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중동 종편' 추진 기본 계획안 의결에 대한 논평(2010.9.19)
등록 2013.09.25 15:25
조회 383
종편 기본계획 의결, ‘파국의 시작’일 뿐이다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전문PP 선정 기본 계획을 의결했다.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단체는 ‘조중동 종편’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방통위가 ‘조중동 종편’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우리단체 9월 2일 논평 참조) 우리단체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조중동 종편’이 여론다양성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뿐 아니라 방송산업 전반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방통위는 오직 조중동에 방송을 나눠주겠다는 정략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방통위가 통과시킨 기본 계획을 보면 한마디로 ‘조중동을 위한 계획’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자가 종편과 보도전문PP 모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조중동 중 종편에서 탈락한 사업자에게 보도전문PP라도 떼어주겠다는 발상을 드러냈다. 또 광고시장 규모를 볼 때 한 개 정도의 종편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일정 기준(기준점수의 80%)을 넘으면 모두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게 했다. 현실적 근거가 아닌 ‘정략적 고려’에 따라 종편과 보도전문PP를 나눠주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방통위의 기본 계획 의결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무시하면서 헌재를 겁박하는 행위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언론악법에 대해 야당은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헌재에 냈고, 오는 10월 경 헌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처럼 ‘조중동 종편’의 근거가 되는 방송법의 위법 여부를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허울뿐인 공청회를 열더니 기본 계획까지 의결해버렸다. ‘조중동 종편’을 기정사실로 만듦으로써 헌재를 압박하는 꼴이다.
방통위가 기본 계획을 의결하자 대부분의 언론들도 ‘조중동 종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중동 종편’이 초래할 여론 다양성 파괴나 방송산업 전반에 닥칠 재앙에는 무관심한 채, 사업자 선정의 방식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 사업자 선정 시기 등이 초점이 되고 있다. 방통위가 노린 것이 바로 이런 분위기 아니겠는가?  
 
그러나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둔다. 지금 이명박 정권과 방통위가 밀어붙이는 ‘조중동 종편’은 민주주의는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재앙’이 될 것이다. 방통위원장으로 불릴 자격조차 없는 최시중 씨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정권의 ‘조중동 종편’ 만들기에 부역한 방통위원들 모두 자신들의 행위가 낳은 참담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의결 과정에서 이경자 위원과 양문석 위원이 ‘조중동 종편’의 정략적 의도나 예상되는 부작용 등 본질적인 문제를 따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방통위의 기본 계획 의결을 반대한 사람은 이경자 위원뿐이었다고 한다. 이날 국회 일정 때문에 기본 계획이 상정된 후에야 회의에 들어온 이 위원은 “기본 계획 의결을 10월 중순쯤 예상되는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역시 야당 추천인 양문석 위원은 “선정 공모 이전에 모든 것을 준비하고 선정 공모는 헌재 결정을 보고 하자”면서 기본 계획 의결에는 동의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 위원의 ‘조건부 동의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양 위원은 기본 계획 의결을 동의한 데 대해 “오늘 의결을 반대할 수도 있었지만 합의제 기구의 뜻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방통위원으로 들어가서 느낄 당혹감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경자 위원이 타당한 주장을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에 동조해 잘못된 기본 계획의 의결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양 위원은 SBS 과징금 추징 건, KBS 수신료 인상 건 등에서 이해하기 힘든 처신을 해 비판받은 바 있다. 양 위원은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앞으로 야당 추천 위원들이 정권의 ‘조중동 종편’ 만들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시민사회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이러 저러한 ‘현실 논리’를 내세우며 ‘조중동 종편’ 탄생에 부역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끝>
 
 
2010년 9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