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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헌재의 ‘신문법·방송법 무효 청구’ 기각 판결에 대한 논평(2009.10.29)
등록 2013.09.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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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스스로 추락했다
 
 
 
헌법재판소가 위법으로 얼룩진 한나라당 언론악법에 손을 들어주었다.
29일 헌재 전원재판부는 민주당 등 야당이 낸 신문법, 방송법 등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 판결에서 ‘신문법과 방송법을 가결시킨 절차는 위법하지만 법안의 가결은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신문법과 방송법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심사보고 생략, 제안취지 설명 및 질의토론 절차 생략, 대리투표 등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절차상의 위법’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에 대한 무효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한마디로 ‘절차 따로 효력 따로’라는 판결이다.
 
모든 것을 떠나, 절차는 위법해도 그에 따른 결과는 유효하다는 헌재 판결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제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정당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헌재 판결은 힘센 집단이 ‘절차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밀어붙인 결과조차 인정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헌재는 이번 판결로 자신의 권위와 존재 이유도 부정했다.
헌재는 권력에 의한 헌법 유린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6월 항쟁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런 기관이 ‘절차는 위법하지만 법안의 효력은 인정된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제 어떤 국민이 헌재를 민주주의와 헌법의 ‘마지막 보루’로서 신뢰하고 의지할 것인가? 헌재는 국민을 버리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상식적이고 비겁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추락했다.
 
우리는 이번 헌재 판결을 지켜보며 이명박 시대의 ‘법치’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아가 민주주의는 한 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싸우면서 지켜가야 한다는 사실도 거듭 깨달았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수구기득권 세력들은 헌재의 이번 판결로 ‘조중동 방송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오판하지 말라. 국민들은 헌재가 이렇게 망가지면서까지 ‘조중동 방송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는 사실에 분노할 것이며, 수구기득권 세력에게 ‘조중동 방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는 ‘조중동 방송’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끝>
 

2009년 10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