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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 추진에 대한 논평(2009.1.20)
공영방송법은 ‘공영방송 말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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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나라당 정병국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영방송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른 미디어 관련 법안들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공영방송법’은 2004년 11월 박형준, 정병국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가 17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된 ‘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을 모태로 한다. ‘국가기간방송법’의 핵심은 ”KBS와 EBS는 공영방송으로 묶고 MBC는 민영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재벌기업과 족벌신문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악을 추진했다. 하지만 방송법 개악만으로는 KBS 2채널과 MBC를 민영화해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겨주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폐기되었던 ‘국가기간방송법’을 ‘공영방송법’으로 다시 살리려고 불을 지피는 이유는 바로 KBS 2채널과 MBC를 공영방송 틀에서 분리하려는 데 있다.
정병국 의원은 “KBS 2채널과 MBC를 민영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가기간방송법’을 발의한 핵심 의도를 포기할 리가 없고 그렇게 되면 KBS2와 MBC는 민영화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간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광고 수입을 전체 재원의 20%로 제한해야 한다. 이는 광고 수입의 비중을 근거로 공영방송 여부를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정치적, 경제적 독립성과 서비스의 차별성, 의사결정구조의 공공성에 그 존립 근거가 있다. 광고 수입의 비중으로 공영방송 여부를 규정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이런 법안을 방송법 개악안과 함께 밀어붙일 경우 공영방송의 민영화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원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는 물론 재원의 50%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KBS 역시 민영화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만약 전체 재원 중 광고비중이 20%이하인 방송을 공영방송으로 규정한다면 광고 외에 마땅한 재원을 찾기 힘든 MBC는 민영화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악안을 통해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 뿐 아니라 1인 방송사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30%에서 49%로 상향조정해 놓았기 때문에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 지분 30%도 이명박 정권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 즉 정수장학회를 ‘MBC의 1대주주’로 만들지 않고 MBC를 ‘친MB 민영방송’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KBS도 광고수입 비중을 20%로 낮추려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수준의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 결국 광고수입 비중을 비현실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KBS의 공영성 강화’라기 보다 ‘KBS2 분리’라는 정략이 깔린 것이다.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고 광고수입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결국 KBS2를 공영방송에서 떼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국가기간방송법’에서 ‘공영방송 위상강화’라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공영방송 운영 방안은 KBS을 사실상 ‘국영방송화’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KBS ‘이사회’를 없애고 ‘경영위원회(Governors)’를 만드는 안을 내놨다. 이 ‘경영위원회’는 국회의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사장과 부사장, 감사의 임명과 해임 권한을 갖는다. 한마디로 KBS 사장을 자유롭게 임면(任免)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수신료 결정’과 ‘KBS 예·결산’을 국회 승인을 얻어 확정하는 안도 내놓았다. 현행법상 KBS 예산은 사장이 편성하고 이사회가 의결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안은 사장이 KBS의 예산을 편성해 경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하게 함으로써 국회가 공영방송의 예산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회가 예산을 통제하게 되면 KBS는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 할 수 없게 된다. 일본 NHK의 사례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산 통제권을 의회가 가진 NHK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아예 다루지 못한다.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면 예산승인을 받는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KBS의 예산권을 국회에 넘기면 사회적 비판과 감시, 여론 형성을 위한 사회적 논의라는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기능은 심각히 위축되거나 거세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요지의 ‘국가기간방송법’을 ‘공영방송법’으로 이름만 바꿔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은 ‘공영방송말살법’이 될 것이다. 이미 지난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언론 악법은 언론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을 뿐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악법을 즉각 폐기해야 마땅할 처지에 ‘공영방송 위상강화’라는 이름으로 ‘공영방송 말살 법안’까지 추진한다니 국민을 우습게 여겨도 너무 우습게 여긴다.
한나라당은 기만적인 ‘공영방송법’을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언론 악법을 폐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오는 2월 국회에서 더욱 거센 저항과 반발을 초래할 뿐이다. <끝> |
2009년 1월 2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