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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씨의 한나라당 입당 및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선언에 대한 논평(2011.3.3)어제(2일)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엄 씨는 “위기의 강원도를 구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MBC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에 관해 다소 이견이 있었고, 언론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데 그것이 좌절돼서 스스로 사퇴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MBC 장악’을 감쌌다.
정권의 < PD수첩> 탄압에 굴복해 냉큼 ‘사과방송’을 내고 제작진을 보직해임한 일, 신경민 앵커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교체한 일, 제작자율성 침해 내용을 담은 이른바 ‘뉴MBC 플랜’을 내놓은 일, 임원진 일괄사표라는 형식으로 보도와 시사교양프로그램 간부들을 교체하고 엄 씨 자신은 ‘살아남았던’ 일 등이다.
일각에서는 엄 씨가 사장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권과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엄 씨가 방송문화진흥회에 불만을 나타내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며 ‘설마’ 했었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 재·보선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들을 연이어 찾아 나섰고, 강원도로 주소지를 옮겼다. 지난 1월 25일에는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KBS 아침마당에 출현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의 MBC로부터 ‘자문위원’을 맡아 매달 1천 만원이 넘는 자문료와 차량을 지원받았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투항’해 보궐선거에 나섰다.
엄 씨는 헛된 권력을 쫓아 자존심도 버리고, 방송계 후배들과 MBC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그 주변을 떠도는 인사들이 소신도, 원칙도, 자존심도 없이 오직 눈앞의 이익에 따라 갈등하고 야합한다는 사실이다. ‘좌파방송’ 운운하며 엄 씨를 압박했던 이 정권의 사람들은 ‘선거승리’를 위해 인지도 높은 그를 ‘내 편’으로 품었고, 엄 씨는 부끄러움도 자존심도 버린 채 그들에게로 갔다.
엄기영이라는 인물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 강원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엄 씨는 ‘공영방송 사장 출신’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명예를 잃었으며,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기회주의적 처신은 장차 그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