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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선언문] 2012년을 친일·독재 잔재가 청산되고 역사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사회 원년으로 만들자
등록 2013.09.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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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발족선언문
 
2012년을 친일·독재 잔재가 청산되고
역사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사회 원년으로 만들자
 

1. 다시 범죄의 재구성이 시작되고 있다. 정의와 평화, 평등과 복지를 향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하는 반동이 거세지고 있다. 수구세력의 역사왜곡이 상식을 넘어 거대한 범죄로 나아가고 있다.
 
2. 국민의 세금(수신료)으로 운영되는 한국방송(KBS)이, 일제강점기 항일독립군을 토벌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하여 살인귀(殺人鬼)부대로 악명을 떨친 간도특설대의 장교 출신 백선엽을 ‘6·25전쟁영웅’으로 추앙하는 특집다큐멘터리 2부작을 방영했다. KBS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친일파 청산을 극력 저지하였으며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등으로 헌정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미화하는 다큐멘터리를 3부작으로 방영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는 괴뢰국 만주국 장교로 복무한 친일파였으며, 시민들의 4·19혁명을 군사쿠데타로 짓밟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유신독재로 인권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독재자 박정희를 기념하는 도서관도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아일보의 종편은 종편 개국 특집으로 내년 3·1절을 기해 박정희를 다룬 50부작 드라마를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3. 과거회귀세력의 범죄행위는 거짓 영웅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보다 구조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과서 개악이다. 2013년부터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중심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 ‘전두환 신군부 정권’ 등 독재와 민주화 관련 주요 내용들이 모두 삭제된다. 친일파 청산 문제도 역사교과서에서 빠진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해온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독재를 정당화하고 반공주의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어 온 ‘자유민주주의’를 쓰도록 하였다. 민주주의를 축소·왜곡하고 친일·독재를 찬양함으로써, 기억의 공공화와 역사정의의 정식화를 파괴하겠다는 검은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4.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친일·독재의 어두운 과거를 정리하고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을 규명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의 내실을 채우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1998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명예회복위원회’,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등이 출범하여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활동이 시작되었다. 2004년에는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 정부의 포괄적 과거청산 방침을 정한 이후 2005년부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등 과거사 위원회들이 설립 운영되었다. 그 결과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꼭 60년만인 2009년 친일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국회에 보고하고 대한민국 관보에 게시함으로써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또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행위로 획득한 일부 재산을 국가로 환수함으로써 비록 상징적이긴 하나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남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더욱이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제주를 방문한 대통령이 제주도민과 유족에게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하고, 2008년 1월에는 울산보도연맹사건 희생자에 대해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사과를 했다. 이것은 반세기 가까이 해결하지 못했던 진실과 화해를 위한 중요한 전진이었다. 한편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시민의 성금으로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해 4천 4백여 명의 친일인물들을 등재하였다. 그 결과 올해 위암 장지연을 비롯하여 여러 친일인물들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공식 취소되었다.
 
5.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친일·독재 청산작업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궈 낸 소중한 성과로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이행기의 정의(transitional justice)'를 세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과거사 청산 작업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정작 진실이 규명된 과거사들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과 교감을 나누는 데는 소홀했다. 그 결과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학습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친일·독재 등 범죄행위가 과거의 유물로 박제화된 틈을 타고 작금에 이르러 범죄가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6. 조선·중앙·동아일보 비롯한 수구언론은 물론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고 있는 공영방송 그리고 재벌의 이권단체인 전경련이나 정부기구인 국방부나 교육부마저 합심해 자행하는 이 역사범죄에는 명백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의 입지를 공고히 하여 정권을 재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구세력이 역사적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역사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그러기 위해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된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고 자신들을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내세워 권력을 영속화하려는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역사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7. 우리는 ‘헌법적 가치’를 되살림으로써 수구세력의 범죄 재구성에 맞서고자 한다. 헌법이란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법규범적인 논리체계로 정립한 국가의 기본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시하는 역사적 규범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으로써 친일 청산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둘째, 이승만 독재의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함으로써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와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쿠데타 및 독재를 찬양하는 행위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범죄인 것이다.
 
8.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헌법의 내용을 착실히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 풍부해지고 튼튼해진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사회복지국가적 헌법을 지향하고 있다.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사회적 약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민주주의인 것이다. 헌법에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가 담겨져 있다. 먼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국가로 하여금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인권 보장이 최우선적 가치임을 천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지향함으로써 균등주의 또한 최우선적 가치임을 명령하고 있다. 또한, 반제국주의·반독재의 역사적 경험을 계승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리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고자 하는 평화주의를 지향한다.
9. 대한민국 헌법이 국민들에게 부여한 자유, 평등, 인권, 민주, 평화 등의 가치가 현실사회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고, 헌법이 실질적인 ‘권리장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와 연대를 통해 권리방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는 2012년을 헌법적 가치가 사회규범으로 작동하여 친일·독재 잔재가 청산되고 역사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사회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실천과 연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11년 11월 14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