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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평(2011.2.25)
등록 2013.09.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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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씨, 연임이 아니라 ‘탄핵’의 대상이다
- 민주당, 또 ‘제 발등 찍기’ 할텐가?
 

오는 3월 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2기 방통위 구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2기 방통위 구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최시중 씨는 연임이 아니라 ‘탄핵’의 대상이다
 
최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최시중 씨를 연임시키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최 씨는 연임은커녕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그는 애초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방통위원의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시민사회와 언론계,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를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지난 3년 최시중 체제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통제와 방송장악, ‘조중동방송 만들기’를 실행하는 ‘행동대’였고, 최 씨는 그 ‘행동대장’이었다.
 
최 씨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는 그 순간부터 방통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며 언론통제에 앞장섰다. 광우병 정국에서 이른바 ‘청와대 6인 대책회의’에 참여해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권의 시국타개책을 함께 논의하는가 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방통심의위가 만들어져 광우병 보도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노골적인 언론통제 방침을 드러냈다. 이후 < PD수첩>에 대한 탄압, 인터넷 댓글 삭제 등등 방통위의 언론통제 행태는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최시중 체제 방통위는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를 내쫓고, 자질 없는 인물들로 이사진을 구성해 KBS와 MBC를 망가뜨렸다. 2008년 최 씨와 방통위는 KBS 김금수 이사장을 압박해 물러나게 하고 신태섭 이사를 강제 해임한 뒤, 그 자리에 친정권 인사들을 앉혀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MB낙하산’ 사장들이 내려올 길을 닦았다. KBS 신태섭 이사와 정연주 사장 강제해임의 부당성은 사법부에 의해 확인된 만큼 그 책임만으로도 최 씨가 차기 방통위원장이 되어서는 안될 확실한 이유가 될 것이다.
 
언론악법과 ‘조중동 방송’ 밀어붙이기 과정에서 최시중 체제 방통위는 그 실체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방송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을 언론악법에 대해 방통위에서는 일언반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방통위는 언론악법 날치기 직후 기다렸다는 듯 ‘조중동 종편’을 위한 온갖 특혜를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나아가 지난해 9월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종편사업자 선정 기본 계획을 의결하고, 12월 기어이 조중동을 비롯한 4개 종편사업자를 선정했다.
또 최시중 씨와 여당 추천 위원들은 KBS 수신료를 인상해 ‘조중동 종편’에 광고를 몰아주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지난 22일 KBS 수신료 인상안에 ‘추가 인상’, ‘광고 축소’라는 의견을 덧붙여 국회로 넘겼다.
 
정상적인 방통위의 기능을 포기한 채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를 관철시키는데 골몰하다보니 운영에 있어서도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습적인 안건 상정, ‘다수독재’를 통한 밀어붙이기, 투명하지 않은 정책결정, 정보공개 거부 등등 방통위는 독립적인 합의제 위원회로 운영되기는커녕 공적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하부기관의 구태를 드러냈다.
이 같은 방통위 파행의 중심에 최시중 씨가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또 다시 최 씨를 연임시킨다면 우리는 ‘조중동 방송 취소 운동’과 함께 ‘최시중 탄핵 운동’에 나설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힘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MB시대 언론장악’의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작업을 통해 최시중 씨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한편 최 씨와 함께 이 정권의 방송장악, 언론통제, ‘조중동 방송’ 만들기에 부역한 송도균, 형태근 위원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민주당, 이번에는 제대로 추천해보라
 
지난 3년 이명박 정권은 방송장악, 언론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권력을 지탱하려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소한의 판단력이 남아있는 정권이라면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정운영의 근본을 뜯어고쳐야 마땅하나, 이 정권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인식하고 방송산업의 발전을 고민하는 인물을 방통위원으로 앉힐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2기 방통위원회는 공영방송을 더 처참하게 파괴하고 ‘조중동 방송’에 추가 특혜를 몰아주려는 ‘친MB’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수(常數)’로서의 악조건에 맞설 수 있는 유능한 야당 추천 방통위원이 필요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 결과는 참담했다. 중도 사퇴해 ‘박근혜 싱크 탱크’에 참여한 이병기 씨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나머지 위원들의 활동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시작된 ‘정연주 축출’은 MB식 방송장악의 첫 단추였다. 그러나 불법과 반칙으로 KBS 이사회를 장악하고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는 일련의 KBS 장악 과정에서 야당 추천의 이경자 위원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시작부터 허무하게 밀려버린 이후 연이은 방송장악과 언론통제, 방송구조 개편 과정에서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한편 짧은 기간 양문석 위원이 보여준 행보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렸다.
양 위원은 처음 참석한 회의에서 ‘월드컵단독 중계’와 관련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SBS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SBS 과징금은 절반으로 깎였다. 또 양 위원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최시중 씨가 밀어붙인 ‘종편 기본계획 의결’에도 동의했다. 당시 이경자 위원이 위헌‧부당한 절차 추진에 항의하여 퇴장했는데도, 양 위원은 무슨 연유에선지 그 회의에 계속 참석해 기본계획 통과에 들러리를 서주었던 것이다. 기본계획 의결이 ‘조중동 종편’ 나눠주기의 물꼬를 트는 일이고, 이 정권이 종편선정 절차를 그토록 무리하게 강행하는 이유가 2011년말 조중동 종편이 방송을 시작해 그 다음해 4월 총선,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 정권재창출을 위해 ‘맹활약’해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임을 모르지 않았을 양 위원의 이런 태도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겨레신문은 25일 방통위 평가 기사에서 양 위원에 대해 “애초 기대했던 만큼의 견제능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소수’로서의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야당 추천 위원들이 힘을 합쳐 대응 방안을 공조하고, 최선을 다해 저항할 수 있는 데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의 활동은 기대 이하였다.
 
2기 방통위원 추천을 앞둔 민주당은 1기 방통위원 구성 과정의 과오를 반성하고 자신들이 추천한 위원들의 활동을 정확하게 확인‧점검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이번만큼은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만들고 그에 따라 ‘방송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지난 1기 방통위원 추천 당시 민주당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추천위원회를 꾸리고 나섰다. 그러나 추천심사위원을 막판에 교체하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결국 ‘계파 간 나눠먹기’로 끝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심상치 않은 소문이 떠돈다. 공천 포기의 대가로 KBS 출신 조 아무개 씨에게 방통위원 자리를 약속했다는 둥, 어느 계파에서 밀고 있는 아무개가 유력하다는 둥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계와 언론계에 떠도는 이런 불미스러운 소문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추천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방통위원 추천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것이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방송장악, 방송구조개편의 상당 부분이 방통위를 통해 관철되고 실행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계파간 나눠먹기’, ‘특정 집단의 로비’, ‘내 사람 심기’ 따위의 구태로 방통위원을 추천한다면 그 업보는 부메랑이 되어 총선, 대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 민주당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끝>
 
 
 
2011년 2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