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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담당 판사 압력 관련 주요신문에 대한 논평(2009.3.6)
등록 2013.09.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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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에게도 색깔공세, 조선일보 참 끔찍하다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에 이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 또 드러났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촛불집회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이메일을 보냈음이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 사이 신 법원장은 판사들에게 모두 6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특히 신 법원장은 10월 9일 박재영 판사가 야간집회 금지조항의 위헌 심판을 제청하자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선고를 노골적으로 독촉했다. 당시 박재영 판사는 광우병대책회의 안진걸 팀장이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대해 낸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고 안 팀장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즉, 신 법원장의 이메일은 판사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을 기다리지 말고 현행법에 따라 재판을 서두르라’고 압박한 것으로, 사실상 유죄를 선고하라는 의미나 다름없다. 법원이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법관들에게 ‘권력의 의중에 따른 판결’을 종용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신 법원장은 이메일에서 “대법원장님께서도 대체로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10.14)거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11.6)이라고 밝혀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원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한편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재판 개입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놀라울 정도다.
 
조선일보, “이메일 공개가 문제” … 악의적인 ‘물타기’에 색깔론까지
조선일보는 이날 12면에 단 두 개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신영철 대법관 ‘촛불 재판’ 재촉 이메일 논란>과 <“일부 판사들이 재판 방치해 법원장으로서 할 일 한 것”>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조선일보는 이번 파문을 “논란”으로 취급하는 한편, 판사들이 재판을 방치한 데 대해 법원장이 “조치”를 취한 것처럼 다루고 있다. 또 사법부 독립성 훼손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커녕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들을 비난하고 신영철 대법관의 반박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기사는 신 대법관의 10월 14일 이메일의 일부 대목을 짧게 언급한 뒤 “당시 촛불시위 재판을 담당한 일부 판사들이 헌재의 판단을 본 뒤 하자며 재판을 중단한 데 따라 취해진 조치다”라고 덧붙였다. 위헌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을 중단한 것이 부적절한 것인 양, 법원장이 “조치”를 취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이 기사는 ‘이메일 공개가 문제’, ‘어떻게 이메일 내용이 공개됐나’에 초점을 맞춰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메일을 받은 판사 몇 명이 4일 밤 일부 언론에 당시 받은 이메일을 건냈기 때문”이라며 “법원 일각에선 문제의 판사들이 왜 이메일을 받은 지 3개월도 더 지난 지금에 와서야 특정 언론에만 보낸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노무현 정권 당시 요직에 임명된 인사들을 다수 배출한 판사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입을 빌어 “젊은 좌파 판사들이 법원이 지난 정권 때와 달라지는 데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색깔론을 펴는가 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의 입을 빌어 “얼굴을 가린 채 외부에 기밀을 요청한 이메일을 뒤늦게 유출시켜 조직에 상처를 가하려고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며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메일 공개를 어떻게든 문제삼으려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대법원 진상조사팀 활동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조사팀이 “신 대법관이 이메일을 보낸 의도”뿐 아니라 “이 이메일이 뒤늦게 공개된 경위와 배경 등을 모두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기사는 아예 신영철 대법관의 변명만을 집중적으로 다뤄주었다. 이 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판사들을 믿고 보낸 것인데 불신감이 생긴다”, “(뒤늦게 이메일이 공개된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신 대법관의 주장을 담았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어 놓은 당사자를 두둔하면서 부당한 압력을 공개한 판사들이 잘못이라고 억지부리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중앙일보, ‘논란’으로 몰면서 파장 축소 안간힘
중앙일보도 10면에 가서야 두 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만큼 노골적으로 물타기를 시도하거나 신 대법관을 두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앙일보 역시 이번 사건을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 아니라 “사실상 압력”이냐 “당연한 업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몰았다.
중앙일보는 <대법, 신영철 대법관 ‘촛불 재판 e-메일’ 조사>라는 큰 제목 아래 두 개의 기사를 실었는데,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두고 “형사 단독 판사들에게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법원장의 입장을 제시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신영철 대법관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연 그가 압력을 행사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느냐는 점”이라며 신 대법관의 ‘의도’에 따라 압력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사태의 본질을 호도했다. 그러면서 ‘압력 행사’라는 판사들의 의견을 전한 뒤, “반론도 만만치 않다”며 ‘법원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반론을 나란히 실었다.

동아일보는 그나마 1면 하단에 2단짜리 기사 <신영철 대법관 ‘재판 압력성 e메일’ 파문>을 실었다. 12면에서는 관련기사 두 건을 실었는데, 조선․중앙일보에 비해 이메일의 내용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e메일에 쓰인 문구만으로는 신속한 재판을 당부하는 것이지만, 이는 재판 개입 또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대법원 예규에도 근거가 없는 행위다”라는 정도의 지적은 담았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1면과 3, 4면에 걸쳐 관련 기사들을 싣고, 사건의 의미와 파장을 자세하게 다뤘다. 또 각각 <‘촛불재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 물러나야>, <법관 독립 훼손한 신 대법관 물러나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과 검찰의 위상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이들은 정권의 의중만을 쫓아 편파수사, 표적수사로 불신을 자초했다. 촛불 네티즌들에 대한 거센 탄압,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에 대한 수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표적 수사와 구속,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에 대한 편파․졸속 수사 등등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찰과 검찰의 행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마저 정권의 눈치를 살핀다면 국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점점 흔들리고 있다. 시국사건 등에 대한 구속 남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누리꾼에 대한 전원 유죄판결,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등등 사법부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압력 사건은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에게 ‘사법부마저 MB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충격을 주고 있다. 법원장으로서 외압을 막아내지는 못할망정 판사들에게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종용한 것은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위다. 게다가 그는 지난달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 과정에서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 “위법한 배당이 아니었고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탄핵감이다.
그런데도 수구족벌신문들은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고 나아가 조선일보는 진실을 공개한 판사를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의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사법부가 ‘정권의 들러리’였던 시절을 꿈꾸는게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구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과 민주주의의 상식을 지키려는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사법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법과 양심을 따르고자 하는 법관들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흔드는 내부의 압력 뿐 아니라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의 악의적 왜곡보도에도 의연히 맞서 주기를 기대한다. 신영철 대법관의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사법부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끝>
 
 
2009년 3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