓고 나섰다.
비판여론의 확산된 25일 MBC <무상 보육 폐기 일제히 반발>은 보도내내 박 후보의 비판입장을 띄웠다. “새누리당과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정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라며 보도를 시작한 뒤, “박 후보가 2살이하 영아 전면 무상 보육정책 폐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총선에서 약속한대로 지켜져야 한다”, “정부와 타협하지 않고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것” 등 박 후보의 입장으로 절반이상을 채웠다. 문-안 후보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도말미에는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철수 후보를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며 정부와의 선긋기에 힘을 싣는 멘트를 넣었다. <끝>
2012년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