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공영방송의 마지막 위신을 지켜라
- 금도 넘어선 KBS·MBC 민주통합당 경선중계 취소
KBS와 MBC가 6일 진행된 통합민주당 대표 경선을 중계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달 23일 지상파 3사는 KBS를 주관 방송사로 하고 토론회를 공동중계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지난 4일 KBS와 MBC가 돌연 입장을 바꿔 중계 거부를 통보했다. 결국 이날 대표 경선은 SBS가 단독 중계했다.
KBS측은 “총선 3개월을 앞두고 민주당만 해주면 한나라당도 뭔가 해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새노조 쪽에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해 민주통합당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MBC도 ‘내부 사정’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이 ‘조중동특혜’, ‘SBS특혜’ 미디어렙을 합의해 준데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앞서 지난 달 27일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은 김진표 원내대표를 찾아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인상안 처리 등에 대해 각자의 요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에는 KBS와 MBC 보도국 관계자들이 미디어렙법안에 불만을 나타내며 ‘향후 민주통합당의 국회 관련 리포트를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렙법안이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렙 취지를 훼손하고, 조중동종편과 SBS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KBS와 MBC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민주통합당 관련 보도를 거부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나는 행태다. 우리는 미디어렙법이 이 정도로 ‘누더기’가 될 때까지 방송3사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MB정권 나팔수’ 노릇에 골몰하다가 미디어렙 논란을 틈타 수신료를 올려보겠다는 KBS의 행태는 언급할 가치도 없을 만큼 뻔뻔한 것이다. 만의 하나 한나라당이 KBS의 이런 겁박에 밀려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하고, 민주통합당이 이를 방치한다면 엄청난 역풍이 불어 닥칠 것임을 명심하라.
MBC는 미디어렙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일이다. 민주통합당의 차기 지도부 선거 또한 충실하게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누더기’ 미디어렙법에 합의해준 무능하고 소신 없는 민주통합당을 혁신하는 길이기도 하다. MBC가 민주통합당 보도를 거부하고 나서는 것은 김재철 씨의 ‘자사렙 설립’ 공표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공영방송의 이런 일탈행위를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집단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MBC와 김재철씨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올바른 미디어렙이 만들어질 때까지 자사 미디어렙을 만들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미디어렙의 재논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렙법의 문제점이든, 민주통합당 경선이든 객관적으로 충실히 보도하라. 그러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다. <끝>
2012년 1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