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기울어진 여론지형을 보완하기 위한 실천 방안

언론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②
등록 2017.01.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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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9일 자 언론포커스에서는 언론개혁 3대 핵심과제의 하나인 언론의 내적·외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다뤘다. 오늘은 두 번째로 여론지형(보도·시사 영역의 시청취구독점유율)이 ‘95:5’로 구조적·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화·보완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방송 제작·편성의 독립성 확보로 여론지형 중립지대 창출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의 시작점은 ‘언론의 내적·외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언론개혁’이다. 이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외부 권력의 직간접적 영향력과 보수·진보의 이념적 지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언론매체 자체가 내적으로 다양성과 균형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정권의 방송장악에 의해 또는 권경언 수평유착에 의해 기득권 편향 95% 영역에 속해있던 방송의 ‘보도·시사’가 중립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현실적으로 공영방송과 연합뉴스·YTN에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민영방송 영역에서도 그 변화와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립·균형 지대 출현에 따른 여론지형의 변화는 희망을 좀 섞어 대략 ‘70:25:5’쯤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지형에서 중립·균형 지대 창출은 방송 제작·편성의 독립성 확보만으로 충분치 않다. 언론을 수직적 도구나 수평적 동맹자로 삼고 싶은 정권과 대자본의 강렬한 욕망은 상수로 봐야 한다. 그 강렬한 욕망과 준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그 제도적 장치로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방통위의 민주적 재구조화

 

“방송은 장악, 통신은 쇠락”이라는 비판이 말해주듯, 방통위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이후 지금까지 정권편향과 독임제적 관료주의의 폐단을 줄곧 노정해왔다. 정권의 방송통제 도구, 행정편의적인 통신규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못하면, 힘들게 이룬 방송 독립성도 물거품일 수밖에 없다.

 

위상과 조직 및 위원선임 방식 등에서 방통위를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로 재구축하고, 업무에서 방송과 통신에 관한 공공정책과 규제 이외의 산업진흥 정책은 산자부나 미래부 등 다른 정부부처로 이관하되 국민의 알권리나 민주적 여론형성과 관련이 있는 경우 방통위가 이에 대한 협의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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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통심의위, 역할·위상·조직·업무의 전면적 개편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권편향의 방송·통신 심의로 정권의 반민주적 언론통제와 기득권 편향의 왜곡된 여론지형 고착에 기여해왔다. 방통심의위에 대해선 현 조직을 해소하고 새롭게 다시 구성하는 수준의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1)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심의 특히 정치적 표현에 대한 공정성 심의는 금지하고, 2)심의대상을 아동·청소년 포르노 등 불법음란 정보와 마약 등 향정신성의약품유통 정보 등에 한정하며, 3)방송사가 시청자민원의 1차 창구 역할을 하고 방통심의위는 2차 창구 역할을 하도록 민원체계를 전환하고, 4)사회적 쟁점이 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시청자참여심의제도’를 도입하고, 5)심의신청의 사유를 명확히 명문화하고, 6)불공정 방송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때에만 심의를 하도록 하는 등의 쇄신방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방송·광고 시장의 불공정성 완화·제거

 

현재 방송·광고 시장은 광고산업 정체와 매체 과잉을 배경으로 불공정거래와 불공정경쟁이 판치는 야만 상태에 있다. 극심한 시장의 수급불균형과 불공정성을 방치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약탈적인 소수 패권자의 편으로 더 심하게 기울어지도록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상태에서 여론지형 건강성의 요체인 여론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한방에 뒤집을 묘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할 일은 있다. 먼저 긴 호흡부터 생각해 보자. 광고수입을 위한 과당경쟁은 긴 기간 동안 상수라 할 수 있다. 이를 조절하기 위한 인위적인 구조개편은 실행도 어렵거니와 다른 측면의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이에 대해선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반면, 시장의 불공정성에 대해선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종편 PP에 대한 부당한 특혜를 해소하는 일, 미디어렙제도를 본래의 취지와 현실의 조건 양쪽을 절충해 적절히 개선하는 일, 광고·협찬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인 불법·탈법을 규제·차단하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15년 초 벌어진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 유출사건에서 확인된바, 광고·협찬 유치를 위해 기자를 동원하는 일, 광고나 협찬을 받고 계획적으로 업체에 대해 우호적 보도를 하는 일, 광고나 협찬을 주지 않으면 기사로 보복하는 일,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송시기를 협찬 제품의 마케팅과 홍보에 맞추고 그 제품이 홈쇼핑에 올라가는 시기에 다시 그 프로그램을 돈 받고 재방송하는 일, 협찬증빙의 이름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수상쩍은 돈을 수수하는 일 등등 고질적인 불법과 탈법 행위들은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 이후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면죄부를 받았다는 듯 지상파 공영방송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방향전환과 엄정 대처는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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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제3섹터형 독립미디어 포털’ 추진

 

지금까지 기술한 바와 같은 방안들을 잘 추진해 성과를 냈다 치자. 이때 도달할 수 있는 여론지형 수준이 바로 위에서 말한 ‘70:25:5’ 정도다. ‘95:5’보다는 좋다. 그렇지만, 조금 아쉽다. 이를 좀 더 개선할 다른 방도는 없을까? 여론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효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비제도권 시민공론장이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는 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무대로 한 ‘제3섹터형 독립미디어 포털’이다.

 

이는 방통위(정부)-콘텐츠사업자(시장)-소비자(시민) 등 세 부문이 ‘독립미디어온라인유통센터’(가칭)를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하고, 이 센터가 독립미디어사업자들의 시청각미디어 콘텐츠를 유료판매 또는 무료보급하는 온라인 포털을 구축·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미디어사업자는 등록제로 포털에 진입하며, 등록 요건은 문화·교양 콘텐츠를 취급하는 점포냐 뉴스·시사 콘텐츠를 취급하는 점포냐에 따라 차이를 둔다. 

 

뉴스·시사 콘텐츠를 취급하는 경우, 보수냐 진보냐 등 지향성을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인종주의나 파시즘처럼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부정하거나 특정종교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 취급자에 대해서는 등록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센터는 포털의 구축·운영을 기본 업무로 하되 그 외에 콘텐츠 제작·유통과 관련된 인프라 제공 등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 및 경영·회계 컨설팅 지원, 정부기관이나 관련 단체 등 네트워킹 지원, 사전제작비 지원, 법적 분쟁 지원, 각급 시청자미디어센터들과 연계한 제작지원과 교육지원, 뉴스·시사 콘텐츠 제작사업자에 대한 취재현장 접근 크레딧 지원 등이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은 두 가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첫째는 문화콘텐츠 제작에서 창의적 도전의 기회를 확대하여 문화산업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둘째는 (보도·시사 부문 독립미디어 콘텐츠 사업과 관련하여) 시민공론장의 확장과 제도적 안정을 촉진하여 여론지형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시민주권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상임대표, 동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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