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의 수신료 인상 관련 반언론적 형태를 규탄하는 논평(2011.6.30)
등록 2013.09.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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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에 눈멀어 스스로 ‘사망선고’ 내린 KBS
 
 

KBS가 수신료 인상에 눈이 멀어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하다.
그동안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겁박’ 수준의 로비를 해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KBS의 이런 겁박이 통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과 야당의 저지, 여기에 더해 여당 지도부가 ‘날치기’에 부담을 느끼면서 수신료 인상안은 6월 국회에서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됐다.
그러자 KBS는 ‘공영방송’의 간판을 달고는 결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비윤리적이고 반저널리즘적인 행각을 벌였다.
28일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국회 문방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자 KBS 국회 출입 기자 5~6명이 문방위 회의장으로 출동하고 방송 카메라 6대를 회의장 등에 배치해 취재를 빙자한 압박에 나섰다. 기자들은 야당 의원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처리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담아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고, 일부 취재진은 민주당 당직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KBS가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도청’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 24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내용에서 나온 천정배 의원의 발언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공개해 도청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문제의 ‘녹취록’을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한 사람이 KBS 기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아가 KBS는 자사 메인뉴스에서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가 하면,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악의적인 ‘보복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이 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아전인수 격의 보도를 해왔던 KBS가 이제 3류 사이비언론의 행태마저 보이는 것이다.
 
28일 KBS는 <‘30년 만의 인상’ 진통>(이영현 기자)이라는 보도를 통해 수신료 인상을 막고 있는 민주당과 강행처리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KBS는 수신료 인상의 선결 조건을 주제로 3시간 가까이 긴급 TV토론회를 통해 야당의 주장을 수용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야당은 지난 20일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위한 5대 선결조건을 내놨지만 KBS는 이런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인규 씨는 25일 자사 TV토론에 나와 KBS의 정치적 독립성 회복, 제작 자율성 보장 요구에 대해 궤변으로 일관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친일파 미화방송으로 지탄받고 있는 ‘백선엽 특집 다큐’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공분을 키웠다. 그런데도 KBS는 자신들이 ‘야당의 주장을 수용했으나 야당이 수신료 인상을 막는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나선 것이다.
 
29일에도 KBS는 <이해관계 따라 ‘흔들’>(이영현 기자)이라는 보도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보도는 여야가 수신료 인상에 대해 4년 전과 입장이 바뀌었다면서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 탓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발언과 2007년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지적한 발언을 내보냈다. 2007년 당시 수신료 인상을 ‘결사반대’ 했던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는 짧은 언급에 그쳤다. 민주당의 저지로 수신료 인상이 어렵게 되자 민주당 원내대표와 문방위 간사를 ‘정조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편집이었다.
나아가 이명박 정권에 장악되어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KBS의 현재 상황은 완전히 무시한 채,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더 심각한 문제였다.
 
KBS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최근 며칠 동안 보여준 행각은 국민들을 향해 “우리는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외치는 꼴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빙자해 야당 의원을 겁박한 것만으로도 언론윤리를 저버린 것으로, KBS를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전락시켜버린 ‘MB특보사장’ 김인규 씨는 물러나야 마땅하다. 여기에 더해 KBS가 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연루자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함은 물론 ‘공영방송’ KBS는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다.
KBS의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고 차분하게 돌아보라. 정권과 거대 여당이 수신료 인상을 밀어주고 있는데도 왜 수신료 인상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야당의 ‘실력저지’는 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는가?
수신료 인상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집단은 바로 ‘MB특보사장’ 김인규 씨와 그 부역 세력들,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KBS 구성원들이다.
KBS는 걸핏하면 BBC 같은 ‘세계적 공영방송’을 만들겠다며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세계적 공영방송’이 정권의 실정에 입도 벙긋 못한 채 대통령 홍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수신료 올려달라고 야당을 겁박한단 말인가? 어느 나라 공영방송이 침략 세력에게 부역한 민족반역자를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방송을 내보낸단 말인가?
지금 KBS의 최우선 과제는 공영방송을 MB정권과 기득권집단의 하수인으로 만든 김인규 씨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아울러 망가질 때로 망가진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부터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
KBS 구성원들이 기어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채 정권에 잘 보이고 정치권을 겁박해 수신료를 올려보겠다고 한다면 수신료 인상도 KBS의 미래도 없다.
우리는 KBS의 초라한 몰골을 보며 ‘6월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막았다’는 사실 보다 ‘이렇게까지 망가진 KBS를 어떻게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하다.
<끝>
 
 
2011년 6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