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5월 6일 동아일보의 천안함 ‘어뢰파편·화약성분 검출’ 오보에 대한 논평(2010.5.6)6일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함체에서 떨어져 나간 연돌(연통)에서 어뢰의 화약 성분을 검출했고 천안함 내부와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알루미늄 파편들 가운데 일부가 어뢰파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동아일보의 ‘단독보도’가 오보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1면과 3면 기사 <천안함 연돌서 어뢰 화약성분 찾았다>, <근접해서 터지는 중국제 重어뢰 가능성>에서 ‘합조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같은 내용을 전한 뒤 “한미 양국 정부는 어뢰 공격의 주체로 북한을 지목”하고,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6일 오전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민·군 합동조사단(아래 합조단)에서 천안함 잔해를 수거해 성분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면서 “천안함 잔해물에서 화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동아일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민군합동조사단의 문병욱 준장도 “연돌의 화약성분이 있는지 없는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중이지만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천안함에 탑재된 금속성 재질의 장비만 해도 수천가지인데 무조건 천안함에서 나온 금속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계속 분석중”이라고 반박했다.
윤원식 국방부 공보과장도 “언론의 상상력이 너무 지나친 것 같다, 화약성분이 확인된 바 없다”며 동아일보 보도를 일축했다.
한마디로 동아일보의 보도가 ‘오보’라는 얘기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이번 오보가 정략적인 ‘북풍몰이’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초조감’이 뒤섞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조중동은 천안함 사고 발생 이후 아무런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북한 소행’으로 몰면서 ‘안보 위기’를 부추겨왔다. 나아가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천안함 외교’로 북한을 봉쇄하려는 데에도 적극 힘을 실었다.
조중동의 ‘북풍 밀어주기’ 속에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 전까지는 6자회담은 안 된다”며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천안함 사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북한과의 외교행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받아들여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하고 통일부 장관이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등 반발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북‧중은 보란 듯이 정상회담을 열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끌어냈다면 정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조차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희망 의사를 밝히는 등 국제사회에서 6자회담과 천안함 침몰 사고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기조가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중동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조중동은 ‘북풍몰이’를 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대북강경 기조로 수구세력들을 단결시키고, 지방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안보위기를 각인시키며, 안보에서조차 무능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물타기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가?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객관적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는 ‘천안함 외교’가 벽에 부딪힌다면 조중동의 ‘북풍몰이’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국방부조차 신중한 ‘어뢰 파편 발견’, ‘화약 성분 검출’을 이토록 ‘과감하게’ 1면 톱기사로 내보낸 것은 ‘북풍’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안간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의 초조함은 이날 사설에서도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후진타오-김정일 악수, 천안함 대응에 방해 안 돼야>라는 통해 “지금 한반도에서 6자회담 재개보다 더 시급한 현안은 천안함 사태 해결”이라면서 수거된 알루미늄 조각 일부가 어뢰 파편이고, 어뢰의 화약성분도 검출됐다며 이를 ‘북한 소행’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카드로 성급하게 천안함 사태에 물타기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모한 시도”, “후 주석은 김 위원장 끌어안기가 천안함 사태 해결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향해 ‘북한 소행이 드러났으니 우리 요구를 들어달라’고 주장한 것인데, 그만 하루도 안 돼 오보로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북 강경 부추기기를 중단하라. 남북관계는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문제다. 조중동이 정략적인 시각, 이념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섣부른 대응을 부추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조중동이 남북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그나마 이명박 정부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촉구한다.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객관적 증거를 통해 드러난다면 그 때 대응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선 천안함, 후 6자 회담’ 운운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천명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북풍몰이’로 얻게 될 얄팍한 정략적 이익에 취해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천안함 문제에 냉정을 찾고 대처하면서, 6자 회담 재개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조중동의 훈수를 믿다가 큰 일 난다.<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