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정권 출범 1주년 관련 조중동 사설에 대한 논평(2009.2.25)국회와 사법부의 독립성은 무시되었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는 짓밟혔다. 공권력은 촛불시민을 탄압하는 데에서 나아가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강부자’·‘고소영’에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던 인사의 난맥상은 일일이 거론할 수조차 없다. 지난 10년 간 꾸준히 진전된 남북한 관계는 전운까지 감돌며 표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747’·‘주가 5000’을 호언장담했지만 2007년 2만 달러를 넘었던 국민소득은 2008년 1만 달러대로 후퇴했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으며, 주가는 반토막 났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떠돌고 있고, 살인적인 ‘경쟁교육’과 그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들은 신음하고 있다. 또 말로는 ‘서민복지’를 내세우면서도 부자와 재벌을 위한 감세에 골몰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떠들면서도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 언론관계법·금산분리 폐지 등 MB악법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권이 ‘바른 길로 가고 있으니 좀 더 잘해보라’고 부추기는 집단이 있다. 바로 조중동이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 1년을 맞아 24일과 25일에 걸쳐 사설을 실었는데, 가히 나라를 망치는 간신배의 감언이설 수준이다.
동아일보는 25일 사설 <李정권 ‘답답했던 1년’ 이대론 안 된다>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두둔하면서 MB악법 강행을 부추겼다.
동아일보는 “큰 틀에서 볼 때 이 정권이 지향한 국정 운영 방향은 대체로 옳았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업적’을 늘어놓았다. “지난 10년간 훼손됐던 한미동맹을 회복했고, 여러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 우방과의 공조 기반도 착실히 다졌으며, 미국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금융 위기 우려를 크게 해소했다”는 것이다. 전쟁위기까지 우려되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비정상적 관계를 정상적 관계로 되돌리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고수”했다고 찬사를 쏟았다. 임시정부 정통성 훼손과 위헌 시비에 휘말린 ‘건국절’ 논란, 교육부의 교과서 강제 수정을 두고 “지난 정권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교정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더니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는 척 “경제난을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제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고 묻고 싶은 게 국민의 심정”이라고 경제 문제에 운을 뗐다. 하지만 결국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방송법 개정 등 투자 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입법이 시급한데도 정부는 국회 탓만 할 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 시장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실질적 규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MB악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탓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엉뚱한 진단을 내놓았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공권력 남용을 정당화하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았다. 사설은 “경찰이 좌파와 불법폭력 세력에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불법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는 말뿐이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따라 불렀다고 고백함으로써 엄정한 법질서 수호와는 거리가 먼 감상적 태도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용산 재개발 참사와 관련해 경찰 진압의 적법성과는 무관하게 경찰 최고책임자를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법치의 원칙을 깨는 기회주의적 행태마저 보였다”며 정권을 향해 ‘국민을 더 강하게 때려잡았어야 했다’고 투정을 부렸다. 동아일보가 이런 주장을 펴는 의도는 뻔하다. 공권력이 ‘피해자’인 양 떼를 쓰며 이명박 정권의 인권유린과 공권력 남용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25일 사설 <집권 2년차 MB의 자기 개혁을 기대한다>를 싣고 이명박 정권을 향해 ‘삽질경제’, ‘MB악법’ 강행에 매진할 것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척, “대통령은 흔들렸고, 인사는 구태였으며, 여당은 혼돈에 빠져 있고, 야당은 발목 잡는 거부 세력이 되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비판 역시 ‘MB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설은 “MB 정부 2년차에 한국은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경제 위기 관리 체제를 점검하고, 정부·공기업·공교육의 효율을 검증하고, 국회와 여야 당을 확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민영화’, ‘3불정책’ 폐지 등 살인적인 입시경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이를 위해 국회와 야당을 거수기로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다. 나아가 “다윈 탄생 200주년에 개혁으로 진화하는 MB를 보고 싶다”는 뜬금없는 비유까지 곁들여 ‘MB악법’을 개혁으로 분칠하고 부추겼다.
한편 중앙일보 역시 이명박 정권의 공권력 남용을 은폐하기 위해 공권력을 ‘피해자’로 몰았다. 사설은 “MB는 촛불사태의 교훈을 새겨 용산사건 때 법질서를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김석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서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사망한 용산 철거민들과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조선일보는 동아·중앙일보 보다 하루 앞선 24일 이명박 정권 1년을 평가하는 사설을 실었다. <취임 1년, 국민의 거울 속에 비친 ‘이명박 정부의 얼굴’>이라는 건조한 사설 제목에서 드러나듯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 1년을 노골적으로 칭송하지는 않았다. 사설은 이명박 정권의 자평(自評)과 국민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죽 늘어놓더니 “올해는 정부가 정치적 제약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면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을 때를 놓치면 ‘성공한 정권’의 희망은 영영 물건너가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각종 악법과 ‘삽질경제’ 드라이브 등을 올해 안에 밀어붙이지 못하면 ‘끝’이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동아·중앙일보에 비해 표현은 우회적이되 정권을 압박하는 강도는 다른 신문을 뛰어넘는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익만 대변하며 나라를 거덜내는 조중동으로부터 벗어나라.
그것이 1년을 맞아 이명박 정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1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조중동의 감언이설이 아니라 국민의 질책과 비판세력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정권’이 되어 국민의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