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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언론보도 행태를 규탄하는 논평(2011.8.25)
등록 2013.09.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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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살고 싶으면 조중동을 버려라
 
 
24일 치러진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유효투표율 33.3%에 크게 못 미치는 25.7%에 머물러 무산됐다. 주민투표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오세훈 시장은 사퇴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이다.
주민투표가 성사되기 힘들다는 것은 상식을 갖춘 시민이라면 예견했던 바다. 청구 서명 과정의 부정과 불법, 발의 조건을 둘러싼 논란, 투표 내용의 왜곡과 변질 등등 이번 주민투표는 온갖 물의를 일으키며 강행됐다. 막판에는 오 시장이 시장직을 내걸면서 사실상 ‘단체장 신임투표’로 변질됐다. 시민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아이들의 밥값을 놓고 벌이는 오 시장의 ‘정치쇼’를 성사시켜 줄 까닭이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보편적 무상급식을 좌초시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해보려는 야심에 사로잡힌 오 시장은 무모한 도박을 포기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민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 시장을 거들고 나섰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참으로 냉정했다. 우리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 모두가 보편적 무상급식을 찬성한다’거나,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 모두가 보편적 무상급식을 반대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강르네상스’니 ‘디자인서울’이니 하면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해온 오 시장이 아이들의 밥값 때문에 나라가 망할 듯이 호들갑을 떨고, 시장직을 걸겠다며 눈물 흘리는 광경을 보면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주민투표의 정략적 본질을 꿰뚫어보았다는 사실이다.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가 투표 결과에 대해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아이들의 밥상을 희생시키고,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한 나쁜 투표를 서울시민이 심판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투표함을 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반민주적?반헌법적 투표방해를 한 민주당 등 야당의 책임”이라며 주민투표가 무산된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또 투표 결과를 두고 “오세훈 시장과 애국 서울시민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무분별한 복지 포플리즘을 배격”하겠다며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참으로 ‘한나라당다운’ 태도라 할 수 있겠으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집단이 집권 여당이라는 데에 또 한번 좌절하게 된다.
 
한편 우리는 이번 주민투표가 강행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보도행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중동은 오 시장의 오판을 부추겼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 조중동이 ‘포퓰리즘’ 운운하며 무상급식을 흠집내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조중동은 지난 1월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들고 나오자 이를 1면에 부각하면서 오 시장이 ‘승부수’를 던졌다고 ‘환호’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오 시장을 향해 무상급식 저지 투표에 시장직을 걸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6월 18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펴면서 “오 시장이 공짜와 무료의 포퓰리즘 탁류에 원칙있는 자세로 맞선다면 당장은 죽더라도 다시 정치적으로 더 크게 부활할 날이 올수도 있다”고 오 시장을 부추겼다.
주민투표를 2주 앞두고 오 시장이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자 조중동은 “논란과 시비를 불식”시켰다고 띄우는 한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벌이는 투표거부운동을 “후안무치”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을 끝장 낼 수 있는 기회’로 부각하면서 한나라당과 극우보수세력들의 집결을 도모했다.
21일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겠다고 나서자 동아일보는 오 시장의 ‘용기’를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추켜세우기도 했다.
조중동이 오세훈의 오판을 부추긴 ‘배후세력’이었다면, 방송사들은 ‘오세훈 도우미’ 로 뛰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띄우기’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부정과 불법으로 얼룩진 주민투표 청구 서명의 문제, 오 시장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공영방송 KBS가 보인 행태는 참담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KBS는 핵심 의제로 떠오른 무상급식을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무상급식’을 내세운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한나라당은 물론 KBS에 경고를 보냈다. 당시 우리는 KBS를 향해 “공영방송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존재감이 사라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KBS는 오 시장에게 유리한 편파 보도들을 쏟아내며 수구기득권 세력의 ‘복지담론 좌초’를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KBS 사장 김인규 씨가 “귀뚜라미 사장의 주민 투표 부당압력” 기사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조중동 수구족벌신문들과 방송3사가 이토록 오세훈 시장을 거들고 나섰지만 시민들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것은 오 시장과 한나라당만이 아니다. 조중동과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은 자신들의 편파왜곡보도가 날이 가면 갈수록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당,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이익을 위해 ‘달콤한 말’을 쏟아내면 낼수록 이들을 민심으로부터 고립시키고 끝내 파국으로 내몰 것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주민투표가 끝난 뒤에도 조중동은 ‘복지포퓰리즘’ 타령을 하면서 오 시장을 감싸고 돌고 있다. 방송사들은 오 시장의 패배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으며 한나라당의 아전인수를 따끔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수구족벌신문 조중동과 공적 책임을 내팽개친 방송사들이 한나라당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이들의 편에 서서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세력들이 시민들의 거듭되는 경고를 끝내 외면한다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들은 더욱 가혹한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끝>
 
 
2011년 8월 25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