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재단의 부산일보 편집권 유린 규탄한다
부산일보(사장 김종렬)가 11월 30일자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고, 인터넷 서비스까지 폐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수재단 사회 환원과 사장후보추천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 전말을 알리는 기사 게재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부산일보 경영진은 부산일보 노동조합(지부장 이호진)이 정수재단 사회 환원과 사장후보추천제 도입 투쟁을 벌이자 이호진 위원장을 해고했고, 이를 신문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발령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이미 편집을 마치고 인쇄만 남겨둔 상황에서 신문 발행을 막은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집권 유린이며, 부산일보 독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다.
이번 사태는 부산일보가 왜 정수재단과의 고리를 끊어야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일보 노동조합(이하 부일노조)은 온전한 편집권 독립을 위해 사장후보추천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88년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으로 편집국장 추천제를 쟁취해 편집권 독립은 확보했지만, 박근혜 의원이 실소유주로 있는 정수재단이 지분 100%를 갖고 일방적인 사장 선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수재단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이 정치에 나선 이후 선거 때마다 부산일보 보도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고, 이는 내년 대선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부일노조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제와 더불어 정수재단의 사회 반환을 촉구했다.
하지만 부산일보 사측과 정수재단은 노조의 요구를 끝내 외면했고, 최필립 이사장은 부산일보가 박근혜 의원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냐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부산일보는 정수재단의 것이고, 이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조의 공정보도 감시와 정수재단 사회 반환 요구를 잠재워 박근혜 의원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러하기에 노조탄압이나 신문 발행을 중단하는 편집권 유린, 독자의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거침없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히려 부산일보 조합원을 비롯한 전 사원들의 ‘편집권 독립운동’에 불을 붙였다. 노조는 사측의 신문 발행 거부를 강력 규탄하고, 편집권 독립과 신문 발행 정상화, 정수재단 반환 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했다. 사측이 12월 1일자 신문도 발행 중단과 발송 중단을 시도했으나 전 사원의 단결된 힘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독자에게 전달했다. 1면에 현 사태를 알리는 기사를 게재한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언론 공공성과 편집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부산일보 전 사원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연대할 것을 밝힌다.
정수재단과 부산일보 경영진에 경고한다.
이호진 지부장과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당장 철회하라. 그리고 김종렬 사장은 당장 부산일보를 떠나라. 김종렬 사장은 자신의 재임을 위해 후배 언론인을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며 부산일보가 어렵게 쟁취한 편집권 독립을 유린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한다. 부산일보 전 사원과 독자에게 사과하고 떠나는 것만이 죄를 씻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일련의 사태는 결코 김종렬 사장 독단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를 방조한 정수재단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부산일보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박근혜 의원도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교체하고 부산일보의 경영권 선임에 민주적 제도를 보장하라. 나아가 정수재단을 진정으로 사회 환원하라. 독재권력의 힘으로 강탈한 정수재단에 대한 집착의 끊을 놓지 않는 모습으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201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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