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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미네르바’ 돌팔매질, 적반하장이다(2009.01.09)
등록 2013.09.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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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미네르바’ 돌팔매질, 적반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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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검찰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긴급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 조중동이 한 목소리로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유린되었음에도 ‘미네르바’의 경력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그의 경제 전망이 맞나 틀렸나에 초점을 맞추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 것이다. 평소 정략적인 경제 보도를 해왔던 조중동의 이 같은 행태는 실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미네르바’ 실명 공개하며 프라이버시까지 침해
9일 <조선일보>는 <‘미네르바’ 체포… 인터넷에 허위 사실 유포 혐의>(1면), <“경제 獨學(독학)한 30세 무직男”>, <허무맹랑한 주장, 기득권층 비난한 글 많아… 예언 일부 적중… ‘인터넷 경제 대통령’ 별명>(이상 5면) 등의 기사에서 8일 ‘미네르바’의 긴급체포 소식을 다루었다. 이 기사들에서 <조선일보>는 ‘미네르바’를 ‘경제 전문가도 아니면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기꾼’으로 폄하했다. <팔면봉>에서도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잡고 보니 의혹투성이 內功(내공). 그가 실로 웅변코자 한 건 ‘진실 사라진 세상?’”이라고 ‘미네르바’를 조롱했다.
반면 ‘미네르바’의 체포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과잉수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네르바 ‘허위사실 유포’ 法理(법리) 논쟁>(5면)이라는 3단 기사로 짧게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들은 ‘미네르바’를 ‘박모씨’로 표기한 데 반해, <조선일보>는 ‘미네르바’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
5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미네르바’가) 종부세 무력화 판결과 관련, 헌법재판소도 권력의 시녀가 되어 국민에 반하고 부동산 재벌과 소수 가진자를 대변한다고 비난했다”, “대기업 중심부의 경제구조는 허상일 뿐이며, 이는 중산층·서민층의 부(富)와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지적했다”며 ‘미네르바’가 수구기득권 세력을 비판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벌과 부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비판한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러나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략적인 경제보도를 해왔던 조선일보로서는 막대한 영향력을 누린 미네르바가 조선일보의 보도내용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던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중앙, “‘미네르바’에 속은(?) 국민” 대놓고 조롱
<중앙일보>는 9일 <실체 드러난 ‘경제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1면), <검찰 “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3면) 등에서 ‘미네르바’의 글에 공감한 국민들을 대놓고 조롱하고 폄하했다. <중앙일보>는 ‘미네르바’가 “전문대 나와 경제학을 독학한 30대 무직자”라며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돌팔이 의사에게 당한 꼴”이라고 보도했다.
10면 <네티즌들 충격>에서는 몇몇 네티즌들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젊은 사람이 모두를 갖고 놀았다”며 국민들이 ‘미네르바’의 ‘사기’에 속아 넘어간 데 충격을 받은 양 보도했다. 같은 면 <“오빠, 몇 달 간 집에서 온종일 인터넷에 글 써”>는 사태의 본질과 관계없는 ‘미네르바’의 신상과 관련된 신변잡기 내용을 다뤘다.
<중앙일보>는 또 이어령 고문을 비롯한 이른바 전문가들을 내세워 ‘인터넷을 통한 혹세무민’을 진단하겠다고 나섰다. <사이버 공간의 신뢰 위기가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만들었다>(3면)란 제목의 분석에서 이어령 고문은 “신빙성 없는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면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미네르바’ 같은 이들이 노린 것이 뉴미디어의 이러한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면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가 공생”>이란 기사에서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미네르바 신드롬’이라는 사회 병리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요컨대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을 불신하는 국민들에게 ‘전문가’들을 앞세워 “인터넷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반면 ‘미네르바’의 체포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중앙일보>는 9일 단 한 건의 기사도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 ‘미네르바’의 ‘몰락’이 고소하다?
<동아일보>도 9일 <조선>·<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미네르바는 전문대졸업 무직 30세男">(1면)에서 <동아일보>는 ‘미네르바’의 경력에 초점을 맞추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폄하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금융위기 스타’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익명행각’ 마감>(4면)에서 <동아일보>는 마치 ‘미네르바’의 ‘몰락’이 고소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에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올린 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네르바’는 유명 경제학자나 정부 고위관료 이상의 영향력을 누리던 ‘재야의 경제고수’에서 한순간에 범죄혐의자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 역시 ‘미네르바’의 체포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야당 “누리꾼 탄압”>(4면)이란 3단짜리 기사로 간단히 처리했다.

한겨레·경향, “사태의 본질은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9일 미네르바 체포 사태의 본질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표현의 자유의 침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한겨레>는 9일 <‘미네르바’ 추정 30대 긴급체포>(1면)에서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어 온 인터넷 논객을 검찰이 한 편의 글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논객 ‘옥의 티’ 과잉수사… “정부 비판 재갈물리기”>(3면)에서는 “정부의 환율조작이 공공연한데도 검찰은 미네르바가 ‘긴급명령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만 문제 삼아 과도한 대응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미네르바’의 처벌은 ‘정해진 절차’였다”고 비판했다.
<극과 극 오간 미네르바 평가>(3면)에서도 <한겨레>는 검찰이 “‘30대·무직’이라는 신원을 공개하여 신뢰를 흠집 내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포 소식에 누리꾼 술렁>에서는 “경제 예측을 했다고 허위사실 유포로 긴급체포라니. 올해 안에 주가 3000 간다고 떠들었던 인간은 체포 안하냐?”며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한 경제 전망과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의견을 보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9일 <“미네르바는 30살 무직자”>(1면)에서 “‘미네르바’의 체포로 표현 자유 침해·인터넷 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글에 ‘공익 해할 목적’ 무리한 법적용>(3면)에서는 전기통신법 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미네르바’를 체포한 것은 검찰권 남용으로서 무리한 ‘입막기용 표적수사’라고 보도했다.
<인터넷 여론 길들이기 ‘MB정부의 코미디’>(4면)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면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씌워 잡아들이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과연 경찰국가인지 민주국가인지 모르겠다”는 진중권 교수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면 <“30대 백수보다 못한 강만수 장관”>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30대 무직자’보다 못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보도했다.

조중동, ‘미네르바’ 돌팔매질 할 자격이 없다
‘미네르바’가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 검찰에 붙들려가고, 조중동에게 ‘사기꾼’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앞으로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시민들이 인터넷에 경제 실정을 비판하고 정부와 다른 전망을 담은 글을 쓰면 일일이 그 ‘진위’를 따져 죄를 물을 작정인가?
‘미네르바’가 작년 12월 29일 쓴 글도 꼬투리 잡을 것이 못된다. ‘정부가 은행의 달러 매수 금지 공문을 보냈다’는 ‘미네르바’의 주장이 정확한 사실과 다르다 해도, 정부가 연말 환율 방어를 위해 은행에 달러 매수를 자제해 달라고 구두 요청한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환율 개입’이라는 큰 맥락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미네르바’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으며 문제의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허위사실유포’ 운운하며 평범한 시민을 잡아들이고, 수구족벌신문은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
우리는 조중동에게 묻고 싶다.
조중동은 지금까지 얼마나 정확한 경제 보도, 경제 전망을 했던가?
IMF 직전까지 “위기는 없다”고 호언장담한 신문이 어디인가? 작년 8월 말~9월 초 ‘미네르바’가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반대하며 파산을 예측했을 때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부추긴 것은 또 어떤 신문인가? 경제 위기 전망에 대해 “위기설 없다”며 ‘괴담’ 운운하고, 이명박 정권의 경제 실정(失政)을 은폐하려 했던 게 누군가? 바로 수구족벌신문들이며, 수구족벌신문의 이런 믿을 수 없는 경제보도가 ‘미네르바’를 향한 국민의 관심을 만들었다.
‘미네르바’가 학벌 좋고 경력 화려한 이른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조중동에게 조롱받고, 그의 전망이 일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해서 조중동에게 ‘사기꾼’ 취급 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쪽집게 점쟁이’가 아니라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했던 시민이다. 또 그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하더라고 검찰이 법적 처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잉이며, 신뢰받지 못한 정권의 초조함을 드러냄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정부가 얼마나 못났으면 ‘일개 누리꾼’의 주장에 이토록 발끈한다는 말인가?
조중동은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기 이전에 자신들이 ‘미네르바’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검찰이 ‘미네르바’를 잡아들인 것이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행태인지, ‘미네르바 체포’가 이명박 정권에 무슨 도움이 될 것 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1월 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