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의 자사 미디어렙 설립 추진을 규탄하는 논평(2011.11.4)
등록 2013.09.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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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MBC, ‘조폭언론’들과 방송시장 파괴할텐가
- MBC 미디어렙 설립, 당장 중단하라
 

SBS홀딩스에 이어 MBC도 미디어렙을 설립해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에 나서겠다고 한다.
“종합편성채널과 SBS가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을 시작했으니 우리도 마냥 미디어렙법 제정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심각한 재원난이 온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비록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미디어렙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만 하고 제정될 법이다. 입법 미비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MBC가 서둘러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려는 것은 미디어렙법 논의가 국회에서 잘 진전되지 않는 틈을 타 사실상의 직접영업에 뛰어들 시기를 노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공영방송은 미디어 생태계의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재원이 취약한 중소매체들은 생존의 벼랑에 서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이라는 MBC가 종편, 민영방송과 광고 다툼을 벌이며 미디어생태계를 교란하고 언론 다양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기본 책무를 내팽개치는 행위다.
MBC가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을 하게 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MBC의 비판기능은 더욱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자사 미디어렙은 방송보도와 제작이 광고주와 유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칸막이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사 미디어렙의 설립을 고집한다면 정치권력에 이어 사실상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등한시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곧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하고 소유구조로만 공영방송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무늬만 공영방송인 MBC는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에 흔들리게 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는 것이 공영방송 MBC의 경쟁력을 높일지도 의문이다. 공영과, 공익성이 공영방송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를 버리고 조중동종편, SBS와 광고경쟁을 벌이는 것은 자신들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엉뚱한 곳에 힘을 쓰는 꼴이다. 우리는 MBC가 광고판매를 위한 진흙탕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공공적인 미디어렙 체제 속에 편입되는 것보다 결코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조폭언론’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공익성 파괴로 인한 경쟁력 상실도 심각할 것이다.
 
미디어렙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논의가 10년도 더 되었지만 아직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에는 ‘MBC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시민사회와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공영방송’ MBC의 체제를 지키면서도 생존을 위협받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숙고의 숙고를 거듭해 왔다.
그런데 MBC가 미디어렙법 제정이 공전하는 상황을 틈타 조중동종편도, SBS도 직접영업을 하니 우리도 뛰어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몰염치한 행태다. 미디어렙법이 파행을 거듭하고 미디어환경이 약육강식의 논리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공영방송인 MBC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MBC는 지금 당장 미디어렙 설립을 철회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미디어렙법 제정에 노력해야 마땅하다. 일단 미디어렙를 만들어놓으면 미디어렙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쉽게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하지 말라. MBC가 기어이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면 치러야 할 대가와 손실만 늘어날 뿐이다. <끝>
 
2011년 11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