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9월 6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2.9.7)안철수 사찰‧협박설, ‘대선 공방’으로 몬 방송3사
- MBC, 편파적 화면구성‧내용 전달로 ‘의혹 띄우기’
새누리당 측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에 “대선불출마 협박”, “불법사찰”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준길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위원이 “안 원장의 ‘뇌물과 여자문제’를 조사해 알고 있다, 이걸 터뜨릴 것이기에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했다고 폭로했다. 여당 후보 측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잠재적 대선 후보를 협박해 출마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 변호사는 “조사해 알고 있다”는 정 위원의 발언도 심상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불법사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검찰 출신인 정 위원이 사정기관의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 사찰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월 ‘룸살롱 출입 논란’ 당시에도 안 원장에 대한 ‘경찰의 불법사찰설’이 불거진 바 있다. 또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매입, 포스코 스톡옵션 행사, 안랩 주가조작 혐의 내사설 등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에 출처나 근거가 명시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도 ‘사찰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사자인 정준길 위원은 “대학 동기이자 친구 사이인 금 변호사에게 시중의 여러 의혹에 대해 전했을 뿐”이라며 “정치공작 내지 사찰은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 위원은 일간지 한겨레와의 인터뷰(7일자)에서 “(의혹의) 사실관계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는데, 이는 여당 공보위원이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유력 대선후보에게 불출마를 운운한 셈이 돼, ‘협박’이 아니라는 정 위원의 해명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한편, 새누리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안 원장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안 원장 측이 개인적 대화를 역공에 이용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근혜 대선후보도 논란에 대해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압력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아니냐”며 선긋기에 나섰다.
그러나 ‘협박’이 사실일 경우 공세를 넘은 ‘중대한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의 헤프닝으로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구나 ‘안원장 사찰’이 사실이라면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또다시 ‘불법사찰’이 벌어진 셈이므로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통합당은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국민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뒷조사 내용을 협박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부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안철수 교수에 대한 이번 사안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 사찰로 판단된다”며 당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6일 관련 보도를 냈으나, 유력 대선주자로서 안 교수 측과 박 후보 측의 “정면충돌”을 부각했다. 이번 △대선불출마 협박 △정부여당의 불법사찰 논란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의혹 퍼뜨리기’ 등 이번 사안의 핵심적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는 보도는 거의 없었다.
방송3사는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MBC는 안 원장와 관련된 ‘의혹 알리기’에 주력하는 행태를 보였다. MBC는 금 변호사 기자회견에서도 정 위원이 제기했다는 안 원장 ‘의혹’을 부각했으며, 후속보도에서 정 위원의 반박 기자회견을 전하면서도 최근 언론에 제기된 안철수 연구소 내사설을 검증 없이 재정리해 부각했다. 보도 내내 금 변호사의 입장은 자막처리조차 하지 않은 반면, 정 위원의 입장은 자막과 CG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현정부에 대한 안 원장 측의 ‘대선을 앞둔 선제공격’으로 몰았다.
KBS는 대선 불출마 종용에 대한 진실공방에 초점을 뒀는데,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 말미에 민주통합당 의견으로 짧게 언급한 데 그쳤다.
SBS는 2건의 보도를 통해 안 교수 관련 의혹과 ‘협박‧사찰 의혹’, 여야 입장을 차례로 다뤘지만, ‘대선주자 간 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친구와의 통화 떠도는 소문 전달">(MBC, 김대경)
<이례적 선제 공격..본격 행보?>(MBC, 이주승)
MBC <"여자‧뇌물 협박 불출마 종용">은 금 변호사가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안 교수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전한 뒤 정 위원의 협박 내용이 “뇌물과 여자문제”라면서 정 위원의 주장을 CG를 통해 부각시켰다. 반면, 금 변호사의 입장과 안 교수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는 점,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반박 발언에 대해서는 자막처리조차 없었다.
<“불출마 종용”..“사실 무근”>(KBS, 김병용)
KBS <“불출마 종용”..“사실 무근”>은 ‘대선 불출마 협박’에 대한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의 ‘진위공방’에 초점을 두고, 양측 입장과 안교수 측 입장, 여야 입장을 나열했다.
보도는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며 관련의혹을 설명한 뒤, “안 원장에게 확인 결과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금 변호사의 발언을 실었다.
보도 말미에는 새누리당은 “안 교수에 대한 검증 물타기 시도이자 구시대적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은 불법 정보수집과 협박이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진실규명 등 공세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대선불출마 종용".."통화 내용 과장">(SBS, 이한석)
<정면 충돌..대선 국면 격랑>(SBS, 손석민)
SBS <“대선불출마 종용”..“통화 내용 과장”>은 “양측의 공방이 대선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며 △대선 불출마 협박 △정보 사정기관과 새누리당의 조직적 뒷조사 의혹을 제기하는 금 변호사의 주장과 “정치사찰은 과장”이라는 정 위원의 반박을 차례로 전달했다.
보도는 금 변호사가 “진상규명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안 교수를 향해 줄기차게 제기되는 검증 공세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공세가 잇따를 수 있고, 이런 공세의 배후에 새누리당이 있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전하면서 “유신시절 공포정치의 부활로 국회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며 안 교수 지원 사격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사적인 통화를 정치공작으로 역이용한다”며 “안 교수를 둘러싼 의혹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맞받았다고 전한 뒤 ‘개인적 일’로 선 긋는 박 후보의 입장을 덧붙였다. 보도 말미에 “안 교수 측이 박 후보 진영을 선재 공격했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끝맺음했다.
한편 SBS는 클로징 멘트에서 “정책 선거는 밀려나고 말싸움판이 벌어질까 걱정”이라면서 “협박이든 충고였든 논란이 될 말을 먼저 꺼낸 쪽 책임이 더 커 보인다”며 정 위원 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