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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신영철 파문’ 축소보도·‘시위대 폭력’ 부각보도에 대한 논평(2009.3.9)
등록 2013.09.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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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유린 감싸며 ‘법 지키라’는 조중동의 분열증
 
 
 
신영철 대법관이 시국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 뿐 아니라 전화, 식사모임 등을 통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또 현직 판사가 신 대법관의 용퇴를 주장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는 등 사법부 내부에서도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9일에도 신 대법관의 시국사건 재판 개입 파문을 심층 보도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여전히 이번 파문을 무시하거나 축소했다. 특히,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적반하장의 색깔공격을 폈던 조선일보는 9일 관련 기사를 일절 싣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0면에 <‘신영철 대법관 e-메일’ 판사 20명 조사>라는 기사를 싣고 대법원의 진상조사 상황을 짧게 전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12면에 <‘재판 압력성 e메일’ 관련 전현직 판사 20명 조사>, <서울지법 판사 “신영철 대법관 퇴진을”>이라는 두 건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두 기사 모두 2단 짜리 단신이었다.
 
조중동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에는 외면과 축소로 일관한 반면, 7일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집회 이후 일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경찰이 두들겨 맞는 이 나라>를 1면 톱기사로 실었는데, <‘용산참사 시위대’ 경찰 16명 집단폭행… 누군가 지갑 뺏어 카드로 옷·담배 구입>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아 시위대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부각했다. 4면 <“너 경찰이지” 집단폭행… 주말 도심 무법천지>에서도 병원에 입원한 경찰관 사진을 게재하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3면 신경무 만평 <선배들이 요 모양 요 꼴이었으니… 후배들도…>는 매우 악의적이었다. 만평은 작년 여름 수배 중에 붙잡힌 광우병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호텔에서 “쓰리고! 몽땅 피박!!”이란 환성을 지르며 고스톱을 치는 모습, 촛불 모금액을 유용한 누리꾼이 안마시술소에서 “꼭꼭 주물러라…”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그 아래 이런 ‘선배’들 밑에서 데모를 배운 ‘후배’들이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 집회에 참가해 경찰관을 폭행하고 빼앗은 카드로 옷과 담배를 구입한 후 “폼 나지?!”하고 웃으며 촛불을 드는 모습을 그렸다. 한 마디로 작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에 나선 활동가들과 용산 추모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싸잡아 매도한 것이다.
또 사설 <시위대에 무릎 꿇고 무전기 뺏기고 코뼈 부러지는 경찰>은 법원, 검찰, 경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시위대를 엄벌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나섰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불법집단 떼거리가 도시게릴라처럼 곳곳에서 출몰하면서 도로통행을 마비시키는 이 기막힌 무법천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끈질긴 자세로 위법 폭력배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체포하고, 검찰은 엄밀하고 철저한 수사로 기소를 뒷받침해 폭력배나 다름없는 시위대에게 법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시민들도 폭력 시위대의 불법은 목격하는 대로 경찰에 신고하고 증거 확보에 도움을 줘야 한다. 법원은 법원대로 상습적 폭력시위에 법이 정한 최고형을 선고해 폭력시위를 했다가 걸려들면 신세를 망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일부 판사들이 ‘좌파언론’과 함께 조직적으로 사법부를 공격한다고 펄펄 뛴 조선일보가 정작 자신들은 “법정 최고형 선고” 운운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중앙·동아일보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행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 <시위대, 경찰관 16명 집단폭행 신용카드 빼앗아 옷-담배 구입>, 12면 <“경찰이다” 20여명이 둘러싸고 폭행-지갑 강탈> 등의 기사를 싣고 시위대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부각했다.
사설 <경찰, 언제까지 시위대에 몰매 맞을 건가>에서는 7일 사건을 빌미삼아 헌재에 ‘집시법 야간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합헌 판결’을 압박하려 들었다. 동아일보는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역시 이런 사회적 요청을 충분히 고려해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 조항마저 없다면 서울 도심 일대는 밤만 되면 불법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대 해방구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 헌법상의 집회시위권을 무차별적으로 인정해 사회 혼란과 국민 불안을 감내할 것인지, 국가가 일정한 안전장치를 통해 불법 폭력에 대응하고 선량한 국민의 삶을 보호할 것인지 헌재는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도 2면 <용산시위대 200명 주말집회 경찰 폭행 무전기·지갑 강탈>, 사설 <경찰 때리고 돈지갑 빼앗은 시위대> 등의 기사를 실었다. 특히 사설에서는 “한 달 전엔 용산 참사 사망자 분향소 주변에서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이 경찰관을 납치해 30여 분간 감금,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이제는 경찰을 때리고 지갑을 빼앗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시위대의 소행이 맞다면 떼강도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은 7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에 대해 양측의 주장을 모두 실었다. 한겨레는 8면 <용산 추모집회 충돌 “경찰 16명 폭행당해”>에서 경찰의 주장 뿐 아니라 시위대의 주장을 함께 다뤘다. 경향신문도 10면 <‘용산 추모’ 시위대 경찰 16명 폭행>에서 “경찰 ‘무전기·지갑 빼앗고 신용카드 도용까지”, “범대위 ‘일부 우발적 행동… 시민 10명도 부상” 등 경찰과 시위대 양쪽의 주장을 전했다.
경찰의 주장처럼 일부 시위대가 작정하고 경찰을 집단폭행하고 지갑까지 빼앗아 신용카드를 쓴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범대위 측의 주장은 경찰 주장과 완전히 다르다. 범대위는 경찰이 추모문화제를 끝내고 해산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아 마찰을 불러왔고, 일부 시민들이 동대문역 부근에서 평화 행진을 벌이자 이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연행하려 들면서 충돌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범대위는 ‘시위대’가 신용카드를 훔친 것으로 몰아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을 싸잡아 매도한 데 대해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근거로 집회 참석자들을 ‘떼강도’인 양 몰아가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한편, ‘엄격한 법 집행’에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 최고위층의 헌법 유린은 감싸고 돌면서 ‘시위대의 불법’에만 일벌백계를 주장하는 조중동의 행태는 심각한 자기분열증이다. ‘법 질서’, ‘법치’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일관성 있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은 외면하면서, 호재라도 만난 듯 “시위대의 경찰 폭력”을 부풀려보려는 조중동의 모습은 차라리 ‘초라하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부역해 사익을 추구하는 그 행태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끝>
 
2009년 3월 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