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임수빈 검사 사의'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2008.12.30)
등록 2013.09.25 13:21
조회 339

조선일보, 이쯤되면 ‘PD수첩 죽이기’ 포기하라

.................................................................................................................................................


 

MBC 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해 온 임수빈 부장검사가 내년 초 사표를 낸다고 한다. 정기인사 기간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수사와 관련된 검찰 수뇌부와의 마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을 처벌하려고 하는 검찰 수뇌부의 뜻과 달리 임 검사는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한다.
누차 지적했지만 검찰이 을 수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검찰이 전담반까지 꾸려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을 수사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다. 임 검사가 ‘기소불가’의 입장을 견지한 것은 법조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이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옷 벗을 일’이 되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사설까지 실으며 임 검사의 사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검찰의 수사가 왜 문제인지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29일 사설 <‘피디수첩’ 수사 검사의 사표>에서 “공익적 가치를 지닌 언론 보도에 처벌이 전제되는 검찰권이 행사되기 시작하면, 곧 국가검열로 이어지게 된다”며 “헌법상의 언론 자유는 그 순간부터 위태롭게 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30일 사설 <‘PD수첩’ 수사 검사 사의가 뜻하는 것>에서 임 검사의 사의 표명이 “언론의 임무인 정부 비판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과 “정치권력의 주문에 의해 자행돼온 검찰의 끼워 맞추기 수사 관행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임 검사의 사의표명 사실마저 제 멋대로 왜곡했다.
30일 조선일보는 10면 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임 검사의 사의 표명을 ‘부당한 항명’, ‘입장 번복’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기사는 시작부터 임 검사가 “항명(抗命)하는 형식으로 돌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사의 표명을 ‘항명’으로 몰았다. 또 조선일보는 작은 제목을 <임수빈 부장, 조사 한 번 안하고 돌연 ‘기소 불가’>라고 뽑으며 임 검사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기소불가로 입장을 바꾼 것’처럼 몰았다. 기사 내용에서도 “관련 PD들은 지금까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면서 단 한 차례도 조사를 받은 바 없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임 부장이 관련 PD들을 한 차례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섣불리 ‘기소 불가’를 주장했는지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썼다. 임 검사가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돌연’ 입장을 바꿔 수뇌부에 ‘항명’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 메시지다.
검찰은 삼성특검팀에 맞먹는 5명의 검사를 에 배치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애초 정권의 요구에 따른 무리한 수사였으니 5명 아니라 50명의 검사를 배치한다 해도 나올 것이 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PD들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 검사가 ‘섣부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호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검찰 일각에서는 임 부장의 ‘항명’이 그동안 불법 촛불집회 사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검찰 수뇌부가 자초한 사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불법 촛불시위 당시 검찰 수뇌부는 ‘좌고우면하다가 실기(失機)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비난했다. 검찰이 좀 더 단호하게 ‘촛불시민’을 탄압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 내부 ‘항명’의 여지를 주었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조선일보의 주특기가 적반하장이라지만 해도 너무한 논리다. 조선일보가 임 부장검사가 “장재식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의 사위”라고 토를 단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이런 조선일보의 왜곡 행태는 동아, 중앙일보와 비교해도 단연 두드러진다. 동아일보는 30일 14면에 라는 1단 기사를 싣고 임 검사의 사의표명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을 흠집냈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정작 담당 부장검사의 사의 표명은 1단으로 작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는 것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축소보도지만, 조선일보의 적극적인 왜곡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왜 이렇게까지 처벌에 목을 매는지 모르지 않는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광우병 정국을 만든 ‘주범’이 이라고 믿고 끊임없이 을 음해하고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조차 을 기소 할 수 없다고 하니 그동안 자신들의 ‘PD수첩 죽이기’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 드러난 셈이다. 조선일보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쯤 되면 조선일보도 왜곡보도로 억지를 부릴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 죽이기’를 중단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검사까지 흔들어본들 없는 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권력을 향해 ‘적극적으로 언론을 탄압하라’고 요구하는 신문은 이 세상에 없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신문’이 아니라 ‘수구 정치집단’, ‘사익추구 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 이상 ‘PD수첩 죽이기’에 집착하는 것은 조선일보의 추한 얼굴을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낼 뿐이다. <끝>

 



2008년 12월 3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