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논평(2011.3.7)고 장자연 씨의 ‘자필 편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SBS ‘8시 뉴스’는 장 씨가 2005년부터 2009년 자살하기 전까지 일기 형식으로 쓴 편지 50여 통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SBS는 이 편지의 필적 감정을 공인 전문가에게 의뢰했고, 장 씨의 필체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SBS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 편지의 내용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편지에는 “100번 넘게 접대에 끌려 나갔다”, “새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한다”, “부모님 제삿날에도 접대에 나가야 했다”는 등 장 씨가 당한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명단을 만들어놨으니 죽더라도 복수해달라”는 당부까지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이 편지에는 장 씨가 접대한 연예기획사 관계자, 기업인, 언론인 등 31명의 이름과 직업이 나와 있다고 한다.
검찰은 장 씨의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를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고,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간부, 기업인, 금융기관 관계자 등은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 등에서 문건에 나온 언론사 대표 2명을 공개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우리 단체 박석운 대표를 비롯한 시민단체 인사, 인터넷 언론사 대표 등이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당시 이종걸 의원의 국회 발언 직후 ‘보도에 참고 바란다’며 “본사 최고 경영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실명을 적시, 혹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되므로, 관련 법규에 따라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라는 ‘겁박성’ 주문을 담은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리고 극소수 인터넷 언론매체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문을 그대로 따랐다.
힘없는 신인 배우가 생명을 던져 폭로하고자 했던 추악한 성상납의 진실은 검경의 ‘면죄부 수사’와 살아있는 언론권력의 횡포 속에 흐지부지 덮였다.
장 씨의 죽음은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다. ‘장자연’이라는 이름은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하고 있다. 그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 침해, ‘성상납’을 매개로 이뤄지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로비 관행, 이른바 ‘사회지도층’들의 도덕불감증,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평등, 선출되지 않은 무소불위 언론권력의 횡포 등 우리사회가 풀고 가야할 숙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곳 없었던 힘없는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대로 덮어버린다면 ‘제2, 제3의 장자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과 검찰이 진상을 밝히지 못하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누가, 어떻게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명명백백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2011년 3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