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민주당 언론법안에 대한 논평(2009.7.10)뉴스 프로그램을 포함한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시장점유율 10% 미만인 신문사 및 뉴스통신 사업자와 자산규모 10조 원 미만인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보도 분야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진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몇 가지 단서와 장치를 두긴 했지만 신문사와 대기업에 방송뉴스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또한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삼으려면 우선 신문시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심지어 무료신문이나 스포츠신문까지 여론다양성을 고려하는 신문시장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있는 마당에 무엇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법을 만들어 놓고 이참에 신문시장획정도 하고 경영투명성, 발행부수공개 등의 조건을 달아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리숙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신문시장을 교란하고 불법을 일삼는 거대신문사들은 정부여당 권력과 야합하고 한통속이 되어 시장 정상화 흉내만 낼 가능성이 크다. 시장점유율이라는 장치도 믿을 수 없다. 이들을 관리 감독해야할 권력기관은 점유율 계산도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 세력인 수구신문에 유리하게 제 멋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적 과정을 존중하고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 조금도 없는 정치집단은 이를 축으로 적절히 타협하는 척 하면서 신문사와 대기업에게 방송을 내주려 할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막아내려는 민주당의 고심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논의의 순서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지금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시장 참여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제한적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그것이 가능한 조건과 상황을 논의하고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즉 수십 년 간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대로 언론시장을 먼저 정상화하고 시장점유율과 시청점유율을 따지는 기준과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방법론 없이 법 규정만 도입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편법을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여론의 중요한 수단을 독과점적 신문과 대기업의 수중에 내팽겨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숱한 사례와 연구 결과에서 대자본과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출허용이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방송시장 규제완화로 방송 산업과 고용창출의 효과가 있다던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인 KISDI의 보고서가 통계 조작으로 밝혀진 마당에 민주당은 무엇을 위해 신문사와 대기업에게 방송시장을 열어주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청점유율 규제를 하는 서구 몇 나라의 사례를 섣불리 흉내내려 하지말라. 서구 어느 나라에 우리나라처럼 탈법이 판치는 신문시장이 있으며 왜곡과 편파를 일삼는 수구신문들이 시장을 완전장악하고 있던가? 그리고 권력기관이 정치적 입맛에 맞게 언론사를 장악하기 위해 낙하산인사를 내려 보내고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이라 할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언론통제의 앞잡이로 만들었던가?
언론을 수구신문과 자본에 넘겨주는 ‘언론악법’과의 타협은 없다. 오로지 국민과 언론학자 및 언론인 대다수가 반대하는 언론악법의 폐기만 있을 뿐이다. 어설픈 타협은 언론악법 강행의 빌미만 줄 수 있다. 만약 혹시라도 저들의 술책에 넘어가서 신문사와 대자본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민주당은 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