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의 이른바 ‘< PD수첩> 사과방송’을 규탄하는 논평
등록 2013.09.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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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원하는 사과는 ‘김재철 퇴진’이다

 
 
 
MBC의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와 경영진이 < PD수첩>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자해적 보도’로 MB정권 달래기에 나섰다. <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 취지를 부정하며 대대적인 ‘사과 방송’, ‘사과 광고’ 등을 내보낸 것이다. 
 
5일 MBC 경영진은 대법원의 < PD수첩> 판결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했다며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사고(社告)를 냈다. 이어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는 첫 꼭지로 사과방송을 내보냈으며, 6일자 주요 일간지에 사과문까지 냈다.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사고(社告)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었다.
<자유누리되 책임 져야>(이효동 기자)에서는 ‘PD수첩 보도의 의미와 파장’을 짚어보겠다면서 대법원 판결의 본질을 흐렸다. 보도는 ‘< PD수첩> 때문에 촛불집회가 일어났다’는 MB정권과 조중동 등 수구세력의 주장을 답습했고, 촛불집회와 검찰의 < PD수첩> 수사,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모두 ‘진보-보수의 갈등’, ‘검찰과 PD수첩 제작진의 대립’이라는 틀로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MB정권의 졸속 쇠고기 협상,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검찰 수사 등의 문제는 실종됐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정부정책을 비판한 < PD수첩>의 언론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언론자유와 공무원의 명예가 충돌했을 때에도 “언론인을 처벌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정부 정책 등이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MBC경영진은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법원의 판단을 그저 “쇠고기 협상 보도가 공익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형사적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고 애써 무시했다. 반면 명예훼손 사건과 별도로 농식품부가 낸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3가지가 ‘허위’로 지적되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기획 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 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고 자사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5가지 쟁점 중 다른 2가지(광우병 발생시 우리 정부가 독자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정부가 수입 위생조건을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의견표명이어서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3가지만 ‘허위’로 지적하며 정정보도를 하라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국민의 먹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점”을 평가했다. 즉, < PD수첩> 보도의 취지와 전체 내용의 정당성을 흔들만한 문제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도 3가지 중 2가지는 이미 정정보도를 했으니 MM형 유전자 관련 내용만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대법원이 정정보도를 요구한 3가지 내용도 완전히 잘못된 주장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다우너소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광우병 위험 때문이고, MM형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학계 상식이라는 것이다. 또 아레사 빈슨의 경우 방송 당시 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았는데 방송 이후 진행된 부검에서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밝혀져 ‘결과적으로 허위’가 되긴 했지만 방송 당시 이런 것까지 예측해 보도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의견이다.
그런데도 MBC경영진은 “우리가 잘못했다”며 MB 정권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절차 등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해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통제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MBC의 이런 행태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위해 고군분투 해온 < PD수첩> 제작진 뿐 아니라 이들을 응원해 온 시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무죄판결을 통해 < PD수첩>에 대한 기소가 얼마나 당치않은 언론탄압인지 확인시켜주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MB정부가 출범 전 한미정상회담 대가로 미국과 쇠고기 수입개방을 약속했다는 위키리스크의 비밀외교 문서가 공개돼 < PD수첩> 보도의 정당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MBC경영진이 ‘사과’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우리 직원, 우리 프로그램을 죽이면서라도 이명박 정권의 불편한 심정을 풀어주겠다는 역겨운 아부 행각이다. 김재철 씨는 청와대에 불려가 쪼인트라도 까인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이 정권이 무섭기에 대법원이 무죄라 하고, 시청자들은 고맙다는데도 을 ‘왜곡방송’으로 내모는 것인가?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해 언론탄압에 앞장서는 것으로도 부족해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 ‘< PD수첩> 사과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은 ‘쪼인트 사장’과 경영진은 당장 물러나라. 그것이 시민들이 당신들에게 바라는 최고의 사과다. <끝>
 
 

2011년 9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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