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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 6월 처리’를 주장하는 조중동 사설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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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중동을 끊어야 산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언론법안에 대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차원의 여론조사를 촉구하고,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가 ‘언론악법 강행처리 저지’의 뜻을 분명히 밝히자 조중동이 발끈하고 나섰다.
17일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억지로 표결처리를 강행하려고 한다면 죽기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이 언론법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언론법 처리와 관련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주요 신문들은 모두 한나라당 언론악법과 관련한 사설을 실었는데,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이 튄다. 두 신문은 민주당이 내놓은 이른바 ‘뉴민주당 플랜’을 슬쩍 띄워주면서 ‘6월 국회에서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을 보이라’며 언론악법 처리 협조를 압박했다.
한편 민주당 김효석 뉴민주당 비전위원장은 17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지양하는 현대화’,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 등을 골자로 하는 ‘뉴민주당 플랜’의 내용을 공개했는데,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거세다.
 
18일 조선일보는 <‘뉴 민주당 선언’ 6월 국회부터 행동으로 보여줘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가 민주당을 향해 어떤 주장을 폈는지 알만 하다.
사설은 민주당의 ‘뉴 민주당 선언’ 초안 내용을 소개한 뒤, “민주당이 재창당 수준의 ‘뉴민주당 플랜’을 내놓은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민주당이 정말 달라졌다’고 확실하게 알리려면, 2주 후 시작되는 6월 국회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국 순회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언론악법을 비롯한 ‘MB악법’ 처리에 협조하라는 주문이다.
사설은 이강래 원내대표의 ‘선명하고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 선언을 언급하며 “야당이 여당과의 싸움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과거부터 써온 방법”, “새 야당 원내대표의 이런 노선이 탈이념․현대화를 표방한 ‘뉴 민주당 플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헷갈린다”며 비꼬았다.
나아가 “민주당은 최근 공공연하게 ‘6월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표결처리한다’는 내용의 여야 합의를 ‘상황이 바뀐 만큼 지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또다시 해머와 전기톱을 들고 국회를 농성장으로 만들면서 입으론 ‘뉴민주당’을 외친다면 국민이 어떻게 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언론악법 처리에 협조할 것을 거듭 압박했다.
중앙일보도 ‘뉴민주당 플랜에 맞게 언론악법 처리에 협조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제목도 <뉴 민주당 플랜, 언행일치가 관건이다>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뉴 민주당 플랜’을 마련한 배경이 “반성”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너무 이념적 투쟁에 치우쳤다는 인식이 반성에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사설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보안법을 없애고 사학과 신문을 규제하는 법안에 매달렸지만 국민에게 보기 좋게 외면당했다”, “사회를 2:8로 나눠 가진 계층을 공격했지만 그들의 위축으로 오히려 성장과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반대해왔던 민주당의 정책들이 ‘반성거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뉴 민주당 플랜’에서 명시한 탈이념, ‘성장과 기회’는 옳은 방향”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중앙일보는 ‘뉴민주당 플랜’의 숙제라며 몇 가지를 언급한 뒤 “언행일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민주당이 “현대화를 통해 탈이념을 추구하면서도 손과 발은 이념 투쟁에 묶여있다”면서 이강래 새 원내대표의 ‘언론법안 강행 저지’를 발언을 언급했다. 또 민주당이 언론법안 여론조사 실시를 주장하는 데 대해 “미디어법이야말로 ‘성장과 기회’를 위한 규제완화책인데 이를 권력의 여론독점이라고 몰아붙이니 이게 무슨 현대화”냐고 비아냥거렸다.
 
동아일보는 좀 더 노골적으로 언론악법 강행처리를 주문했다.
사설 <정부․여당, 미디어법 또 밀리면 설자리 없다>에서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미디어 관계법안에 대한 여야합의를 깨려는 언동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한나라당을 향해 언론악법을 포함한 각종 ‘MB악법’을 6월에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사설은 지난 3월 여야 합의를 “물러터진 한나라당을 상대로 민주당이 우격다짐해 관철한 것”이라고 상황을 왜곡하는가 하면 “미디어 관계법안은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신문․방송 등 미디어 간 장벽을 없애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산업을 육성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콘텐츠와 정보통신을 융합한 신(新)산업에서 일자리 수만 개가 새로 생겨나면 젊은 인재들에게 꿈을 펴는 일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합의 파기 노골화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후 “미디어 관계법안을 비롯해 비정규직 관련법과 각종 사회개혁법안의 6월 국회통과에 이명박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을 놓고 있다가 야당과 좌파연합 세력에 밀리고 내부에서 딴소리가 나와 주저앉는 일이 생긴다면 이 정권은 스스로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여당을 향해 언론법안을 강행처리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여론 수렴 없는 언론관계법 안 된다>라는 사설을 싣고, “언론관계법을 논의하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쪽에서 미디어위원회를 언론관계법 처리를 위한 시간 끌기 수단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했고, 그 성격도 자문기구로 한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 추천위원들은 언론관계법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마저 거부하고 나섰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을 일반 국민에게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댔다”면서 “언론 현실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수준을 무시하는 발언일 뿐 아니라 언론관계법을 전문가 몇몇의 이해로 결정지으려는 대단히 편협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제라도 미디어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조사 수용은 그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언론관계법을 국민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국정쇄신 외치면서 미디어법 밀어붙이나>에서 “미발위의 활동 개시에도 불구하고 두 달여 동안 미디어법 공론화를 막은 것은 여당”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각 지역을 도는 공청회는 여당측 인사들의 일방적 회의 운영으로 겉돌기 일쑤였다”면서 “여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디어법 반대가 60% 이상이라는 점을 의식해 미발위를 통과절차쯤으로 활용해왔다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설은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7%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이 국민의 의견과 동떨어진 일방통행식이 많다”고 답변했음을 지적한 뒤, “여당이 미디어법안 처리가 여의치 않자 스스로 ‘숙성이 덜 됐다’며 6월 국회로 미룬 것도 그런 국민들의 정서와 맞물려있다고 보는 게 옳다. 답은 이미 나와있다”며 언론악법을 강행처리 해서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3월 2일 언론법안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 한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는 거대 여당이 소수야당을 ‘겁박’한 결과였다. 이 보다 앞선 1월 6일 한나라당은 방송법, 신문법 등 언론관련 법안들을 “시한을 두지 않고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야당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이 합의를 뒤집고 언론악법 강행처리를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내놓은 ‘쟁점 언론법안을 6월 이후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자’는 중재안마저 거부했다. 또 거대 여당이 로텐더홀을 점거하며 법안의 강행처리를 압박하는 초유의 상황을 벌였다. 결국 거대 여당의 겁박을 버티지 못한 민주당이 굴복함으로써 ‘100일 논의 후 표결처리’라는 합의 아닌 합의가 나온 것이다.
누차 언급했듯 ‘시한을 정한 사회적 논의기구’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었다. 민주주의 나라들이 수 년씩 걸려 논의하는 방송구조 개편 문제를 기한을 정해놓고, 그것도 단 100일 만에 사회적 논의를 끝내자는 것은 시간만 대충 보내다가 언론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디어발전국민위의 전개 과정은 한나라당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언론법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민주당의 여론조사 실시 요구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러면서 무슨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사회적 논의’는 허울이었고 악법 처리의 명분이나 쌓아 보겠다는 속셈 아닌가?
그런데도 조중동은 언론악법의 ‘6월 처리’만을 되뇌며 언론악법이 ‘세계적 추세’인 양 호도하고, 미디어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수 만 개 만들어내는 법이라는 억지를 반복하고 있다. 오직 방송뉴스에 진출해보겠다는 ‘사익(私益)’에 눈이 멀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작태이자, 이 정권을 향해 ‘죽을 길’로 가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거듭 경고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의 뜻을 또 한번 거슬러 끝내 6월 국회에서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한다면 이 정권은 재기 불능의 정권이 될 것이며, 조중동 역시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한편, 이른바 ‘뉴 민주당 플랜’ 운운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뉴 민주당 플랜’의 초안을 보면 민주당은 왜 자신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어떤 경우에도 재벌과 강남 부자 등 기득권층이 민주당의 지지 세력이 되지는 않는다. ‘좀 더 오른쪽으로 가면 지지율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어설픈 ‘플랜’을 내놓으니 교활한 조선․중앙일보에게 농락이나 당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문제는 ‘이념의 과잉’이 아니다. 오히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중도정당’으로서의 이념 부재, 그 이념을 실현할 능력 부재가 문제다. 정권과 한나라당의 독주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엉뚱한 ‘한나라당 따라잡기’에 나선다면 돌아오는 것은 국민의 냉담과 수구족벌신문의 비아냥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조중동의 회유와 겁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민주당의 살 길이 보인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5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