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주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
UAE 핵발전소 수주를 둘러싼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한다.
2009년 12월 27일. 연말을 맞아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던 국민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편성된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상 최대의 수출로 알려진 UAE 핵발전소 수주 성공은 당일은 물론 며칠동안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었고, UAE 핵발전소 수주는 단지 한 개의 건설공사 계약을 따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조직적인 노력의 결실이었고, 그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 중동에서 다양한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이 UAE 핵발전소 수주와 함께 포장되었고, 수주 뒷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후일담과 축하공연 등이 그 뒤를 이었다.
400억달러 수주 보도 하룻만에 절반인 200억달러, 다시 186억달러로 줄어든 계약 내용. 군사적 협력을 둘러싼 다양한 소문들이 있었지만, '사상 최대의 건설공사 수주‘라는 이름으로 이들 내용은 큰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것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UAE 특전사 파병은 처음 정부의 설명과 달리 핵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밝혀졌다. ‘상업적 목적의 파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면서 UAE 특전사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목적과는 무관한 업무를 위해 국민의 군대가 해외로 파병되는 나쁜 사례를 만들었다.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 심사는 물론 안건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적으로 날치기 통과된 UAE 파병동의안은 UAE 핵발전소 수주를 둘러싼 본격 논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UAE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의 대출과 역마진(손실) 문제는 그간 정부가 이야기해 온 ‘사상최대의 건설 공사 수주’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UAE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총 건설비 186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90~110억달러를 28년의 장기간동안 대출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있는 어두운 단면이다. 또한 이러한 대출과정에서 한국과 UAE의 신용등급 차이로 역마진(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국익‘을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외쳐온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생각할 때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주 계약 이면 내용을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계속 이어졌으나, 정부는 그동안 계약 내용은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일체 공개를 꺼려왔다. UAE 수주 이후 맺은 군사비밀보호 약정의 경우, 2급 비밀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는 1996년 파키스탄과 맺은 비밀 약정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많은 내용은 비밀에 붙여지고 국민은 그 내용을 알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미 파병이나 건설 수주과정에서의 대출 문제처럼 UAE 수주과정에서 있었던 ‘이면 계약’의 내용은 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들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국군의 파병과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거액 대출과 손실 우려는 기밀에 속할 수 없는 내용이며, 명백히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사안이다.
애초 이 계약은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 컨소시움에 의해 진행된 계약이었고, 성사과정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계약이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에 대해 최종적으로 정부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제기된 대출을 둘러싼 의혹이외에도 상업계약 미체결 문제, 사고발생시 손해배상 책임문제, 핵발전소 안전보장 기간 및 공기지연에 따른 피해보상 문제 등 그간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에 국회가 적극 나서 UAE 핵발전소 수주 의혹을 국정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그 결과 현 정부의 치적으로 삼고 있다면 더욱 한 점 의혹없이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역할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국회가 맡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사상 최대의 건설 수주’라며 열광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고, 국민 모두에게 납득할 만한 내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파병으로 방산물자 2,006만 달러의 수출효과를 낸다는 주장은 파병과는 무관한 개별기업의 통상적인 수출 실적치였으며, 원전건설에 따라 10년간 11만명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 또한 산출의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는 필수적이다. 의혹은 가두고 숨기려고 할수록 커지고,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진실은 가까워진다. 국정조사를 통해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혹들이 해소되고 UAE 핵발전소 수주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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