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김석기 경찰청장 사퇴 관련 중앙·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9.2.11)
중앙·동아의 김석기 ‘희생자 만들기’,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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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여론왜곡 행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10일 김석기 청장이 사퇴의사를 밝히자, 11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히 사설을 실어 그를 ‘폭력시위의 희생자’로 호도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김석기 임명=원칙”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김석기, ‘원칙 사회’를 위한 거름돼야>이다. 사설은 경찰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 발표를 다시 한번 언급하며 “전체적으로 경찰은 법, 질서, 그리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두둔하더니 “그렇다면 김 후보자의 임명과 인사청문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정도(正道)”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김 청장의 자진사퇴를 받아들인 이명박 정권에 대해 짐짓 유감을 나타내며 적반하장 격의 주장을 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권력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김 청장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부작용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유감을 나타내는 척 했지만, 중앙일보의 진짜 의도는 살인진압을 저지른 경찰과 이를 비호한 이명박 정권 모두에게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앙일보는 김 청장의 자진사퇴가 “사실상 대통령과 정권이 결정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이 여론을 반영해 김 청장에게 참사의 책임을 물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선택이 “정당한 공권력의 보호라는 원칙과는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이런 판단이 원색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 “지난해 여름 촛불사태 때 도심을 무법천지로 방치했던 무책임으로부터 많이 개선된 것”이라고 대통령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농민 2인의 사망에 밀려 허준영 경찰청장을 강제로 사퇴시키거나, 평택에서 군인이 시위대에 폭행당하게 방치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참사의 도의적 책임을 물었다’고 강조하는 한편 경찰과 김석기 청장에게 ‘희생양’의 이미지를 씌웠다. 사설은 이 대통령이 김 청장의 사퇴를 받아들인 데 대해 “원칙의 고수에서 실패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결국 반대세력의 공세로부터 공권력 책임자를 지켜내지 못해 권위에 상처를 입었다”, “경찰 등 공권력 집행기관은 다시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사기저하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대통령이 “반대세력의 공세” 때문에 김 청장을 물러나게 했고 공권력의 권위는 실추됐다는 얘기다. 중앙일보는 이런 주장을 압축해 “‘김석기’는 미완(未完)의 원칙”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 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으니 앞으로 더 노력해 공권력을 철저히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치권, 시민세력은 그를 성숙한 사회, 이성적인 사회를 위한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야당은 그의 사퇴를 ‘용산 투쟁’의 승리라고 여겨선 안 된다. 특검 같은 무책임한 주장을 접고 이젠 국회 법안심의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 “김석기는 불법폭력의 제물” 동아일보는 좀 더 원색적이다. 동아일보는 <경찰총수가 언제까지 불법폭력의 제물(祭物)돼야 하나>라는 사설 제목을 달았다. 살인진압의 책임자를 ‘불법폭력의 제물’로 대놓고 둔갑시킨 것이다. 사설은 김 청장이 사퇴함으로써 “일선에서 법질서를 지키는 경찰의 사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정부가 경찰 총수를 ‘정국 안정의 제물’로 삼다 보면 경찰은 불법폭력 시위 앞에서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사퇴하는 경찰 총수가 더 나오지 않아야 불법폭력 시위의 악순환을 끊고 법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김 청장이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폭력세력 및 그 비호세력의 공세에 밀린 정부의 무기력도 김석기 낙마를 부른 한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이명박 정권이 김 청장의 임명을 강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전 정권 탓’을 빠뜨리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는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을 정치적으로 비호했다”며 2005년 농민 사망의 책임을 물어 허준영 경찰청장을 사퇴시킨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우리는 수구족벌신문들이 경찰의 살인진압을 적극적으로 비판할 것이라고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행태는 너무도 추악해 적절하게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렵다. 특히 ‘원칙’과 ‘이성’ 운운하며 살인진압의 책임자를 미화한 중앙일보의 행태에는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지난 1월 우리는 중앙일보의 ‘말바꾸기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2005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농민이 사망했을 때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최고 지휘권자인 (경찰)청장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했다”며 사퇴를 거부한 허준영 청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제 ‘말바꾸기’라는 지적 정도에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인면수심의 상태가 된 모양이다. 김석기가 누구인가?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진압의 책임자다. 그런 인물을 ‘불법폭력의 희생자’, ‘불법폭력의 제물’, ‘정국 안정의 제물’, ‘원칙과 이성의 상징’으로 미화하는 것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중앙·동아일보는 어디까지 희생자들을 짓밟을 셈인가? 수구족벌신문의 기대와 달리 ‘김석기 자진사퇴’로 경찰의 살인진압을 무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인진압의 진실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검찰이 경찰을 무혐의 처리하면 이명박 정권이 ‘김석기 자진사퇴’ 형식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이미 파다했고 국민들은 김 청장의 사퇴가 여론무마용 조치일 뿐 어떤 진정성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김석기 청장은 물러나는 순간까지 “정당한 법집행” 운운하며 살인진압을 정당화했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책임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무총리는 11일 국회에 나와 “훌륭한 자격을 가진 내정자가 사퇴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여당 의원들은 희생자들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정권과 검찰, 수구족벌신문들이 아무리 안간힘 쓴다 해도 살인진압의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 국민들은 가해자와 희생자로 뒤바꾼 이명박 시대의 폭력과 야만을 기억하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끝> |
2009년 2월 1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