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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사건 ‘부실·면죄부 수사’를 규탄하는 논평(2011.11.2)KBS·한선교에 대한 ‘면죄부 수사’, 의혹만 키웠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경찰이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사건의 범인을 못 찾겠다’며 한선교 의원과 KBS에 대한 도청 의혹 수사에서 손을 뗐다.
2일 영등포경찰서는 “수사대상자들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한나라당 H 의원과 모 언론사 J기자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의견으로 검찰(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청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미적미적 했던 경찰은 4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내다 제1야당 당대표실 도청이라는 중대범죄를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이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도청 의혹을 받아온 KBS 측과 한선교 의원은 ‘대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KBS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는 따위의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도청 수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용의자로 지목된 장 모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회식 날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의 핵심이 되는 장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교체된 이후에야 압수수색에 나서 엉뚱한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챙겼을 뿐이다.
한선교 의원은 도청 녹취록을 읽은 것도 “면책특권”이라고 큰소리를 치면서 소환 조사에 불응했지만, 경찰은 강제 구인을 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한 의원은 서면조사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이 문건을 건넸다”고 발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의원의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한 의원은 끊임없이 말을 바꿔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청 녹취록을 ‘민주당 당직자에게 받았다’고 주장해 민주당 당직자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는가 하면, KBS 토론프로그램에 나와서는 “누가 주고 간 것이다.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공개를 참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형식적인 서면조사로 한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참으로 무능한 경찰이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범인을 찾을 의지가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 의원과 KBS를 상대로 경찰이 도청의 진실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경찰의 부실수사, ‘면죄부 수사’는 대다수 국민들의 예상을 한 치도 비켜가지 않았다. 이제 도청 사건은 검찰에 넘어갔지만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정치검찰이 진실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KBS와 한선교 의원은 좋아할 일이 아니다. 도청의 진실을 영원히 묻어둘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경찰의 ‘면죄부 수사’는 KBS와 한선교 의원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 후퇴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리는 공영방송이 연루된 도청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도청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도 야만적인 도청을 저지른 집단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일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