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1일)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조선일보 출신 진성호 의원이 차마 믿기 어려운 망언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 의원은 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두고 “이왕 이렇게 된거, 국민들을 위해 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지체되더라도 국회에 떼쓰기는 안된다는 생각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본청 주변에는 식사나 물 등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고 한다. 진 의원은 또 “저분들이 정말 목숨을 걸고 국민들을 위한 투쟁이라면 인간으로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경험시켜보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진 의원의 망언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조선일보 출신인 진 의원이 ‘조중동 방송’·‘재벌방송’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그는 틈만 나면 우리 단체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을 음해하고 공격해왔는데, 최근에는 ‘MBC 직원의 평균 연봉’을 들먹이며 언론노조의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로 몰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 의원이 ‘마지노선’은 넘지 않기를 기대했다. 어쨌든 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리에 오른 만큼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품위란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다. 그러나 진 의원은 마지막 기대조차 저버렸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 인간 자체를 존중하는 일말의 마음이 있다면, ‘생명의 위협도 견디는지 시험해보자’는 식의 말은 할 수 없다.
게다가 온갖 악법을 졸속으로 밀어붙여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놓은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진 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 선배 의원들의 구태를 비판하고, 여야 대치를 풀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내놓을 수는 없었던 것인가? 불과 1년여 전까지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 기자였던 인물이 웬만한 구태 의원 뺨치는 망언을 내놓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진 의원의 망언이 청와대를 향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충성경쟁’ 과정에서 나온 돌출발언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조선일보에 몸담으면서 뇌리에 박힌 반인권적, 반민주적 인식의 자연스러운 표출인지 궁금하다.
전자의 경우라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이 무엇하는 자리인지부터 숙고하면서 자숙하기 바란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차라리 의원직을 내놓는 편이 낫다. 그것은 이념의 문제도, 정파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국민을 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