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3월 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2.3.8)
등록 2013.09.25 17:09
조회 401
3월 7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MB정부의 구럼비 폭파 강행, 방송3사는 '상황중계'만
 
 
 
 
■ MB정부, 구럼비 발파하며 해군기지 건설 강행 … 방송3사 ‘충돌 상황’ 전달에 급급
- KBS, 이 와중에도 ‘정부 두둔’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나섰다. 7일 오전 해군이 갑자기 구럼비 바위 발파를 강행했다. 경찰은 강정마을 일대에 육지 지원경찰 510명을 포함한 1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0여 명이 연행되고 일부는 부상을 입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지난 5년간 끊임 없이 논란이 되어 왔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하게 수렴하지 않아 선정 절차부터 하자가 심각했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어 왔다. 해군이 발파를 시작한 구럼비 바위는 30만~10만년 전 사이 형성된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이자 세계적 희귀 지형이며, 희귀 생물이 서식하는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이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지속되어 왔다.
이 뿐 아니다. 해군 기지 항만 설계 오류도 드러났다. 지난 2월 국무총리실 산하 기술검증위원회는 ‘15만t 크루즈선 입·출항이 어렵다’며 제주 해군기지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항 난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기지 건설에는 이상이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정부가 구럼비 바위를 발파하며 공사를 강행하자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제주도도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7일 제주도는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 예고했다. 청문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지하고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는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재검증 하고, 문제가 없으면 강정마을 주민총회를 통해 건설 승인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계획이다.

정부는 제주도와 강정마을 주민, 야당,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참여정부가 허가한 정책’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경찰력 투입, 마구잡이 연행 등으로 공권력을 휘두르며 제주도민들을 극한으로 내몰면서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한들 제대로 ‘국가 안보’가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 5년 차에 아직도 참여정부 탓을 하며 책임을 돌리는 건 언급할 가치도 없다. 

그러나 방송3사는 7일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찰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충돌사태’ 위주의 수박 겉핥기 식 보도를 내놓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권이 공권력을 동원해 폭압적으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는 보도는 없었다. 구럼비 해안의 생태학적 가치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왜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지 등에 대한 분석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특히 KBS는 다른 방송사들이 뉴스 첫 머리에 보도한 것과 달리 5번째 꼭지에서야 관련 소식을 다뤘으며, 정부의 공사 강행을 두둔하고 비판 목소리는 싣지 않았다.  

<해군기지 발파 시작>(KBS, 하선아 기자/3.7)
<해군기지 발파‥“공사 중지”>(MBC, 홍수현 기자/3.7)
<6차례 발파 강행..곳곳 충돌>(SBS, 권애리 기자/3.7)
<공사 중지 요청..강행 맞대응>(SBS, 김태훈 기자/3.7)

KBS는 가장 부실한 보도를 내놨다.
<해군기지 발파 시작>은 해군의 발파 진행 상황을 전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5년 넘게 표류하면서,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의 공사 강행을 두둔했다. 이어 경찰과 시민단체의 충돌 장면 등을 전한 뒤, 제주도가 공사중지명령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을 찾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당 인사들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MBC는 <해군기지 발파‥“공사 중지”>에서 해군의 발파 소식과 시민단체와 경찰의 충돌 소식을 전하고, “야당 측도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발언을 실었다. 이어 제주도 측의 공사 중단 요청이 있었다면서도 “남방해역 안전 확보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5년을 미뤄온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전하며,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데 그쳤다. 

S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차례 발파 강행..곳곳 충돌>은 해군의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과 이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등의 충돌 등을 전하며 “정말 그 추억이 파괴되는 것이고, 앞으로 자손한테 물려줄 것을 상실한다는 그런 뼈 아픈 느낌”이라는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의 발언을 실었다.
<공사 중지 요청..강행 맞대응>에서는 제주도의 공사정지 행정명령 예고 소식,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의 구럼비 발파 반대 목소리 등을 전하며 “중앙과 지방과의 갈등이 번지면서 사안이 선거쟁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을 내놨다. <끝>
 

2012년 3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