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9.6.24)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태는 MBC마저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이명박 정권은 ‘사장 쫓아내기’로 공영방송 KBS를 장악한 ‘경험’이 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 PD수첩> 제작진 기소를 빌미삼아 MBC 사장마저 쫓아내고 공영방송 장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MBC 장악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친MB 성향’으로 물갈이 한 뒤, 무엇이든 트집을 잡아 임기가 남은 엄기영 사장을 몰아내고, ‘친MB 인사’를 앉힐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MBC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이병순 체제의 KBS’가 잘 보여주고 있다.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도 KBS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계 일각의 안일한 예측을 비웃듯 KBS는 하루 아침에 비판기능을 상실하고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 방송사 내부의 비판세력들은 인사권을 휘둘러 그 싹을 잘라버렸다. 비록 MBC가 KBS와 달리 건강한 노조가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으나,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방송3사 가운데 그나마 정부에 대한 비판목소리를 내는 곳이 MBC다. 이 MBC마저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다면 우리 사회에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할 만한 방송사가 모두 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KBS는 MBC노조의 비판을 전하는 장면에서 하필 MBC 노조가 ‘신경민 앵커 교체’에 항의해 엄기영 사장을 향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던 장면을 비췄다. 지금 MBC 노조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영진 퇴진 압박’을 비판하고 있는데, 자료화면은 MBC 노조가 엄 사장을 비판한 내용을 쓴 것이다.
SBS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MBC 겁박을 별도 보도로 다루지 않았다.
<농성돌입..대치격화>(최선호 기자)에서 한나라당 단독 국회 강행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입장을 다루고, 마지막에 “한나라당 초선의원 40명은 ‘PD 수첩의 왜곡된 광우병 보도에 책임을 지고, MBC의 최고경영자는 퇴진하라’고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반박했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MBC는 <“사퇴”..“MBC죽이기”>(장준성 기자)에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주장과 이를 비판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비판을 전했다.
그나마 MBC는 “성명서 동참을 거부한 일부 여당 초선 의원들”이 “여권 수뇌부가 의원들의 정부 비판 발언을 자제시키더니, 이제는 특정 언론사를 적대시하는 집단행동까지 강요한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여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다뤘다.
19일 이동관 대변인이 < PD수첩>을 향해 “음주운전하는 사람한테 차를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 “이쯤 되면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 등등 막말을 쏟아내며 ‘경영진 총사퇴’를 압박했을 때도 방송사들은 그의 발언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특히 KBS와 SBS는 이 대변인의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한 뒤, 끝부분에 야당의 비판을 언급했을 뿐이다.
아울러 SBS에도 강력히 촉구한다. SBS가 공영방송은 아니지만 일정한 공적 책임이 있는 지상파 방송이다. 다른 문제도 아닌 권력의 방송장악 시도 앞에 최소한의 비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KBS의 급격한 변질로 SBS 보도의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SBS의 문제를 모른다거나, SBS는 어떤 경우에도 ‘온실’ 속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기 바란다.
MBC 구성원들에게도 당부한다. 정권의 MBC 장악 시도를 제대로 보도하고 비판하라. ‘당사자’ 격이라는 이유로 멈칫거릴 일이 아니다. MBC는 MBC 구성원들만의 ‘회사’가 아니라 ‘공영방송’이다. 정권의 MBC 장악 시도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당연한 책무다.
당장 ‘MBC 길들이기’, ‘MBC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