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검찰의 ‘미네르바 체포’ 관련 논평(2009.1.9)
등록 2013.09.25 13:25
조회 238

무능한 정권, 국민 그만 괴롭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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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검찰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인물을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네르바’는 30세의 전문대졸 무직자 박모씨”라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내일(9일) 중 사법처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미네르바’ 긴급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명박 정부와 검찰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눈, 귀, 입을 다 막으려고 한다’는 비판에서부터 ‘747, 경제살리기, 주가3000 등을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도 허위사실유포 아니냐’, ‘이명박 경제팀은 무직에 독학한 사람보다 못했다는 말이냐’는 등 정부를 야유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미네르바 석방’ 청원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도대체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고, 경제 전망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누리꾼을 체포한단 말인가?
‘미네르바 신드롬’의 핵심은 ‘정부의 신뢰 위기’였다. 누리꾼 한 사람의 글이 시장을 요동치게 할 만큼 큰 영향력을 누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장이 정부의 말은 못믿어도 ‘미네르바’의 말은 믿겠다고 반응한 것이다. 경제문제와 관련해 이 정권의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말을 바꾸고, 신뢰받지 못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은 ‘경제대통령’을 내세워 집권했다. 자신들의 무능을 반성하기는커녕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나섰으니 어느 국민이 분노하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검찰이 이런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제 말만 하는 소통불능의 ‘벙커정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체포했다는 인물이 진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이 정권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국민을 해괴한 죄목으로 잡아들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체포했다는 ‘미네르바’를 즉각 석방하라.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길이자, 이명박 정권을 더 이상 나락으로 몰아넣지 않는 길이다. 국민은 경제를 살린다더니 민주주의만 후퇴시키는 정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미네르바 체포’는 이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다.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 체포’는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던 한나라당의 ‘휴대폰도청법’, ‘사이버모욕죄’ 등 민주주의 유린 악법을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확실히 일깨워주었다.
이명박 정권과 경찰이 조금이라도 현실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면 어리석은 누리꾼 탄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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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