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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원의 ‘MBC 보도국 정보 훔쳐보기’에 대한 논평(2010.11.3)
등록 2013.09.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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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MBC 훔쳐보기’ 진상을 밝혀라
 
 

삼성 직원이 MBC 보도국 정보를 몰래 훔쳐봐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MBC는 자사의 취재 정보가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지난 7월부터 특별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 내부 직원이 3년 전 MBC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이직한 오 아무개 씨에게 MBC의 정보를 유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개월 동안 MBC 뉴스시스템에 접속해 당일 방송될 뉴스의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큐시트 등을 훔쳐봤다고 한다.
삼성 측은 ‘유감’이라면서 ‘오 씨 개인 차원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이 말을 그대로 믿을 것인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몇 달 전 MBC 내부 정보망에 삼성을 비판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올라가자 곧바로 삼성 쪽에서 전화가 온 일이 있었다고 한다. 삼성이 MBC에서 유출된 정보를 이런 식으로 악용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MBC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삼성이 정계, 관계,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등 우리사회 곳곳을 ‘인맥’을 통해 관리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만약 삼성이 언론계에 몸 담았던 사람들을 빼내와 언론사의 정보를 계속 엿보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막는 등의 방식으로 여론을 ‘관리’하려 했다면 이는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는 데에서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다. 재벌이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정보를 직접 통제해 여론을 왜곡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삼성 측은 ‘자체 조사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솔직히 삼성이 진상을 밝히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MBC는 정보 유출의 방식과 내용 등을 철저하게 따져 삼성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삼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나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외압’을 행사한 경우가 있다면 이 역시 공개해야 한다. 진상을 밝히는 데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이 또한 피하지 말아야 한다.
MBC가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권력 앞에 진실은 묻어두고 정보를 유출한 내부 직원 한 사람 징계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며 바닥까지 추락한 ‘언론인의 윤리’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할 언론인이 재벌에 ‘스카웃’ 되어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 자체가 씁쓸한 현실이다. 기자 경력이 재벌에 ‘스카웃’ 되는 발판 노릇을 한다면 기자들의 재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재벌들이 언론계 출신을 영입하는 주된 목적이 인맥을 통한 ‘언론계 관리’, ‘언론 관련 문제에 대한 노련한 대처’와 같은 데 있음은 뻔한 이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삼성 측의 공식입장을 밝힌 사람이 바로 MBC 앵커 출신 아니던가. 언론계 경력과 경험이 이런 식으로 쓰이는 것이 ‘언론인 윤리’에 합당한지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재벌에 스카웃되어 언론계를 떠난 사람이 자신이 몸담았던 방송사의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훔쳐본 것이다. ‘개인적 관심’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려울뿐더러, 백번 양보해 그 말을 믿는다 해도 방송사의 공적 정보를 빼냈다는 사실만으로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윤리의식이 바닥을 쳤다고 할 일이다.
우리는 현장의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언론인의 윤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끝>
 
 

2010년 11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