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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폭언 파문에 대한 논평(2011.7.15)
등록 2013.09.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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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홍 대표, 이번엔 그냥 못넘어간다

 
 

또 한나라당 인사가 ‘막말’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홍준표 당대표다.
14일 참여연대를 방문한 홍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저축은행 국정조사 증인채택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경향신문 여성 기자에게 반말로 폭언을 쏟아냈다.
앞서 민주당은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며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의 돈이 이영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거쳐 한나라당 ‘고위관계자’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러 정상을 볼 때 홍 대표가 문제의 ‘고위관계자’가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고, 기자들은 이에 대해 홍 대표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홍 대표는 “(황우여)원내대표에게 물어보라”며 대답을 피했는데, 경향신문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이영수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갑자기 반말로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 (민주당이) 내 이름 말했어?”, “너 나에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
홍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수준이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폭언을 한다는 것은 언론관, 여성관, 정치관 등을 포함해 그의 총체적 인격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치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이를 두고 “그걸 왜 묻느냐”, “나한테 이러기냐”고 발끈한 것을 보면 홍 대표 머릿속에 있는 출입기자는 한나라당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홍보나 해주는 존재인 모양이다.
또 “맞는 수가 있다”는 말 속에는 여성에 대한 끔찍한 비하와 무시도 담겨 있다. 과연 질문을 한 기자가 남성 기자였다면 홍 대표가 막말을 하더라도 ‘맞는 수가 있다’는 표현까지 튀어나왔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토록 쉽게 반말이 터져 나온 걸 보면 그가 자신 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리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홍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자질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시민들의 반응이다.
14일 저녁 홍 대표의 폭언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수많은 네티즌들은 분노보다 냉소를 보냈다. “역시 한나라당”, “멋진 신고식”, “당대표 제대로 뽑았다”, “곧 전임 대표 따라잡겠다” 등등 표현은 달랐지만 네티즌들은 홍 대표 발언을 비꼬고 조롱했다.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막말, 폭언, 성희롱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뜻이자, 이 정권 사람들에게 더 이상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시민들의 이런 조롱이 슬프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 정도의 폭언은 정치생명이 끊어질만한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심각한 일이 ‘익숙한 일’인 양 되어버렸다.
우리가 이 정권의 불통과 무능, 민주주의와 인권유린을 비판하고 여기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이 정권 사람들이 최소한의 품격은 갖추기 바라왔다. 국민들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인격이 바닥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심 말이다.
 
이 정권은 유난히 ‘국격’을 내세우길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정권 사람들이 불러일으킨 설화(舌禍)는 그야말로 나라의 위신을 갉아먹는 수준이었고, 홍 대표는 그 정점을 찍었다.
이번 일은 형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 따위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홍 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해야 하며, 홍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
권력 잡은 사람들의 반복되는 성희롱, 막말, 폭언을 또 다시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간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도 우리사회의 미래도 너무 어둡다.
<끝>
 

2011년 7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